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T는 원래 갑작스럽다.
금요일 오후. 학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언어 관련 행사에 자동 참가..
헌데 안봐도 비디오.
기존 행사에, 외국인학생 섞어, 신선함을 더하려는 시도였겠고
발표자는 열심히 모국어를 자랑하겠지만
듣는사람들은
"응, 그래, 박수, 짝짝짝, 다음" 하고 넘어갈게 뻔했다.
고민했다.
그냥 평범하게 할까
하지만 나는 한국인.
특히나 일본발표자와 중국발표자 보단 뛰어나야했고(?)
한류에 편승된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없었으며(?)
어머어머 쟤 한국인이야(?) 수군거리는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다(?)
재밋게, 한국인답게, 쿨하게.
아이디어. 생각. 생각. 생각.
오. 좋다, 이거.
하고 나온 주제
"도깨비말"
히잌
PT날
일본. 쟤넨 항상 뻔하다.
상징물, 벚꽃같은 핑크핑크 좋아하는 것 같다.
중국. 얘넨 하나같이 길어. 장황해
또, 밀레니엄 초반 이미지를 애용하는 취향이 있는 것 같다.
둘 다 평범하게, 주문 받은대로
자국어 설명을 했다.
그다음 내 차례.
"재미있는 은어 시스템이 있고,
이는 한국어 언어의 특성에 기반한다"는
간단한 설명 후 바로 시작.
안녕(하이 Hi)를 예로 들면서 설명
음절에 시옷(S)을 추가하고, 앞의 모음음절을 복사해서
하이Hi[haɪ] → 하사-이시[haSA-iSI]로 순간순간 만들어 은어로 사용한다 설명했다.
방법을 쉽게 설명했더니
"그게 바로바로 가능하냐? 쓰는 방식이 아니냐?"
"아니라고? 그럼 예시 말고, 우리가 하는 말로 지금 말해봐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유창히 가능하지.
I LOVE YOU를
아사이시(I) 러서브스(LOVE) 유수(YOU) 라고 바로 답했다.
한국어를 사용한 게 아니고,
제2외국어에 모국어 특징을 적용한 후, 은어 암호화를 적용한 것이었다.
그 폴란드남자는 고개를 휘저으며 앉았다.
주어진 시간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뿐만아니라, S이외에도 H, P, B 등 모든 자음을 넣을 수 있으며, 어떤 외국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자
수군수군은 절정에 다다랐고
눈은 충분히 커졌다.
그러고
"러브 유"를
"러버브브 유뷰"로 바꾸고,
다시 "러허브흐 유휴"로 바꿔 말하니
박수가 터졌다.
너네 한국인이니까 가능한거라고.
크흐....
그때의 일본 발표자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렇게 발표가 끝나고
담당교수에게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