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갈량의 북벌 때 위연이 일명 '자오곡 계책' 을 건의합니다. 별동대를 조직하여 자오곡이라는 일종의 지름길을 통해 관중일대의 거성 장안(長安)을 먹어보겠다는 대담한 계책이었습죠.
특히 계책의 성공확률을 두고 삼국지 깨나 읽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핫한 떡밥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장안성이 무슨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명색이 과거 전한의 수도요, 관중지역의 중심이자 당시 위(魏)나라 서부의 중심도시이니 만큼 규모도 크고 성벽도 높고 해자도 있는데 대군을 동원해도 먹을까 말까인데 일개 별동대로 무슨 수로 거길 먹느냐는 반론부터 시작해서 백번 양보해서 먹었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의 일은 어쩔거냐 하후무가 암만 돌대가리로서니 촉이 그짓 하는 동안 위나라는 놀고있냐는 등 여러가지 변수가 산재해 있는지라 논쟁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이후 5호 16국 시대에 동진(東晉)의 환온이 북벌을 할때 전진(前秦)과의 전투에서 과거 위연이 건의한 자오곡 계책을 그대로 따라했다가 실패한 얘기도 언급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위연의 계책을 그대로 실행에 옮긴데다 과거 북벌을 벌이던 촉의 제갈량의 상황보다 더 조건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던 사례이니 만큼 이로 미루어 볼때 위연의 자오곡 계책 역시 시행했을시 실패했을 가능성이 농후했을 것이라고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사실 환온도 통솔하던 북벌군의 사마훈이라는 휘하부장에게서 건의를 받았던 것인데, 여기서 사마흔 曰 : "자고로 현자는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다고 했음. 내가 책읽다가 보니 옛날 삼국시대 때 위연이 자오곡 계책이라는 기똥찬 계책을 제갈량에게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하는 바람에 결국 촉은 북벌에 실패하고 말았음. 우리도 한번 시도해보는 것이 어떰? 내가 한중(漢中)에서 출발해서 도중에 자오곡으로 빠지고 장안을 칠테니 님은 거기 형주에서 곧장 북상하여 장안으로 오면 장안은 우리꺼임"
대충 이런 식으로 사마흔은 환온에게 자오곡 계책을 건의했고 환온도 오케이 해서 그 전략을 그대로 써먹습니다만 결국에는 사마훈은 자오곡에 있던 전진(前秦)군에게 박살이 나고 형주에서 북상하여 협공하려던 환온도 대패하여 북벌군 4만명 중 1만을 잃고 맙니다.
되도 않은 계책으로 병력만 잃은 환온은 사마훈에게 패전의 책임을 물었지만 사마훈은 자오곡 계책의 장본인이자 이미 죽고 없는 애꿎은 위연을 들먹이며 "괜히 얘 따라해서 얘 때문에 패한거임" 식으로 일관하다가 화풀이로 한중에 있던 위연의 묘를 파헤치고 시체를 훼손했다고 합니다.
뭐 그렇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