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한민국에서는 반종교주의자 혹은 무신론자가 자연주의자 혹은 생태주의자로 되지 않는가?
물론 거기에는 현재의 사회구조가 자본주의적 물질숭배 분위기에 지나치게 몰입되어 있다는 표면적 이유와 첨단 과학적 정보가 다수 대중에게 쉽게 노출되어 있는 현상이 결합되어 [무신론자 = 현세적 물신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지배적 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전통사상의 뿌리깊은 무교적, 샤머니즘적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샤머니즘이란 무당에게 굿을 청하는 기복적 행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는 의식의 혁신이 없이 믿는 행위 자체만으로 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신앙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유동식 교수님의 [한국 종교와 기독교]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1. 시대를 따라서는 불교 지배의 역사가 오래되었고(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는 유교가 국민생활을 500년간 지배한 듯 하나 그 이면에 줄기차게 한국문화를 지배해온 것은 바로 샤머니즘 이다.
2. 무당이 의술인들과 함께 백성의 병을 고치는 국가기관에 같이 소속되어 일했던 것은 조선조 세종 때 가장 왕성했음을 지적하며
3. [무교 = 샤머니즘]의 핵심적 내용으로 ‘의타성’을 들고 있다. 그 내용으로
➀ 천지신명이 우리들의 운명과 생활을 주관한다고 보는 믿음이 훗날 중화사대주의의 기초가 되었다는 점
➁ 신령들에 대한 자신의 신앙마저도 무당들에 일임했던 점
➂ 조상들에 대한 제사 조차도 ‘진정한 효의 내용’에 입각했다기 보다 선조들의‘혼’에 의존하여 현실의 복을 비는 형태로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4. 그리고 한국 종교의 성격에 관해서도..
➀ 한국인은 타 종교를 받아들여서 자기의 것과 결합하여 혁신을 이루지는 못하고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만을 융합하였다. 즉 타종교의 본질적인 것과 동화되어 자신을 변혁하고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➁ 한국인의 현세적 성격은 모든 욕구를 현실의 복을 빌고 현재를 잘 살 수 있는 바램으로 전환시켜 기복신앙화 하였다.
➂ 한국종교의 운명론적 성격이 오락성 생활양식을 낳았다. 고려 이후 조선에까지 각종 축제는 물론 농업노동, 일상 생활에까지 오락적 놀이가 생활의 축을 이루었는데, 이는 사회 문제의 생활적 해소라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정한 극복이 아닌 절대성에 기대는 전통적 종교관이 확대된 것이다.
유동식 교수의 주장을 볼 때 그 실증성이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지금 50대인 나 자신의 조부모때나 부모님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을 거쳐오는 동안의 한국인들 삶의 모습을 보면 유교수의 책 내용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말 그대로 여러 다른 교리의 종교를 기복종교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자신과 가족의 복을 비는 행위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능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세상의 힘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는 점에 문제가 있다. 그것도 거대한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 것이기 보다는 인간 속세의 권력적 힘에 굴복하는 유형의 사대주의적 내용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정신의 궁극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종교는 인간이 생존하는 한 끊임없이 그 존재를 달리하며 지속될 것이다.
더구나 현대과학이 궁극적으로 ‘생명존중’ (인간 수명의 연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이나 ‘자연 생태계 회복’과 같은 ‘성찰적 이성’에 근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구문화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 사회의 경우 ‘기복종교’에 대한 ‘대안적 종교’가 마련될 토양이 없는 이유로 ‘무신론자’가 ‘자연·생태주의자’로 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각 종교마다 그 교리적 정통성을 사회화 하며 부지런히 실천하고 있는 소수의 신자들을 도외시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는 대안을 마련하고자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출처 : k-potent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