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0일 넘게 만남을 하고있는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둘이 성격도 참 잘맞고 여자친구가 연상인지라 나이도 있어
빠르면 올해, 늦으면 내년초까지는 결혼을 하기로 생각하고 만남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둘다 성격은 참 잘맞는다고 생각되구요.
때문에 백일이 좀 넘어서 양가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린 상태이구요.
저희 집에서는 반기는 분위기였습니다.
단지 아버지께서 결혼을 위한 금전 마련등 준비도 필요하고
아직 만난지 오래지 않으니 조금 더 만나보고 올해 말이나 내년쯤에 결혼을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금전적인 부분은 차차 진행하자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가볍게 이야기만 진행하였구요.
여자친구네에 첫번째 인사드리러 갔을 때는
여자친구 부모님께서도 둘이 좋으면 굳이 반대는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오히려 여자친구 나이가 있으니 올해안에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도 하셨었구요.
그런데 몇가지 걸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두번째 여자친구네 방문하려는 당시 (저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고 여자친구 본가가 꽤 멉니다.)
여자친구에게 어머님이 결혼 생각하면 제 '건강검진서, 원천징수영수증 (작년 회사 월급 수령한 영수증이죠)'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더라구요.
이전에 인터넷에서 고민글로 이런거 가져오라고 하는걸 본적이 있었는데...... 저에게도 이런 상황이 발생해서 많은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어머님께서 딸 시집보내는 일로 걱정이 많으셔서 그런가보다 하고 딸에대한 사랑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습니다.
인사드리고 나니 금전적인 부분을 물어보시더라구요. 연봉이나 집 등...
3천 중반정도의 연봉을 받고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그돈으로 애낳고 외벌이가 될 경우에 생활은 가능하냐
그러면 집이라도 해결되어야 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시기에
돈은 넉넉하지 않을지 몰라도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겠다고 말씀드렸고
아직 집같은건 저희 부모님의랑 상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금전적인 부분을 정리해보니
저와 여자친구 월급 포함하면 500언저리정도 될거같고
아버지께서 신혼집 구할때 1억정도 해주신다고 하시더군요.
혼자벌고 애낳고 먹고살기에는 팍팍한 금액이 맞긴 합니다만,
여자친구 회사가 1년까지 출산+육아휴직을 보장하니,
맞벌이하면서 금전을 계획성있게 융통하면 저축도 하면서 충분하게 생활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집입니다.
둘다 어느정도 출퇴근 생활이 가능한 곳에 집을 얻으려면 2억가지고는 번듯한 아파트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여자친구 어머님은 20평대 깨끗한 아파트는 대출없이 갖고 시작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식으로 생각하시는듯하였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대출을 최소로 줄이고 투룸정도 되는 신축빌라나 구축아파트에서 전세를 좀 살다가
돈을 모아서 10년정도 후에 청약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제 생각일뿐이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여자친구가 울면서 저에게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동안 말 못해서 미안하다고 상처줄까 무서워서 말 못했다고....
달래면서 들어보니 어머님이 집도 못해올거면 결혼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와중 문자가 오더군요.
여자친구에게 저랑 관계를 정리하라고 말했는데
차마 이야기를 못한거같아서 직접 문자를 한다고.
딸 방한칸얻어서 결혼할정도로 힘들게살라고 서울 보낸거 아니라고
직장도 밑에다 얻어서 데려올테니 그렇게 알라고.
참....
야속하더군요. 먼길가서 인사까지 드렸는데 문자달랑 보내서 헤어지라니요.
참 드라마같기도 하고 요즘 시대가 어느땐데
어떻게든 사랑으로 살라고도 안하고,
집구하는데 돈 보태줄 생각도 없이 돈없어 마음에 안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시는지요.
1억이 적은돈도 아닐텐데요.
역으로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휴... 그래도 어머님이랑 결혼할건 아니고
여자친구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 커
솟구치는 불만을 꾹 참고 말았습니다.....
여자친구를 달래고... 둘다 노력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오늘을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와보니 어딘가 하소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여기에 글을 끄적입니다.
인사몇번 드리고 금전적인 이야기로 이렇게 철벽을 쳐버리니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하신 분들의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힘드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더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