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는 명언이 새삼스레 다가오네요.
사업이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고 삶에 여유가 생기니 슬슬 덕질을 하려고 동인계를 보는 도중
핵폭탄이 떨어진 것을 보고 설마 했는데 그 설마가 사람을 잡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한국 동인계가 어떻게 커졌는지에 대해 잠시 말하고자 합니다.
(일본 동인계와는 상황이 틀립니다.)
한국 동인계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편의상 1세대, 2세대, (과거)
3세대(현재) 라고 나누겠습니다.)
1세대 때에는 현재 말하는 건덕(프라모델 덕후), 삼국지덕후, 컴덕 등 한 가지만 파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크게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떄문입니다. 대부분의 물품을 자신이 직접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었습니다.
정보를 얻는 것도 지인들(동호회나 친목)이나 매장에서 얻는 지식들 뿐이었는데 지식에 목말랐던 1세대에게
단비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나우누리나 하이텔 같은 통신이 발달하면서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였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발달하게 된 2세대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동인계가 커진 것은 언제일까요?
진정 동인계가 커진 것은 2000년 초라고 생각합니다.
집에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2세대가 나타나게 됩니다.
2세대는 1세대와 다르게 1세대가 쌓아온 덕지식과 덕후성진국의 콜라보로 엄청난 양의 덕을 쌓게 됩니다.
그 한 예로, 1세대의 커뮤니티가 100개 미만이라고 가정한다면 2세대의 커뮤니티는 1세대의 20배에서 40배에 다다릅니다.
단순히 수 뿐만 아니라 카테고리 또한 1세대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렇게 좋은날이 계속되리라 생각했던 동인계지만
인터넷으로 덕질이 쉬워지면서 유입이 많아졌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단점도 부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커뮤니티의 단점이죠.
오유와 디씨 등등 여러 사이트로 나뉜 것처럼 2세대 또한 자신들의 입맛, 생각에 맞는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커뮤니티라는 것은 유입은 막지 않고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려고 하는 성향을 띄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커뮤니티가 맞지 않는다면 유저가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죠. 이러한 일이 계속하여 반복됐을 때는,
고인 물은 썩고 서로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며 서로 듣기 좋은 말만 하여 발전은 사라지고, 큰 싸움이 일어나면 해체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실제로 여러 커뮤니티들이 이러한 일을 겪다가 크게 싸우고 해체되는 일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그러면 한가지 의문점이 생기실 것입니다. 왜 이러한 일들을 알면서 커뮤니티를 선택하였느냐?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이유는 1세대 때부터 익숙해진 커뮤니티성 활동, 일본을 롤모델로 삼은 한국의 동인시장, 그리고 비밀성 때문이었습니다.
1세대 때부터 이어져 익숙해진 커뮤니티 활동은 자연스레 커뮤니티 중심으로 흘러가게 했고,
일본이 그라콘(독자투고방식의 만화축제)의 실패 이후 코믹마켓이라는 확실한 동인축제를 형성한 것을 보고
한국은 이를 따라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코믹마켓에 참여하는 부스가 커뮤니티나 지인들 중심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하였죠.
그리고 커뮤니티를 지향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하나는 바로 비밀성입니다.
저는 소설쪽 덕질이라 초기에는 몰랐지만 2세대 당시 꽤 많은 19금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커뮤니티가 존재했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왜 19금이 어때서? 라고 의문을 표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를 하는 사람들이
10대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동인계를 접하는 사람들은 20대도 꽤 있었지만 청소년기의 아이들인 10대가 대다수였습니다.
최근 인기가 많은 라노벨이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10대의 지지가 얼마냐에 따라서 순위가 변동되는 것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생각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인터넷의 발달로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성인물들을 커뮤니티 안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덕후성진국의 문물은 성인이 된 사람들이 일본에서 구입하고 스캔이나 복사로 인터넷에 올려져 커뮤니티에 배포되었습니다.
분명 구입한 사람들은 성인들이고 덕후성진국에는 이런 문물이 있다라고 알려주려는 의도였겠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미연시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소위 알려진 페이트, 슈타인즈(19금아님) 또한 미연시가 원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19금 미연시를 접하는 사람들이 19세 이하라는 것입니다. 미연시에 쉽게 접근한 청소년들은 그보다 강한 성인물을 접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인 3세대는 커뮤니티의 집대성인 트위터, 대형커뮤니티, 동인시장등 철저한 친목으로 구성된 세대입니다.
그리고 3세대는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점에 친목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성으로 발전한 동인쪽이다 보니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며 자신과 반대대는 의견은 차단하며
친목으로 다져진 사이이기 때문에 닫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동인시장은 코믹마켓과 같은 방식으로 발전하여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애매모호합니다.
책을 파는 사람이 작가라 하여도 다른 부스의 물품을 사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작가이자 독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성인물에 대한 거부감 또한 일반인에 비하여 상당히 적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합쳐지니,
성인물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과는 크게 다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때로 상식과 벗어난 말들을 합니다.
또한 말을 할 때, 자신이 틀리다 하여도 자존심때문에 이를 고치려 하지 않다보니 더 심각한 말을 쉽게 내뱉습니다.
그러다 더이상 듣고 싶지 않으면 차단해버립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식은 깨어있고 자신에게 대드는 사람들은 자신의 편이 아닌 무지한 적들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3세대 분들이 너무 쉽게 이 사태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저희 2세대가 기반을 잘못 닦아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되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만약 저희 2세대가 성인물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고 커뮤니티의 문제점을 항상 기억하며 올바른 동인시장을 만들고자
처음부터 제대로 쌓았으면 일본에 근접하는 동인문화가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3세대 여러분,
여러분들이 현 문제를 가벼이 생각한다면 동인문화는 이를 기점으로 몇보 후퇴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나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소위 말하는 10덕, 오타쿠들을 보는 눈길이 지금보다 심각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한 상처뿐인 승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잠재적으로 남아있는 아군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진정 동인문화를 아낀다면,
동인문화의 근본적인 목적을 잊지마십시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동인문화를 만드는 것이지, 고립되고 소외되어 자신들만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은 아닙니다.
요약.
1.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커뮤니티 방식으로 동인문화도 커짐.
2. 이미 자리잡은 일본과는 다르게 자리를 잡는 도중 커뮤니티의 단점중 하나인 자정작용 결여.
3.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덕후성진국의 문물중 10대들이 성인물을 쉽게 접하여 성인물에 대한 거부감 감소.
4. 동인을 즐기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음.
5. 말을 너무 함부로 함. 너무 과열되면 차단이 답이라 생각하기 때문.
ps. 저 또한 부스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3세대 여러분의 마음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자정작용이 되지 않는 곳은 언젠가 터집니다. 다만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이 상황을 좋지 않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를 통해 올바른 동인시장을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3세대인 여러분에게 떠넘기는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도와드리고 싶어도 아마 동인쪽에서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어 이렇게 응원할 수 밖에 없군요.
ps2. 동인축제는 주로 참가에 의의를 둡니다. 자신이 아는 지인들과 참여하여 다른 사람들의 작품도 읽어보고 교류하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목적으로 이윤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스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번 만큼 다른 부스에서 구입을 하여 자신의 덕을 쌓는 것이야 말로
참가자들의 참된 자세입니다.
ps3. 동인지를 구입하는 돈은 어디서 나올까? 청소년은 주로 용돈을 아껴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부스로 참가하여 2의 경우처럼 자신의 덕을
쌓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