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대구구장. 원정팀 롯데 선수들이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운동장 정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때 롯데 이대호가 삼성 덕아웃으로 걸어오며 큰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 WBC 대표팀 수비코치님!" 하면서 인사를 넙죽 했다. 지난 2009년 제2회 WBC를 언급하며 이대호가 3연전 첫날에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류 감독 : (사직구장 응원 구호를 흉내내며) 때~호!, 때~호!
이대호가 한번 더 인사를 하자, 류 감독이 이대호에게 손짓하며 덕아웃으로 부른다.
류 감독 : 대호야, 이리 와바라. 너 어떻게 무럭무럭 커가는 우리 정인욱이에게 홈런을 그렇게 많이 칠 수 있냐.
이대호는 지난달 25일 사직 삼성전에서 삼성 선발 정인욱으로부터 3연타석 홈런을 빼앗아냈다. 류 감독이 너무했다며 농담을 건넨 것이다.
이대호 : (무심한 척 미소를 지으며) 도와주십시요.
류 감독 : 우리가 말이다. 내일(8일) 정인욱이가 선발인데 말이다. 너 몸쪽 공 좀 조심해야 할거야.
3연타석 홈런에 대한 보복으로 몸쪽 빈볼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의미. 물론 농담이었다.
이대호 : 어우, 그럼 안 되죠. 만일 저 맞히시면 저쪽(1루)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쪽(삼성 덕아웃)으로 달려올겁니다.
류중일 감독과 취재진 모두 웃었다. 함께 웃던 이대호가 다시 한번 인사한 뒤 배팅케이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류 감독은 이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가 확정된 뒤 있었던 이대호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시 코치였던 류 감독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였다. 류 감독은 "정규시즌때 대호에게 '너 우리팀과 할때 안타 치면 나중에 대표팀에서 펑고 50개, 홈런 치면 펑고 100개씩 쳐줄거야'라고 협박했더니, 대호가 '아이고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하면서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팀은 다르지만 꽤 인연이 있는 류 감독과 이대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