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올해 28살 남자고, 어머니는 올해 59세십니다.
어머니가 2년 전에 스마트폰으로 입문하셨고, 2주 전에 새 스마트폰을 사셨는데요.
가르치는 것 때문에 미쳐버리겠습니다. ㅠㅠ
어르신들이야 당연히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계도 잘 모르고 습득력도 늦고 한 거 아는데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배우는 태도가 짜증나서 도저히 ㅠㅠ
2년 동안 10번이 넘게 가르친 앱 다운로드 방법이라든가, 메모장에 아이디 비밀번호 죄다 적어준 카카오톡 로그인이라든가.
그냥 무조건 못하겠답니다... 처음 대여섯번은 가져와서 못하겠다고 하면 이래이래 하는 거라고 가르쳐줬는데 이젠 도저히 ㅋㅋㅋㅋ
앱을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면 '무슨 무슨 권한을 허용하시겠습니까?' 뜨잖습니까?
상식적으로 사진 앱을 받으면 카메라 접근권한을 허용하냐고 뜨겠죠. 그런데 그 문구가 무슨 말인지 읽을 생각도 안하고 '뭐 눌러야 해?' 묻습니다.
앱 다운로드한 게 수백번인데 아직까지도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보면 응용력이 0을 넘어 마이너스로 가시긴 하는 분입니다만...
저도 얼마 전까진 '진짜로 못하시나...?' 싶었는데
제가 화내고 안해준다고 하고 쳐다보고 있으면 알아서 어떻게 하긴 합니다(...)
그냥 귀찮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기 싫으니 몰라 해줘!가 나오는 거죠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게 부모를 보는 건지 애를 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스마트폰 외에도 부모가 자식에게 가르쳐야 할 만한 것들을, 자식이 부모를 가르치고 있자니 갑갑합니다.
그렇게 뻔질나게 물어보고 결정 좀 해달라 하고 하면서도(주로 집안 문제, 이사 문제, 돈 문제 등등)
제 인생 진로에 대해서는 자기가 인생 경험이 더 많으니 자기 생각이 더 맞다고 무조건 들이밉니다.
남의 집과 비교는 기본이요, 자기에게 동의하지 않거나 자기 마음에 상했다 싶으면 상대는 무조건 나쁜놈 몰아가기..
내로남불은 자동시전 스킬이죠.
(한 번은 내로남불 시전하길래 엄마는 그렇게 말해도 되고, 난 그렇게 말하면 안되냐? 했더니 그렇답니다. 자긴 엄마니까 무조건 이렇게 말해도 된답니다. 하.... 리틀 503을 집에 모셔둔 것 같은 기분이...)
따끔하게 말을 해봤자 듣지도 않고, 그러면 또 드러누워버리니 말도 못하겠고...
오늘 아침도 일어나자마자 뭘 알려달라고 하는데... 분명히 일주일 전에 알려준 겁니다.
나 : 이거 일주일 전에 가르쳐 준 거 아니냐
엄 : 끄덕끄덕
나 : 뭘 모르겠는데?(제가 늘 이거이거 여기여기까지는 했는데 이 다음에를 모르겠다- 정도까진 혼자 해보고 가져오라고 합니다)
엄 : 몰라, 좀 해줘
나 : 내가 이런 식으로 화낸 게 몇번째냐
엄 : 내가 이런 거 공부할 나이냐, 생각하기 싫어 그냥 해주면 되잖아
나 : 배울 생각이 없는 사람을 뭐하러 가르치냐
엄 : 아 빨리 해줘
사실 스마트폰 문제는 그냥 최근의 대표적 사례일 뿐이고... 답답한 일이 많은데
(제 꿈의 직업이 있었지만 취업도, 취업 후도 불안정한 직업이라 포기하고 공시 준비중입니다. 이 집에 어떤 문제가 생기든 내 삶의 최소한은 흔들리지 않게 방화벽을 치고 싶은 마음이라.... 전에 아버지가 도박으로 아파트를 날려먹은 적도 있고... 술 담배로 언제 쓰러질지도 모르고.... 뭐 그렇네요)
그냥 넋두리 좀 했네요.
털어놓고 나니까 좀 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