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년 2월 자살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개인사정이 있어 지금은 하기가 어렵고...
자살하기 전까지는 평소처럼 잘 지내보려고 노력 중이다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 가끔 여기에 일기 비슷한 걸 써보려 한다
어제는 어쩌다 보니 상을 받았다
받을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상을 주더라
솔직히 기쁘다 하지만 안타깝기도 했다
4개월 뒤엔 내가 사라져 더이상 진행이 되지 않을 연구에게 주는 상은 아무 의미도 없을 텐데 말이다
지금 회사에 들어온 지 2년 반 째이다
그동안 참 더러운 모습을 많이도 보았다
그래도 나에 대한 회사 내에서의 평가는 나름 좋았다
같은 부서 사람들도 일 잘한다고 해주었다
그러나 그 어떤 칭찬도 자살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하더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먹고싶은거 사먹고 입고싶은거 사입을 수 있는 물질적인 충족
화목하고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고 사랑하는 가족
주위에서 인정받고 스스로 쓸모있다고 느끼게 하는 직업적 성취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 만나 즐겁게 한때를 추억할 수 있는 친구
지금 내 몸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자는 따스하고 보드라운 고양이
이러한 것들이 내게는 늘 있었고 무언가 크게 부족한 적은 없었지만
그 어떤 것도 나의 결심을 거두게 할 수는 없었다
의사가 그런생각 하지 말라고 지어준 알약 두알마저도 그랬다
자살을 100일 정도 남겨둔 내게는 할 일이 아주 많다
첫 번째는 평온한 급사로 보일 수 있게 자살하기 전까지 아무런 낌새 없이 평범한 나날들을 잘 수행해 내는 것
두 번째는 내가 살아온 삼십년 가까운 세월을 잘 정리하는 것
세 번째는 남은 100일 동안 마지막 인생을 잘 즐기는 것 등
사실 요즘 기력이 없어서 능률은 잘 안나오고 하루하루 값지게 보내지 못하고 허송세월 하는 느낌이 들긴 한다
그래도 나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뭐든 대체로 잘 해왔으니까
내년 봄에 마침표를 찍는 것 까지 실패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