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아직도 부끄러운데
제가 아침에 버스 타고 회사 오고 있었어요 저는 버스 뒷문에서 바로 뒷자리
이쪽에 앉아있었어요 안쪽에 앉아있었죠
그리고 제 옆에 여고생 A가 앉아있었고
여고생 B가 이 봉을 끌어안고 서서 가면서 여고생 A와 얘기 중이었죠
뭔 얘기하는지는 신경 안 써서 모르겠지만 대화 중이었으니 친구였겠죠
저는 그냥 옆에서 인터넷 유머나 보면서 킄킄대고 있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내려야 하는 곳에 와서 슬쩍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버스기사분 운전이 워낙 터프 하셔서 일어나려다
그대로 다시 툭 앉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일단 내려야 하니 다시 일어났는데 역시나 뒤로 넘어갈 거 같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나가던 도중이라서 이대로 넘어지면 여고생 A의 무릎에 앉게 될 거 같은 거예요
그 짧은 순간에 오만 생각이 다 들었고
'무릎에 앉는 순간 바로 철컹철컹 전자발찌 각이다...!'
저는 그냥 몸이 가는 대로 팔을 뻗어서 앞에 봉을 잡았습니다
문제는
아까 그 봉을 여고생 B가 끌어안고 있다고 했잖아요
제가 그 여고생을 손으로 치면서 봉을 잡게 됐는데
제 자세가 안 넘어지려고 발을 쾅 구르면서 손을 뻗는데
그 손도 봉을 잡으려다 보니 동그랗게 말려서 거의 주먹을 쥔 상태로 잡으면서 쳤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흡사 자세가
철권에 나오는 폴 피닉스처럼 붕권으로 여고생 갈비를 때렸단 말이에요
여고생 B는 '엌!' 소리를 내며 몸을 좀 땠고 저는 봉을 잡았죠... 순간 정적과...
저는 정말 피가 온몸에서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여고생에게 미친 듯이 사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봉 잡으려다가 ㅠㅠ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학생!!!'
근데 그 여학생이 갑자기 풉!!! 하더니 빵 터져서 킄킄킄 웃으면서
'앜ㅋㅋㅋ 옠ㅋㅋㅋ 괜찮아욬ㅋㅋㅋ'
이러면서 엄청 웃는 거예요...
분명 엄청 세게 때린 거 같은데...?;;
심지어 친구 여고생 A도 거의 숨넘어갈 정도로 웃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진짜 너무 겁나고 걱정돼서 연거푸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그 여고생 B는 웃느라 대답도 잘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웃으면서 제가 앉아있던 자리로 가서 앉더니 자기들끼리 툭툭 치면서 깔깔대더라고요
너무 당황스럽고 식은땀 나서 내리려던 곳도 못 내리고 다음 정거장까지 갔는데
그때까지 꺄르릌꺄르릌 웃는데 일단 내리면서 그 학생한테 명함 주면서
혹시 아프면 병원 가면서 연락 좀 달라고 하고 내려서 회사로 뛰어갔죠
지금도 모르겠어요; 그 학생 안 아팠던 건가;
혹시 막 무림 고수였고 그런 건가;
'후후훗 야레야레 와타시에게 닝겐 따위의 주먹은 간지럽군 후후훗'
막 이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