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5호선이 생기기 전이었나? 후인가 가물가물 한데,
제가 겪은 건 아니고 들은 이야기 입니다.
----
어느 겨울날. 지하철 안에는 아주 만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앉을자리 설 자리에 빈틈이 적게 보일 정도로 그럭저럭 들어찬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두툼한 외투를 입고 있는데다가, 난방이 살짝 센 느낌이라 덥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침묵은 금이라고 배우던 시절이라 그 누구하나 아무말도 하지 않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참고 묵묵히 자신의 목적지가 오기만을 바라며 허공을 응시하며, 또는 신문을 반의 반으로 접어서 읽으며 그렇게 지하철은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평화롭던 지하철에 갑자기 출처불명의 냄새가 스멀스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소리없이 방사 한 모양이다.
이 썩은내는 더운 공기와 함께 급속도로 퍼져서 지하철 안은 견디지 못할 지옥으로 슬슬 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하나 무거운 침묵을 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간혹 헛기침 소리만 한두번씩 들려올 뿐이었다.
누가 창문이라도 열었으면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던 찰나,
옆칸에서 신문팔이 청년이 건너오는 소리가 들린다. 드르륵 드륵 쾅 하고 문을 닫고 들어와서는
특유의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레퍼토리를 주욱 읊기 시작하는데,
"내일자 조간신문 스포오츠 신, 아 ㅆㅂ 이거 무슨 냄새야!!"
순간, 불문율처럼 모두를 누르고 있던 침묵의 덮개가 산산히 부서지고, 사람들은 그간 참았던 것 까지 합쳐서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
요즘은 없죠? 돌아다니며 신문 파시는 분들. 다 옛날 일이네요.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