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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돈이 문제이긴 합디다.
게시물ID : animal_166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ynousia
추천 : 10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8/28 0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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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야옹이가 위급하게 구조되어 우리 집으로 온 지 사흘째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이젠 이 방도 어느 정도 낯이 익었는지, 외따로 탐색을 한다거나 도망갈 구석을 찾는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전히 자기 곁을 저에게 내주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밥 먹을 때야 어쩔 수 없이 주사기로 강제 급여를 하고 있으니 옆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시간이 끝나면 또 자기 혼자 여기저기 어슬렁거리기도 하고, 어디 구석에 틀어박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허피스 질환은 상부 호흡기계통에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병으로 눈이나 코, 입 그리고 기관지나 폐쪽으로 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주특징으로 하는데, 이 녀석은 이제 예전만큼 그렇게 심하게 앓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코는 안쪽으로 꽉 막혀있던 부분이 어느 정도 뚫렸는지 쌕쌕거리면서도 숨을 쉬기 시작하고 있고, 눈이나 입 또한 상당히 많이 호전되어 그 몰골이 정녕 말이 아니었던 시절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지금은 깨끗해진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근심스러운 것은 재채기가 종종 끊이질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걷고 또 점프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약을 다 먹게 되면 나으려니, 잘 못 걷고 잘 못 뛰어다니는 것은 영양부족이니만큼 잘 먹고 싸고 자면 또 자연스레 나으려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딱히 심각하게 걱정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똥 싸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점은 지금 저에게 가장 큰 걱정거리로 대두되어 있습니다.
벌써 우리 집에 온 지가 4일이 넘어가고 있는데, 똥 한 번 싸질 않다니...
아무리 그동안 많이 못 먹고 지냈다지만, 혹은, 아무리 그동안 낯선 곳에서 스트레스만 줄창 받아왔다지만, 4일이 지나도록 똥 한 번 안 싸는 건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일이면 똥 싸겠지, 똥 싸겠지, 기다려왔던 저는 이 녀석이 똥 싸는 걸 보는 게 이젠 간절한 소원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싸질 않습니다.
너 때문에 화장실이며, 모래며, 각종 비품들을 좋은 것들로 공수해와서는 마냥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정작 똥을 싸질 못하니...
답답하였습니다.
내일도 정녕 싸지 않으면 또 병원에 가봐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걱정 반 근심 반으로 그 녀석에게 어김없이 밥을 주사기로 쏘아 먹이고, 저 또한 점심을 대충 먹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속이 메스껍고, 이상하게 속이 불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평소 지병을 많이 달고 사는 터라 여러 가지 고통을 많이 겪어 봤다고 자부하지만, 이런 느낌의 고통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분명히 배가 아픈 것 같은데,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의 고통은 분명히 아니고, 그렇다고 심인성 장질환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그냥 일시적인 고통인가 싶어 계속 참았습니다.
하지만, 금방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그 고통이 한 시간을 넘어 두 시간째 연이어 휘달리고 있습니다.
아...
이건 분명히 어딘가 또 다른 데서 문제가 터진 게 확실한 것 같았습니다.
아랫배를 움켜쥐고 최대한 아프지 않게 몸을 꼬부린 채 누워서는,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해보고 또 알아보아도 원체가 무슨 질환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젠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서 거의 마비 상태가 오는 듯하였습니다. 
정말 이러다가는 나 혼자 죽겠다 싶어서 처음에 전화하려다 만 119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저는 정말 간만에 앰뷸런스에 실려서는 응급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연휴라 그런지, 어디가 아파서 실려 온 사람들로 응급실은 상당히 소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료진들은 상당히 바쁘게 돌아다니는데도 불구하고 제 차례가 금방 돌아올 것 같진 않았습니다.
급한 대로 지인분들께 연락을 넣어 아는 의사분께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수화기로 타고 오는 인자한 목소리의 의사 선생님은 제 증상을 끝까지 신중하게 들어보시더니, 아무래도 장염 같아 보인다며 이것저것 자세한 응급 지침이나 설명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다른 곳의 의사분께 진단을 받고 누워있자니, 인턴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와서는 이곳저곳 제가 아프다는 곳을 만져보고 신장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러저러해서 미리 양해를 구하는데, 다른 의사분이 장염 같다고 하였으니 그것도 가능성이 있느냐 물어보았습니다.
인턴은 다시 여기저기 제 배를 만져보더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일단 수액을 맞아보고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도록 합시다 하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또 정말 간만에 수액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고통스러워하며 응급차에 실려왔던 저는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쌩쌩하게 응급실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분은 수액을 빨리 다 맞아도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집에 혼자 있을 야옹이 밥때도 놓치게 될뿐더러, 길냥이들에게 항상 밥 주던 시각까지도 놓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미 몇 분 만에 다 나은 듯한 기분이 들었으므로, 저는 다시금 야옹이와 길냥이들의 밥때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야옹이는 아직도 몸이 성치 못하여 밥때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강제 급여를 해오고 있는 터였고, 길냥이들 또한 매일 하루 한 끼씩은 꾸준히 빠진 적 없이 주어 왔습니다.
그러니, 다시금 집에 가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수액을 이십여 분 정도 맞다가 결국은 때려치우고 병원 근처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택시 안에서 제 손안에 쥐어진 응급 비용 명세서를 보게 되었습니다. 
각종 응급비가 다 합쳐도 채 4만 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게는 이 돈도 과히 적은 액수는 아닙니다만, 그래서 응급실로 실려오기 전 끊임없이 갈등했던 게 이 경제적인 비용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만, 이 돈을 부득불 지난번 야옹이 응급 구조 시의 비용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다 감안해도 거의 3배나 비싼 비용을 야옹이 응급구조하려고 썼다는 사실에 저는 참으로 아연했습니다.
그렇게 큰 돈을 그 녀석을 구하는 데 아무렇지도 않게 쓴 제 자신에게 저는 아연했고, 그렇게 쓰고도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에게 또 한 번 스스로 아연했으며, 그렇지만 그렇게 큰 비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청구하는 동물병원의 그 행태들에도 참으로 아연하였고, 그렇게나 까내리던 인간들의 제도가 참으로 인간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아연하였던 것입니다.
정말 애완동물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난한 자에겐 더욱더 그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 저를 절망스럽게 하였습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그 시인의 시구가 길냥이를 하릴없이 들일 수밖에 없었던 저같이 가난한 인간에게조차도 무심하게 빗겨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으로 슬펐습니다. 
저 또한 사실 그런 경제적인 비용을 알기에 길냥이들에게 그저 밥만 주고 있을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좀 더 돈을 벌고 난 뒤에나 유기 센터에서 고양이 한 둘을 입양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사란 게 늘 그렇듯이, 참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나 봅니다.
이렇듯 뜻하지 않게 야옹이를 집안으로 들이게 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니, 이젠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아모르 파티.
운명애.
그저, 야옹이와 알콩달콩 살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열심히 돈 벌러 다녀야겠습니다.
         

출처 http://blog.naver.com/ha_eun_love/22079416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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