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등장은
중국에서 그닥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세계의 명소가 모두 중국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모방의 대상과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름다운 호수와 동화같은 주택이
있는 광둥성의 한 마을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가
1조 1천억 원을 투자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마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마을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히는 할슈타트
중국은 이 마을을 통째로 베껴서
그대로 만들었습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직원들은
실제 할슈타트에 와서
전체 구조와 내부 모습을
꼼꼼히 촬영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불쾌감을 표시했던 할슈타트 시장이
짝퉁 할슈타트가 속해 있는
광둥성 후이저우 시와
문화교류를 약속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짝퉁을 본 중국인들이
진짜를 보기위해
오스트리아를 방문하기 시작한겁니다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자
할슈타트 시장은
더이상 항의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짝퉁 건물과 짝퉁 마을을 만드는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중국 북서부 고비사막 지역에 있는
간쑤성의 한 마을,
리첸을 찾았습니다
복장을 갖춰입으며
뭔가 단단히 준비하는 사람들
오똑한 콧날과 푸른 눈
여느 중국인과는 좀
달라보입니다
자신을 로마인의 후손이라
소개하고는
칼과 방패까지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30대 청년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까지
그들은 지금 로마 검투사가 되어
검술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농사 짓는 일 말고는
아무 것도 해본 적이 없는 주민들
처음 해보는 동작들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연습이 끝난 뒤,
한 주민의 집에 모두가 모였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먹는 음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밀가루 반죽에
소세지, 파, 두부, 햄 등을 넣어서
만드는 까오빙
유럽의 피자의 비슷합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리첸 지역의 전통 음식들
주민들은 이런 음식이 곧
자신이 로마인의 후손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로마부터 이 곳까지의 거리는 무려
10,000 km
어떻게 리첸 주민들은
자신이 로마인의 자손이라
말할 수 있는걸까?
2,000여 년 전
전쟁에서 패한 로마군 일부가
사라졌습니다
란쩌우 대학 연구팀은
그들이 도망쳐 정착한 곳이 곧
리첸이고
리첸의 주민들은
그 로마군의 후예라고 말합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자,
리첸 지방정부는
로마식 건축물들을 짓기 시작합니다
로마와 똑같이 말이죠
아치와 돔 양식이 특징인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본뜬
사원이 세워졌고
바티칸 광장도
만들어졌습니다
투자자들로부터
약 700억 원을 투자받아
고대 로마를 재현한
영화 촬영 세트장도 짓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이 곳에서
로마인 흉내를 내며 연습했던
검술 공연도 할 겁니다
그들은 지금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지방 정부까지 나서서
재빠르게 짓고 있는
로마식 짝퉁 건물들
리첸 사람들이
진짜 로마인의 후예인지 아닌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세우고 있는 이 건축물들이
곧 돈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