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나는 내일이라도 나가면 그만…"이라며 마음에도 없는 '한가한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에 '직(職)'을 걸어야 한다. 더 이상 혀를 잘못 놀려서도 안된다.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는 납득이 가지 않은 용병술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감정적인 발언이 불신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입만 열면 설화에 휩싸이면서 리더십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우리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다", "당장 월드컵 본선에 가야하는 목표를 가진 우리가 오늘처럼 경기를 한다면 상당히 어렵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기적인 플랜에서 나와야 한다, 유소년 단계서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결과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발언들, 그러나 현실이었다. 이란에 0대1로 패한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내뱉은 믿기 힘든 허언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착각은 이란 원정에서 돌아온 후에도 계속됐다. 거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 자리를 빌어 내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12년 동안 몇 명의 감독을 선임했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총 10명"이라고 한 뒤 "감독 교체를 위해선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K리그 발전, 선수발전, 교체로 인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변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분석에도 시간이 모자라야 할 감독이다. 시간이 얼마나 많길래 역대 감독 숫자까지 계산한지 모르지만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아공에서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에 진출에 성공한 허정무 전 감독의 경우 축구협회는 계약 연장을 원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강희 감독도 최종예선으로 임기를 못박았다. 감독을 교체할 수밖에 없는 사유가 있었다.
또 하나 슈틸리케 감독이 K리그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그는 쓴소리만 쏟아냈을 뿐 K리그를 수준 낮은 리그로 폄하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팀을 향해 "어떻게 4강에 오른 지 모르겠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K리그 감독들과 슈틸리케 감독의 회동이 단 한 차례에 그친 것도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