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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정치철학 - 노무현 추모
게시물ID : sisa_104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낭만백수
추천 : 3
조회수 : 7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24 12:41:30
탈 권위, 탈 카리스마.
이 두 마디면 족하겠다.
예수님은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들이대고
겉옷을 빼앗으면 속옷도 주라 하셨다.
 
그는 단 한번도 강력한 카리스마나 리더쉽, 위엄을 보인 적이 없으며
오히려 자기를 낮추는 일에 골몰하셨다. 심지어 죽기까지.
 
제자가 자기를 잡으러 온 자를 해치자 오히려 제자를 나무라시고 그를 치유해주셨고,
5천명을 능히 먹이시고는, 당장의 먹을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부자의 수만금보다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을 더 중히 여기셨고,
십일조와 금식에 투철하던 바리새인보다 먼 발치서 눈치만 보는 삭개오를 더 사랑하셨다.
 
안타까울 뿐이다. 종교적 색채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가장 예수와 닮은 정치인이었을텐데.
남들이 아무리 욕을 하여도, 난 언제나 그를 존경한다는
말을 결코, 누구에게도 숨기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비권위적이었으며, 힘을 내세우지 않았고,
우리가 한번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민주주의라는
달콤한 열매를, 살짝 맛이라도 보게 해준 사람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철없는 무리들조차
구속하거나 체포하지 않고, 자신이 뒤로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나 어릴적만 하더라도, 당장에 가죽잠바를 입은 사람들에게
끌려갔을 법한 소리를
마음껏 떠벌일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든 사람이었다.
 
하여튼, 서울시를 봉헌하고 대형교회에 헌신하며
교우들을 특히 중용하는 어떤 장로님은
별로 이런 모습을 닮지 않은 듯 하여
안타까움이 가중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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