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철학자들은 수학의 위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이것이 다른 사상과 서양 철학을 구분짓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싶다.
플라톤이든 칸트든 더 후기의 논리학자들이든 이 점에서는 차이가 없는 듯 보인다.
사상가 중에서 예외를 찾으라면 내가 아는 사람은 니체 정도인데
애당초에 니체는 오류 없는 앎에 천착하지 않는다.
"삶이란 관점적인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필연적으로 오류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아마도 대중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에서 엘리트적 지식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은 무엇인가 아는 것처럼 보여도, 자세히 검토해보면 결국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ㄴ 이러한 메세지가 플라톤이 자신의 모든 저작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그렇기에, 오류없는 인식의 가능성을 내포한 현인(구도자 철학자 철인 배운놈)이 이상국가(정의로운 국가)를 구현하기 위해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플라톤은 수학적 인식을 오류없는 확실한 인식의 전형으로 꼽는다.
이 점에서는 칸트 또한 맥락을 같이 한다.
"수학과 물리학은 이성의 두 이론적 인식들로, 그것들은 그 대상들을 선험적으로 규정하는 것인데, 전자는 전적으로 순수하고,
후자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순수하되 이성 이외의 다른 인식 원천에도 준거한다."
<순수이성비판> 제2판 머리말
수학에 관한 철학자들의 앎은 '오류없는 인식'에 대한 집착처럼 생각될 때도 있다.
비트겐슈타인 또한 자신의 저작인, <확실성에 관하여>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