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노동자의 힘이다"
힘없는 노동자들이 없는 힘을 모아 큰소리를 내는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레닌의 말이다.
1970년, 자기 몸을 불살라가며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친 노동운동가 전태일의 레지스탕스는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요즘 잘못된 투쟁과 저항으로 고결하고 존귀했던 역사들마저 더럽히는 걸 보고있자니 답답하고 씁쓸해서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따뜻하면 곰팡이가 빨리 퍼지고, 더우면 벌레가 끓는 법이다.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고
배신감과 분함에 더 많은 비난과 여론이 쏟아져 언론이 집중하고 있는것같다.
그들은 세가지를 틀렸다.
첫째로 시기가 틀렸다.
지금은 휴가철이다.
성수기에 두바이유까지 크게 올라 항공권티켓이 무척이나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큰 맘먹고 반년동안 찌든 몸을 풀고자 거금과 시간을 들여 휴식하러 떠나는 시기이다.
그런데 자기네들 안정된 생활과 여건을 보장시켜달라고 배째고 드러눕는건 승객없이 본인들이 있을 수 없다는걸 망각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경제불황기이다.
항공기로 운송되는 물건들은 '부피작고 무게적은 것들'로 볼 수있다.
부피 큰 차량이나 가전제품 등등은 선적으로,
반도체·LCD·휴대전화 같은 것들은 항공으로 옮기는데
지금 경제를 살리고 있는 것들이 아쉽게도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항공기 운행중단이라는 건 경제의 혈로를 끊어막겠다는 소리와 진배없다.
아시아나를 통해 수출하던 삼성,LG 등등 대기업들이 화물을 보내지 못해 얻은 손해가 수십억이라고 한다.
현재는 가까스로 다른 항공사편을 통해 수출하고 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란다.
기업측은 파업이 끝나더라도 다신 계약하지 않겠다고 예민한 입장을 밝혔다.
승객보다 수익이 큰 곳이 화물운송이다.
아시아나는 큰 밥벌이들마저 놓쳤으니 연봉을 도리어 깎아야 할 판이고
수출이 막혀서 경제가 더욱 악화되게 생겼으니 국민들이 노조측에 파업을 해야할 판이다.
둘째는 요구가 틀렸다.
조종사는 멋진 제복을 입고 높은 연봉을 받는 폼나는 직업으로 손꼽히는 많은 어린이들이 꿈꾸는 하늘의 일꾼들이다
그런 그들이 빨간띠를 두르고 더워죽겠는데 체크남방에 낚시조끼까지 입고 안전을 운운하며 본인들에게 편리하고 유리한 요구를하며 속물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존에 관례처럼 해왔던 것들에대해 문서화를 시켜달라고 하고 있다.
항공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어떤 좋은 대우를 받는지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도 모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소문을 통해 잘 알려진 것들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밉지않은 시선으로 부러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피로와 승객의 생명을 결부해서 안전이라는 볼모로 더 많은 혜택을 얻고자 큰소리치니 부러워했던 국민들은 이제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또, 조종사의 승격,징계를 결정하는 자격심의위원회에서 노조원 3명의 의결권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틀렸다.
조종을 하려 회사에 입사한 사람이 왜 경영에 신경쓰는가
간부들이 죽을 쒀서 개를주던 사람을주던 그건 경영진 마음이고 책임이다.
서당개 삼년이면 뭘 읊는다고 연차가 많이 쌓이면 어깨너머로 배우고 듣는게 있어 회사 돌아가는 모습도 좀 보이고 신경쓰이겠지만
경영진이 조종석 옆에 앉아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는것과 같은 이기적이고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그들도 그들만의 조종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걸 같이하려드나.
세째가 대의와 명분이 틀렸다.
투쟁을 위한 봉기를 해야할 때 반드시 갖춰야할 조건은 대의와 명분이다.
그들은 세계적인 추세가 어쩌고... 다른 회사들은 저쩌고.. 등등으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많이 다니다보니 아는것도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누가봐도 설득력이 없고 눈에 거슬리는 명분들이다.
지나온 역사를 봐도 그것들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투쟁과 저항은 민중에게 불만과 역적소리만 듣고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어갔다.
모든 것들이 다수의 흐름이라는 이유로 인해 한 방향으로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수많은 사람을 이끄는 사람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책임감이 없는 리더에게 특별한 사연과 관계가 있지않는 한 목숨을 맡기고 따르는 사람은 없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에게 우리 목숨을 맡기고 편안히 비행기를 타겠는가
만약 사고가 나면 승객들은 나몰라라하고 저 혼자만 탈출할 인간들이 비행기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에 치를 떨고
'위험한' 하늘에서 조종을 해야 할 시간에 '안전한' 풀밭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으니 이가 갈린다.
http://www.kanon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