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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가입한지는 좀 됐지만 그간 눈팅만 했을 뿐 오유에서의 글은 처음 써봅니다.
DIY게시판과 성격이 맞을까 걱정이 되지만 그간 브랜드를 만들어왔던 일을 써보려고 합니다.
2010년 대학입학과 동시에 교내 흑인음악동아리에서 활동을 하였습니다. 노래를 만들고 공연을 뛰다보니
자연스레 스트릿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음 해에는 휴학을 하게 되면서 '카시*'에서 일하게 됩니다.
일하다보니 또 자연스레 스케이트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2013년에는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Off the Fixed idea of Fashion)에서 기획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래피티 라이터 Dreamer One 님과 함께한 사진, 맨 왼쪽 하얀티의 나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에서 단체티셔츠를 기획하고 유명 신발브랜드의 후원을 받아내고 그래피티라이터를 섭외해서 무대연출을
진행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일들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해보니 뭔가를 만들어내는게 재미있더군요.
그 후 휴학을 하게 되고 평소 관심있던 스케이트보드 관련해서 '서울스케잇'이라는 웹매거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블로그에 올리고, 또 스케이트보드샵과 연계하여 협업을 하고,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경험들이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저의 염원을 더욱 자극하였죠.
그리고 2015년 겨울, 대학동기인 절친과 함께 브랜드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스케이트보드 외로 암벽등반도 즐겨하던 저희는 안전불감증이 이슈화되는 현재,
안전의 대명사인 클라이밍 로프를 이용하여 가방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가방은 직접적으로 소지품을 안전하게 담는 도구이며,
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패션 아이템입니다. 로프를 이용하여 포인트를 주고 또 사용하기에 튼튼하고 안전한 가방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기획은 하였고 이제 실행에 옮기기로 합니다. 둘 다 경제학과로 패션이나 가방, 제조업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힙니다. 제품디자인의 기초 렌더링도 모르는 두 청년은 이것저것 찾아보고 독학으로 배운
일러스트레이터와 포토샵을 이용해서 손으로 쓱쓱 그려 만든 디자인을 옮기게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재료를 찾기 위해 무작정 신설동으로 떠나게 되죠. 패션은 동대문, 가방은 신설동이라고 합니다.
신설동시장에는 온갖 종류의 원단과 온갖 종류의 부자재가 있습니다. 이전에 직접 클라이밍용 초크백(손에 분을 묻히기 위한 가방)을
제작하기 위해 들렸던 '대지상사'라는 가게에 갔습니다. 대지상사는 코드라 원단을 주로 취급하는 합성원단 가게입니다.
튼튼한 가방들을 보면 거의 다 cordura라고 써져있는 택을 보셨을 겁니다. 코듀라 또는 코드라라고 부르는데 이 원단을 일단 사게 되었습니다. 이 때 원단에는 데니아라는 것이 있어 이 데니아 수가 높을 수록 원단의 실이 촘촘하고 또 데니아가 낮을 수록 원단구성이 느슨하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죠. 데니아 수가 높을 수록 가격도 올라갑니다. 이것 저것을 고르며 샘플을 만든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원단 몇 장도 추가로 주셨습니다.
원단과 부자재를 고르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습니다. 중간중간 스카이프로 화상 회의를 하면서 디자인을 계속 수정하고 샘플 제작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방 샘플 하나 만드는 데 수십만원이 드니까 우리가 먼저 만들어서 샘플실에 주고 확실하게 만들자고 하였고, 친구는 우리는 전문 능력이 없으니 샘플실에 모든걸 맡기자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제 생각대로 저희가 만들어보게 되었는데, 가방이라는 것이 옷과는 다르게 하나의 제품에도 패턴이 수십개이고 우리가 생각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래서 그동안 그린 디자인과 재료 스와치(원단을 살짝 잘라 샘플로 가져가는 것)를 들고 대지상사에서 추천한 부천에 위치한 '신성샘플'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가 진짜 브랜드를 DIY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샘플실에 도착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원하는 대로 샘플을 만들어달라하니까 사장님께서 단칼에 그렇게는 만들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가방이라는 것은 그냥 외부의 모양이 끝이 아니라 아까 깨닳은 것처럼 내부에 이러이러한 부분이 서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인데 우리가 가져온 것은 말도 안되는 디자인이라고 하셨습니다.
수 차례 집에서 샘플실을 오가면서 디자인의 한계를 알게되었죠. 패션이나 제품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패션MD가 이렇게 만들어달라 저렇게 해달라 해도 패션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안되는 부분을 알게 되죠. 제품디자이너가 이렇게 만들어달라해도 기술자는 그것이 문제가 된 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디자인을 해왔던 것입니다.
