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중국 방문단에 대해 뒷담화하는 발언이 방송에 포착돼 화제가 됐다. 평소 언행이 신중하기로 유명한 여왕이었기에 놀라움은 컸다. 더구나 여왕이 "매우 무례했다"고 말한 대상이 지난해 영국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주석 일행이었기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3일(현지시간) 시 주석 방문을 준비했던 영국 관계자를 인용해 발언과 관련한 전말을 재구성했다.
이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지난해 2월 시 주석의 국빈방문(10월)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여름께 중국 대표단이 시 주석의 방문에 앞서 영국을 찾았다.
이들은 이때 안보와 숙박, 음식 등과 관련해 요구사항을 한보따리 풀어놨다.
시 주석과 영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여느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버킹엄궁 '벨지언(벨기에) 스위트룸'에 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013년 영국 방문 때 이곳에 묵었다.
시 주석의 최측근과 수행원들은 버킹엄궁에 함께 묵게 됐다. 그밖의 고위 정부 관계자들은 런던 나이츠브릿지에 있는 5성급 만다린오리엔탈호텔에 묵도록 조정됐다.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준비하는 중국 대표단은 그러나 벨지언 스위트룸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유는 침실에 전용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었다.
벨지언 스위트룸은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왕세손비가 첫날밤을 보냈을 정도로 왕실에 의미가 있고 호화스럽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중국 대표단은 이 모든 것 보다 침실에 화장실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중국 대표단은 시 주석 수행원들이 묵는 방도 문제를 삼았다. 양기의 조화를 중시하는 중국 풍수지리를 적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말인즉슨 침대와 쇼파, 의자 등을 풍수지리에 따라 재배치하라는 것이었다. 거울과 그림 등을 치울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심지어 옷장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빨간색으로 다시 칠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만찬 음식에도 불만을 가졌다. 만찬 메뉴는 사전에 승인을 받아 결정된다. 하지만 중국 대표단은 이후 만찬 때 따로 음식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관계자는 이들이 영국측이 준비한 음식에 의심을 갖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중국 대표단은 이밖에 주차요원이나 객실 담당 직원들이 자신들의 방을 정리하거나 짐을 옮겨주러 들어오는 것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국빈방문에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중국 대표단은 또 밤이 되면 이상한 요구를 했는데 만찬장 대표단 자리에 마련된 이름표의 이름을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영국 관계자들은 이로 인해 보안에 혼선을 빚었다.
보안 문제와 관련해 영국 관계자들을 당황케 한 사건이 또 하나 있는데 중국 대표단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시 주석이 마차를 타고 시내를 행진할 때 마차에도 경호원을 붙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이 마차 행진을 할 때 경호원이 동승한 적은 없었다.
이 밖에 대표단은 시내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할 때 만찬 장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시위에도 크게 불안감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빈 맞이를 준비하는 영국 담당자들에게는 악몽으로 느껴질 요구들이었으나 영국측은 요구한 모든 것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버킹엄궁 관계자는 당시를 기억하며 "우리는 중국 대표단 곁에서 살얼음 위를 걷는듯 했다"면서 "그들은 상대하기 어렵기로 악명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