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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 되신 엄마를 어떻게 돌봐드려야 할까요
게시물ID : gomin_1727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편고맙사랑
추천 : 14
조회수 : 1604회
댓글수 : 77개
등록시간 : 2017/10/10 1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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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회원님들 모두 연휴 잘 쉬셨나요?

저는 조금 긴 사연이 될거 같아요. 

9월 23일에 아버지가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셔서 장례 치르고 가족들과 추모하면서 보냈습니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아침에 눈뜨면 모든게 꿈같아요.
어젠 아버지가 첨으로 꿈에 나오셨네요.  얼굴은 희미한데 그냥.. 편안한 느낌이었어요.
 
이번에 긴 추석연휴라 아버지랑 엄마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셨는데 2주일전부터 설레신다며 이것저것 (낚시도 하고 한라산 등산도 하고..)필요한 물건들 산다고 오후 2시쯤 경동시장(평소에도 굉장히 복잡한 곳인데 명절앞두고 더 붐볐겠죠)을 다녀오시다가 시내버스에 치어서...
사고영상을 보니 짧은 건널목이라 신호등도 없고 자전거를 타신 채로 가다가 버스가 우회전을 하면서 치었더라구요. 
버스기사는 50대쯤된 초보였어요.  퇴직하고 버스운전 한지는 1년된... 
아버지도 좌우를 천천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 있고 운전사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전방주시를 태만했던 잘못이 있는데 사망사고라 버스회사에선 벌써 퇴사시키고 손떼고 운전사는 우리에게 선처를 바라는 상황입니다.
친지가 소개해준 손해사정인에게 일단 해결은 맡겨놓은 상태인데 우리가족은 형사처벌까지 바라지는 않고요.
보상은 100%까진 힘들거같고 (아버지가 자전거를 안타고 걸어서 건너는 상황이면 100%인거죠?)...
버스가 아버지를 친 상태로 10미터쯤을 그대로 밀고 가다가 멈추더라구요.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쳐서 출혈도 심했고 119가 왔을때 의식이 거의 없으셨대요.
가까운 한양대학병원에서 응급처치하고 수술 들어가려고 심전도같은 검사하던 도중에 심정지가 와서 그대로 손도 못써보고 사망하셨습니다.

전 판교집에서 3시에 새언니의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전화받고 머리가 멍 했어요.
무슨 거짓말이냐했죠.  지금 빨리 한양대병원으로 오라는데 손발에 힘이 없어서 그냥 주저앉아있었어요.
하필 이날(토요일) 남편 혼자 벌초하러 시댁에 간 상태였는데 남편도 연락받고 시댁 도착하자마자 바로 다시 차 돌려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게 남편 오기 기다리다가 5시 넘어서야 겨우 만나서 병원으로 가는데 차는 막히고..;;
병원 장례식장 도착하니 7시.
엄마 혼자 빈소에 앉아 계시더라구요. ㅠㅠ (오빠랑 새언니는 사고수습 때문에 경찰서 왔다갔다 정신없고)
그때서야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아버지 영정사진도 블로그 프로필사진으로 10년전에 제가 만들어드렸던걸로 급하게 쓰게 될줄이야...

엄마가 예전에 해두셨던 상조회사를 통해 3일장 치르는데.. 울고 피곤하고 정신없고 정말.... 힘들더군요.
첫날은 아주 가까운 친지와 아버지 지인분들 먼저 오시고...  난생 처음 상복을 입고 문상객을 맞이하니 조금씩 현실인가 싶었어요.
온가족이 식사도 먹는둥 마는둥, 잠도 거의 못잔거 같아요. 
둘째날에서야 아침부터 친지들과 각종 아버지 지인들, 제자들.. 오빠 친구들 등등 문상객들과 인사하면서 하루가 다 갔습니다.
처음보는 제자분들이 슬프게 우시는걸 보니 참 고맙더라구요.  우리 아버지 참 사랑 많이 주고 받고 가시는구나..
엄마.. 엄마를 챙겨야하는데 식사를 통 안하십니다. 저도 덩달아 밥이 안넘어갔어요.
얼마나 하루종일 울고 또 울었는지... 
오후에 아버지 입관식할때 겨우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는데 정말...
한쪽 눈에 멍자국은 있으셨지만 다행히도 편하게 웃으며 누워계신듯 보였어요.
손을 만져보는데 너무 차서 또 눈물이 나고..
그래도 수의 예쁜거 입혀드리고 관속에 꽃도 가득 채워드리고..
밤이 되서야 허기가 져서 밥 몇숟갈 먹고 고맙게 밤새 같이 있어주신 친지와 오빠친구 덕에 한숨 자고
셋째날 발인이 새벽 5시에 전북에 있는 가족선산으로 출발.
아버지 덕에 링컨 리무진을 타보네요. 
가는 내내 제가 일부러 엄마한테 말을 많이 걸었어요. 기운 차리시라구. 
3시간은 걸린거 같아요.  전라도...너무 멀어요...