여러 차례 조율을 하며 배워가고 2016년 5월까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하며 최종 디자인을 완성하게 되었고, 1차, 2차 샘플도 완성하게 됩니다. 저는 강북구 수유에서 살고 있고, 친구는 경기도 안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먼거리 탓에 작업속도가 더뎌져 수유의 반지하방을 구해 사무실로 꾸미게 되었습니다. 페인트 칠을 하고 집기를 넣는 셀프인테리어를 통해 구색을 갖춰 가는 동안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브랜드의 명칭과 로고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 문구처럼 어떠한 목표점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하는 의미에서 명칭을 '차즘'이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차즘은 순우리말로 어떠한 물건이나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뜻하는 '차츰'의 여린말입니다. 이 차즘과 새로운 가치를 찾자는 '찾음'을 중첩하는 의미로 브랜드명을 차즘으로 정하게 되었죠.
브랜드명을 정하고 로고를 만들고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밑바닥부터 발로 뛰어 원단업체, 부자재업체, 라벨, 행택업체, 포장업체 등등을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우리를 기억해줄 명함이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전에는 명함을 받아오거나 연락처를 알려드리곤 했는데 명함이 생기니 업체들도 저희를 알아봐주게 되었죠.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팁입니다. 빠르게 브랜드명을 정하고 명함을 만드세요. 명함은 글자가 크고 일관되어야 나이드신 분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1차, 2차, 3차를 거듭하며 샘플제품이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에 맞춰 변해갔습니다. 이제는 생산을 알아보게 되었죠.
제조업이라는 것이 으례 그러하듯 소량으로 만들기는 어렵고 또 소량은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소량이라는 것은 대개 100개 미만입니다. 처음 원하던 가방은 토트백스타일의 한 종류였지만 생산을 위해서는
여러종류의 제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추가로 디자인을 해서 총 4가지 종류의 가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백팩인 차즘 원팩, 토트백이면서 숄더백, 크로스백으로 변신이 가능한 차즘 3way백, 메신저백 형태인 차즘 스퀘어백, 그리고 클라이밍용 초크백까지 샘플을 진행해보니 정말 가방브랜드로써 구색도 갖추게 되었고 생산단가도 괜찮게 맞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애초에 생각했던 비용과 생산비용의 괴리가 생긴 것이죠. 1,000만원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각자 모아둔 돈과 지원받은 돈을 합쳐 500만원씩 출자하였는데, 생산비용은 그것의 두배가 넘게 된 것이죠. 생산 단가는 그렇게 나가지 않았지만 안전하고 튼튼한 가방을 만들기 위한 좋은 재료선택과 클라이밍로프 가격. 클라이밍 로프 가격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클라이밍 로프의 심지를 빼서 가방에 포인트를 주기 위함이었는데 단가가 맞는 얇은 두께의 로프는 가방에 쓰이기에 모양새가 안나왔던 것이죠. 두께를 늘리자 심지가 두꺼워져 생산비용이 두 배로 뛰어넘게 되었습니다. 또 비용보다는 품질에 중점을 둔 생산 방식에 1,0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고 저희는 밤을 새면서 고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께 지원받기에는 스물여섯이나 먹고 염치가 없었고, 정부의 지원이나 시의 지원을 받으려고 하였지만 전무후무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제조업보다 IT계열쪽 산업에 지원하는 편입니다. 서울신용보증기금에 창업자금 대출이 있어 찾아갔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금액이 아니라 훨씬 많은 금액을 빌려주고 또 거치기간이 1년으로 짧고 이자 또한 만만치 않아서 투자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 때 머릿속에 어렴풋이만 존재했던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게 되었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Wadiz 와디즈 크라우드펀딩 강의도 듣고 킥스타터나 인디고고같은 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례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생각한 저희는 생산공장에 말씀을 드려 일정을 조정하고 크라우드펀딩 준비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크라우드펀딩이 외국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와디즈, 텀블벅 등등 누구에게는 생소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들어만 봤던 크라우드펀딩 회사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먼저 강연을 들어 알고 있던 와디즈에 펀딩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차즘의 크라우드펀딩은 목표금액의 1,000퍼센트 이상을 달성하고 앞으로 3일 남짓 기간이 남았습니다. 펀딩을 진행하기 전에는 실패하면 어쩌나, 잘 되야할텐데..