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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1731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FlZ
추천 : 5
조회수 : 1583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7/11/16 01:10:51
이런 질문 자체를 하는 제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족이라고 안고 보듬어가기엔
사실 저도 너무 힘들어요...
저는 25살이고, 경력 3년 차 조금 넘은 직장인이예요.
아버지는 제가 대학 다니시는 도중에 정년퇴직을 하셨고,
지금은 전혀 일을 안하세요.
그런데 제가 퇴직하시기 전에 사기를 크게 당하셔서
빚더미에 앉게 되었고,
결국 1년 전에 집이 경매로 넘어갔어요.
그래서 지금은 경기도라고는 해도
강원도에 더욱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죠.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큰 덩어리의 빚은 갚았는데
아빠의 카드빚이 아직 좀더 남아있대요.
신용카드는 제때 갚지않으면
달마다 이자가 붙잖아요.
그러다보니 더 갚기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목돈이 있으면 카드사와 원금을 합의해서
갚아도 된다고 하던데 그 목돈도 아버지한테는
수중에 없었던거죠.
그러다 얼마 전 제 적금 넣은게 만기가 되니까
부모님 두 분 다 제가 갚아주기를 바라는
눈치를 주더라고요. 이자 나가는것도 아깝고,
계속 빚지기가 싫다고요.
솔직히 조금 그랬어요...
저는 대학 입학하자마자
아버지 퇴직때문에 졸업하기 전에
바로 취업하라고 압박 받았는데
이젠 제 먹고싶은거, 갖고싶은거 다 참고
모은 돈을 카드빚 갚는데 써야한다는게.
근데 저는 맏이고, 동생도 아직 학생이라
실질적으로 집안에서 돈버는건 저밖에 없어요.
엄마도 돈 없다고 일해야지 일해야지 하면서
안 하시고요.(되려 제게 큰 소리 치십니다.
이 나이 먹고 일을 해야겠냐면서. 한 살이라도
젊은 네가 돈버는게 맞지않겠냐고.)
얘기가 딴데로 새버렸네요.
무튼 이것만 해결하면 이제 빚은 없겠구나싶어서
넌지시 물어보았어요. 그 카드빚이 얼마냐고.
300 좀 안된대요. 200 얼마래요.
제 월급보다 조금 더 많은 액수겠거니
생각하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카드빚이 400이 넘는거예요.
500 가까이 나오더라고요.
정확히 460만 얼마더라고요.
뭔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 바로 어머니께
전화를 했더니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갚는다고 갚은건데 그 정도 남아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제 알았다,
하지만 어쩌겠느냐 빚은 갚아야하지않겠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시길래
처음부터 500 가까이 된다고 했으면
제가 이렇게 멘붕오는 일도 없었을거예요.
이건 거의 거짓말을 넘어서 뒷통수 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화가 나서 이런 상황이면 제게 미안하다는
말은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어쩜 그리 뻔뻔하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부모 자존심 건드리지말래요.
할 말이 없어지고 기가 막혀서 바로 전화 끊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모르겠어요.
아버지도 사기를 당하고 싶어서 당한 거
아니란걸 아는데 어쨌거나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생겨난 책임을 왜 제가 전가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연예인들이 부모님 빚 갚는다는 뉴스기사가
나오기는해도...저는 그 사람들처럼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니예요.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부모님 생활비 드리고 나중에 결혼자금을 위해
적금 모으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일뿐이예요.
남들이 보기에 제 나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버거워요...친구들 중에서는
아직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애들도 있는데
저는 가족들을 벌써부터 등에 업은 기분이고
빨대 꽂힌 기분도 들어요.
그래서 조금 무섭고 막막하기도 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저를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부모님이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넌 그 정도도 못하냐
나쁘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심하게는 너같은 자식 낳을까봐 두렵다고 하신 분들도
있으실것 같네요..
저도 취업하고나서 제 선에서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작년 어머니 생신선물로 김치냉장고 사드리고,
이번에는 명품백도 사드렸어요.
생활비 이외에도 장 볼 때도 제 돈 들어갑니다.
(아예 제 명의의 카드를 자유롭게 쓰시거든요.)
아버지께도 브랜드 패딩이나 등산복 사드렸고,
동생에게도 갖고싶은거 웬만한건 다 사줬어요.
달마다 용돈도 주고요.
부모님께서 키워주신걸 다 갚기에는 한참
모자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할만큼 한거 같아요...
제 상황이 부담스럽고 버겁게 느낄만큼요.
너무 답답한 나머지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여러분들의 생각이나 조언이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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