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라 한다. 인간은 과연 존엄 한가? 존엄 하다면 인간의 무엇이 존엄 한가? 그리고 인간은 왜 존엄 한가? “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라는 말 부터가 도대체 무슨 뜻인가? 우선 존엄의 사전적 의미는 엄숙할 정도로 본질적인 높고 귀함이다. 쉽게 얻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을 뜻하는 귀함에는 중요함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존엄함에는 그 귀함조차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중요함이나 귀함은 목적을 전제하는 수단적 의미이다. 그러니까 귀함이나 중요함의 대상은 어떤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떤 것이 귀하다면 그것은 그 어떤 것이 목적달성을 위해서 특별히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존엄함은 다르다. 존엄함은 목적 그 자체를 의미한다. 귀함의 대상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만, 존엄함의 대상은 목적 그 자체이다. 따라서 수단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체할 수도 버릴 수도 소모할 수도 희생시킬 수도 있지만 목적은 그럴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존엄의 대상이 되는 것 역시 그러하다. 결론적으로, “인간이 존엄하다”라는 이 말은 “인간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해야 하는 존재다”라는 것을 뜻한다. 나아가 사실명체처럼 만으로 들리는 이 말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해서라도 인간은 인간을 수단적인 존재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하는 당위명제로도 들린다. 인간은 존엄하다 라는 말의 뜻이 그것이라면, 그럼 정말 인간은 존엄 한가? 인간이 정말 존엄 하다면 왜 그런가? 왜 인간은 존엄 한가? 왜 존엄 해야만 하는가?
스스로가 추구하는 인간은, 또한 스스로를 추구한다. 독존체인 인간에게는 자의식이 있으며 자아를 탐구 할 수도 있다. 자아 탐구의 끝은 자기 자신의 가치, 목적, 의미를 찾는 것일 것이다. “나” 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을 성취하는 것이 누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나는 왜 살아가려고 하는가? 이런 식으로 자신에 대한 존재적 가치나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자존감이자 자기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다. 자신의 존엄성은 자신의 능동성, 나아가 자신의 독존성으로부터 인식된다. 자신의 절대적인 가치를 인식했을 때 다른 존재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능동성을 스스로를 위한 방향으로 추구할 수 있다. 이처럼 스스로를 위한 목적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으로 보건대 인간에게는 스스로 이외의 본질적으로 절대적인 목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독존성 이외에 절대적인 존엄성은 없다. 그러나 분명 인간은 인간 자체를 귀함을 넘어서 존엄한 존재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런가? 인간은 왜 인간을 타인을 존엄하게 여기는가? 인간이 뭐가 특별하길래? 인간의 그 대단한 역량 때문인가? 인간은 스스로를 볼 수 있는 자의식이 있기 때문인가? 인간은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있기 때문인가? 인간은 대체나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인가?
자존감: 자기 자신이나 자기 자신의 능동성에 대한 존재적 가치에 대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