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저희의 목표를 이루고 싶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는 친구가 사진이 취미인 다른 친구에게 Canon 5D mark II(캐논 오두막2) DSLR을 빌렸고, 둘이 없는 돈을 모아 제일 저렴한 호루스벤누 스트로보(조명)를 샀고, 폼포드와 프로젝터용 블라인드를 구매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포맥스에서 하는 강연도 듣고 직접 현역으로 일하시는 사진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 만나서 노하우도 배웠고, 저는 전국대학생패션연합회 활동을 하며 알게된 디자인 전공의 친구에게 사진 편집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진을 여러차례 찍다보니 깔끔한 사진이 나오더군요. 스튜디오를 빌려서, 업체에 사진을 맡겨서 찍는 것은 더욱 깔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무엇보다도 돈이 부족하였고, 언젠가는 배워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부닥쳐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렇게 그럴싸한 사진이 나오게 되었죠. 크라우드펀딩 페이지에는 동영상을 올리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올리지 않고 대체 이미지를 올려도 되죠. 하지만 저희가 원하는 브랜드는 이런것이다를 서포터분들께 명확히 알려드리기 위해 영상을 찍게 됩니다. 또 영상 전문지식이 없는 친구가 오두막2로 영상을 찍고, 평소 스케이트보드와 클라이밍을 즐겨하면서 구매하였던 소니 액션캠으로 보조영상을 찍었습니다. 삼각대와 스테빌라이저가 없어 들고 찍어 흔들렸지만 제 맥북으로 옮겨 아이무비로 편집하면서 어느정도 잡았죠. 영상 편집하시는 분 들이라면 웃으실 수도 있습니다. 아이무비가 프리미어나 베가스같은 전문 프로그램이 아닌 것을요.
영상과 사진이 완성되고 제품 설명 페이지를 만들고 마침내 와디즈에 펀딩(http://www.wadiz.kr/web/campaign/detail/9304)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또 여기서 담당 프로님과 상담을 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7월 25일에 펀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일전의 우려와 달리 펀딩 시작 3시간 만에 조금은 낮게 잡았던 목표 금액의 100%를 달성하였고 하루만에 300%, 그리고 계속 펀딩금액이 높아져갔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투자방식입니다. 그래서 와디즈에 접속하거나 평소 크라우드펀딩에 관심있는 분들의 펀딩이 많았죠. 모르는 사람들의 투자도 필요했습니다. 와디즈에서 광고를 해주고, 얼리어답터사이트(http://www.earlyadopter.co.kr/78412)에 저희 글이 올라갔지만 저희의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했습니다.
안하던 SNS를 시작하고 홍보를 하고 주위사람들에게도 연락하고 페이스북 광고도 해보았지만 큰 회사가 아닌 이상 또 한계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평소 괴담갤러리 정도로 눈팅하던 루리웹에 창업/홍보게시판이 생겨 그냥 끄적이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http://bbs.ruliweb.com/hobby/board/600001/read/14) 그런데 이 글이 오른쪽 베스트에 올라 많은 분들이 저희의 펀딩에 대해 알게 되었죠. 브랜드를 만들면서 조금은 약과하였던 것이 홍보 마케팅입니다. 사실 제품을 잘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의 중요성도 무시못합니다. 잘 팔아야지 다음번에 또 잘 만들죠. 노골적으로 홍보하려고 글을 쓴 것이 아닌데도 그 진심을 알아주셨나 봅니다.
브랜드를 만들기로 생각 하였으면 사업계획서를 쓰게 되죠. 사업계획서 안에 마케팅과 홍보에 대해서도 써야 할 것입니다.
약 한달간으로 잡은 펀딩기간이 3일 남짓 남았고 차즘을 대표하는 저희는 포장과 배송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오유에 글을 쓰는 이유는 브랜드를 만든 저희의 과정을 관심 있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입니다. 한 차례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하였던 '트래블러스 하이'의 글이 DIY게시판에 올라와서 시끌했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마음 한 구석에서는 조금이라도 홍보가 더 되어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주기를 바라기도 하고, 또 펀딩이 얼마 안남았기에 당장에 자금이 없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브랜드화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생생한 방식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펀딩이 종료되고, 이제 저희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판매할 생각입니다. 생산자금을 모으기 위해서 펀딩기간 내에는 소비자가의 50%정도의 금액으로만 판매합니다. 웹사이트(www.chazmmfg.com)도 웹디자인과 개발도 못해본 제가 직접 워드프레스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펀딩으로 작업을 중지하였는데 다시 재개할 생각입니다. 브랜드 DIY에 관심있는 분들, 영상과 사진 촬영에 도움을 받고 싶은 분들, 웹사이트 제작이 궁금하신 분들,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email protected] 으로 메일 보내주시면 더 많은 도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운영자님과 글을 읽어주신 오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되시고 더운 여름 건강 유의하세요.
감사합니다.
- 차즘 담당 유병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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