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의 나는 할줄 아는게 아무것도 없다.
금융권에서 일하시는 부모님 덕에 내 10대는 안정적이었다.
공부도 적당히 했고, 수능을 망치고 재수도 망쳤지만
서울 하위권 대학에 그럭저럭 들어갔다.
예쁘진 않았지만 어렸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신나게 놀았다.
남자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고등학교때까지 찌웠던 살이 빠지자 행복했고
내 삶의 중심은 남자친구들, 유흥이었다.
1년을 공부한답시고 휴학했지만, 반년은 놀았고 반년은 해외로 워킹을 갔었다.
가면 영어좀 하다 올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일이 너무 힘들었고
현지에서 사고가 생겨 3개월만에 집으로 들어왔다.
졸업 후 내게 남은건, 학점 3.0이 안되는 학점과 토익 800점이 다였다.
취업을 한답시고 알아보다 구인광고에 속아 다단계회사처럼 운영되는 곳에 들어갔다.
2달을 일하고 월급은 받았지만, 이건 아니다싶어 퇴사했고, 다시 반년정도 구직활동을 하다가
회사에 들어갔다. 중소기업 경리보조였다.
경리는 따로 있었고, 세무사도 끼고있었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은 잡무와 영수증정리가 다였다.
일이 많았지만 회사 사정이 좋아 월급이 나쁘지 않았기에 그럭저럭 2년을 좀 넘게 일할 수 있었다.
2년을 좀 넘게 일하다보니 직장상사와의 트러블이 심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이건 아니다싶어 퇴사를 하고 6개월간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다녀와 2개월간을 놀면서 집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쳐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생각도 없었고, 철도 없었기에 모아둔 돈 같은건 하나도 없었다.
안되겠다싶어 고민하다가 회계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하나를 땄고, 다른 하나를 준비하는 도중
누군가의 소개로 취업을 했다. 엉망인 곳이었다. 3개월을 일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나는 올해로 할줄아는게 아무것도 없고, 이렇다할 경력도 없는 30살의 백수가 되었다.
친구들은 3년,4년씩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무언가를 하며 나름의 스펙을 쌓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줄 아는게 없다. 먹고 자고 쓰고 쉬는동안 15kg이 늘고,피부가 좋지 않은.
길거리에서 아무도 한번 쳐다보지 않는, 존재감 없는 사람.그게 바로 나였다.
그래도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곧 일을 구할 것이다. 할줄아는게 없으니 또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가
잡무를 볼지도 모른다. 어찌어찌 운동도 해서 살을 뺄수도 있고 적당히 화장을 하고 다닐 것이며
200만원이 안되는 월급을 나누어 적금을 꼬박꼬박 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이전처럼 한달벌어 한달 카드값으로 다 내는 생활을 할 수도 있고.
어떤 삶을 살든,그냥 꾸역꾸역 아무것도 없이 살아지는 인생일테니 기대도 없고 희망도 없다.
과거를 열심히 후회해보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안다.
그냥 이렇게 꾸역꾸역 살다 죽겠지. 지금죽었으면 좋겠다.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