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DHD 환자입니다.
어릴때에는 똑똑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어요. 잘난척한다는 말도 조금은 들었지요. 그런데 그땐 그게 저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치는 않았습니다. 멍청하게도요. 니 아빠를 똑 닮았다라는 말도 함께 듣고 자랐지요.
부모님은 사회성이 없으세요. 정확히 말하면 두분다 친구가 별로 없어요.
저는 그게 크게 문제가 될거라고는 생각을 안했습니다. 뭐 친구가 없으면 어때. 그냥 내 인생 잘살면 되지.
그런데 커가면서 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사회적으로, 상식적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솔직히 학창시절에는 왕따를 심하게 당했어요. 제가 왕따를 당할때 저는 저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 2년 지나면서 제가 그동안 써온 일기장을 다시 보니깐. 세상에. 저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었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왕따를 당한건, 제 친구들이 잘못되서가 아니라. 저에게 문제가 있는 거였어요.
저는 그 사실을 고등학교때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올바른 사람이 되려면 이 특이한 성격을 고쳐야 겠다고 결심했어요.
끊임없이 노력했어요. 정말 성격을 고치는건 죽어라 공부해서 서울대가는것보다 더 어려워요. 특히 저처럼 유전적인 사람은요.
결국 중학교 고등학교를 왕따로 보내던 저는 대학교에 가서 새인생을 살기 시작했고.
저의 문제점들을 부단히 노력한 결과 사회성이 있는 성인으로 거듭났어요. 물론 세부적인 성격은 아직도 못고치고 있지만.
그래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내내 왕따를 당하던 사람이. 대학교에서 친구들과 별다른 문제없이 조용히 지내고 있다면 이건 엄청난 변화 아닐까요?
저는 지금도 저에게 문제가 있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얼마전엔 취직을 했어요.
그런데 회사생활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물론 제가 지금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왔습니다. 여러분에게 말씀드린건 사회성 한가지에 대한 것이지만.
여러 문제들이 많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낙제를 받는다던지. 일을 끝마무리 못하고 항상 태만해진다던지. 노력을 해도 의지가 부족한다던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다던지.
결국 취업한지 두달만에 제 발로 회사를 걸어나왔어요. 엄청 부끄럽고 챙피했어요.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난 앞으로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될 것인가?
정신과에서 상담을 했고 ADHD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제 MRI 뇌이미지를 보니 확실히 정상은 아니더군요.
사회성이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왕따를 당하고. 일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회사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게 뇌의 유전적 결함때문에 그랬었대요.
저는 그것도 모르고 25년 넘게 병신처럼 살아왔어요.
따지고보니 아버지에게 유전을 받은거더라구요. 아버지도 회사 생활을 오래 못버티고 지금 개인 사업을 하고 계세요.
정말 아버지가 미워요. 너무 분하고 억울해요.
난 피나는 노력을 해서 지금은 친구도 많아요. 하지만 아직도 한계가 많아요. 이게 약을 먹어야 치료가 된대요. 내가 정신병자라는 말이자나요.
너무 분하고 억울해요. 나도 정상인처럼 태어났으면 이런 고통없이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왜 아빠 자녀로 태어나서 이 고생을 해야 하나. 너무 분하고 억울해요.
본인한테 문제가 있다는걸 알면 자식을 낳으면 안되는거잖아요. 자식이 날 닮아서 겪을 고통을 알면 아예 애를 낳으면 안되는거잖아요.
그걸 알면서도 애를 3명이나 낳고 그 중 제가 ADHD 유전 질환이라는건 부모가 이기적인 사람이라는거잔항아요.
저는 절대 애기 안낳을거에요. 절대로요.
아빠가 미워요. 제가 나쁜 놈인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