아빠를 땅에 묻고 또 한참을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는데 난생 처음 오빠도 울고 새언니도 울고 남편도 울고...
정말 눈물이 끝도 없이 나더군요.
음식 놓고 절을 하고 친지들과 그걸 나눠먹고 감사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올라오니 어둑어둑한 밤.
아빠. 안녕!
신기하게도 더는 눈물이 안났어요.
이제 현실이니까.

엄마집에서 그렇게 연휴끝날때까지 같이 지내면서 처음으로 엄마가 아무것도 안하셔서 제가 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면서 더 빨리 현실로 돌아온거 같네요. 
이와중에 추석 전날 엄마가 내등을 떠미셨어요.  얼릉 준비해서 시댁 내려가라고...
남편이 "큰누나가 와있대요. 이번 추석은 제사 안지내기로 했으니까 여기 있을게요." 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엄마가 맘을 놓으세요.

아빠 덕(?)에 결혼 10년만에 처음으로 명절에 시댁을 패스하네요. 
(그런데 조만간 가봐야해요. 시어머니가 추석때 팔이 골절되서 입원하셨다네요 ㅜㅜ)


혼자 지내기엔 큰 집에 남겨진 엄마가 너무 걱정되고 신경쓰입니다. 
그동안은 아버지랑 엄마가 워낙 잘 지내시니까 편했어요. 
딸인데도 제가 살뜰하게 엄마를 챙기질 못했죠..  엄마는 아빠가 옆에 있으니까 라고.. 
이제야 숙제처럼 제 앞에 현실로 남겨졌네요. 
그동안은 가족의 사망이 남의 일로만 여겨졌고 그 상실감이란게 마음에 와닿지 않는 감정이었는데..
이렇게 저도 40년만에 겪게 되나봅니다. 
안그래도 저 아팠던 이후에 엄마 볼살이 쑥 빠졌는데 이제 아빠마저 떠나시니까 몇년은 확 늙으신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아버지가 우리 가족의 불운을 모두 끌어 안고 대신 세상을 떠나신건 아닐까? 

처음에 엄마가 욕실에서 미끄러져서 팔이 부러지고 (몇달 깁스했지만 다행히 머리 안다친게 어디냐며..)
몇주뒤에 내가 바이러스 감염되서 죽다 살아나고..
동시에 남편도 암수술하고..
오빠가 출장다녀오다가 접촉사고가 났는데 앞좌석 옆을 들이받아서 차가 거의 반파되는 큰사고;; (그런데 기적적으로 오빠는 찰과상만.. 다행히 새언니랑 조카는 사고나기 몇시간전에 다른 볼일보러 차에서 내린 상태..)


아직 해지하지 못한 아버지 전화기, 20년 애지중지 타시던 차도 처분해야하고.. 유작이 된 그림,서예 작품들도 막상 소장하려니 집에는 몇점 없더라구요.

저희 아버지 블로그인데 관리는 잘 못하지만 그래도 유작으로 계속 남겨두고 싶네요. 
http://blog.naver.com/arttopic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엄마랑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랑합니다~^^"
이틀뒤에야 보시고 답톡이 왔죠.
"사랑하는 아빠딸 사랑해."
 
사고나기 며칠전에 아버지 생신이라 가족모임 갖고나서 나눈 카톡대화가 마지막이 되었어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해둔것이 다행이고.. 
그래도 노년에는 제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늘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셨다네요. 
제 기억속에서도 마지막까지 행복한, 웃는 얼굴이던 모습이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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