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
고조유방은 패 에서 기의하여 뙤약볕아래 말달리고 찬 이슬 맞으며 언 밥을 먹고 노숙하며
불의한 진나라를 치고 천하를 제패했다.
항우를 잡고 한제국을 창건 하는데는 말타고 수레를 달리던 억센 장수들의 공도 컸지만
그 외에 변사들의 지모와 변설의 힘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조는 말 등 위에서 천하를 얻었지만 말 등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수 없어 유능한 변사와 유세객을
등용하여 그 뜻을 이루었다.
이 변사와 세객들은 사신으로서 변설을 통해 제후들을 회유하고
그로 인하여 제후들이 모두 친근감을 가지고 한으로 귀순하여 번병과 보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이제부터 당시의 유세객들의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거마상득지 영가이마상치지호?(居馬上得之 寧可以馬上治之乎?)
역선생 이기(酈食其)는 진류현의 고양 출신이다.
독서를 즐겨했으나 집이 가난하여 먹을거리를 구할수 없어서 마을의 감문리 로 있었다.
진류현의 현자나 호족등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했으며
나이많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를 보고 미친놈 취급을 했다.
당시에 진승과 항량이 봉기한후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각지를 공략하고
차례로 위세당당하게 고양현을 지나쳐 갔다.
역생은 몸을 의탁할만한 사람을 찾기위해 성문을 지나쳐가는 장수들을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모두 올망졸망한 인물들뿐 역생의 마음에 드는 인물을 찾을수 없었다.
이에 역생은 자신의 재능을 깊이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다.
후에 패공이 진류성 부근을 공략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역생은
유방의 휘하에서 기병으로 종군하고 있는 마을 젊은이를 만나 말했다.
"패공이 오만불손하지만 가슴에 큰 포부를 품고 있다고 하니 내가 이사람을 따르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나를 패공에게 소개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네가 돌아가 패공을 만나거든
다음과 같이 내 말을 전하라"
ㅡ신의 고향마을에 역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는데 나이는60세가 넘었고 키는8척이며
사람들은 모두 그를 ‘미친놈’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자기는 스스로 미친놈이 아니라고 합니다ㅡ
젊은이가 대답했다.
"패공은 유자들을 좋아하지 않아 유관을 쓴 손님이 오면 재빨리 관을 벗겨 그 안에 오줌을 누곤 합니다.
괜히 찾아 갔다가 두들겨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니 아예 꿈도 꾸지 마십시요."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할것이니 너는 가서 말을 전하기나 하여라."
패공이 고양의 역사에 당도하여 쉬고있을때 역생의 마을 젊은이가 패공에게 역생의 얘기를 했더니
패공이 만날것을 허락했다.
역생이 찾아와 패공을 만났을때
패공은 역생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서 거만하게 다리를 벌리고 두 여인에게 발을 씻기고 있었다.
역생이 절하지 않고 가볍게 읍 한후에 패공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진나라를 도와 봉기한 제후들을 공격하는 중이오?"
패공이 듣고 역생을 꾸짖었다.
"이 비루한 유자 놈아
지금 천하가 진나라의 폭정으로 고통을 받은지 오래 되었다.
그래서 제후들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몸을 일으켜 진나라를 공격하려고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진나라를 도와 제후들을 공격한다고 하느냐?"
"그렇게 정의로운 인간이 의자에 퍼질러 앉아 오만불손하게 연장자를 맞이한단 말이오?"
이말을 들은 패공은 무언가 상대에게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패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씻기던 여인들을 물리치고 역생을 상좌로 모시고 사죄했다.
역생은 전국시대때 육국이 합종연횡하던 당시의 형세를 분석 평가하여 패공에게 들려주었다.
패공이 크게 기뻐하여 잔칫상으로 역생을 대접하고 장차 진나라를 공략할 계책을 물었다.
역생이 대답하였다.
"계책이고 뭐고 1만명도 안되는 오합지졸을 거느리고 무얼 하겠습니까?
이것은 범의 아가리에 고기를 던져주는것에 불과 합니다.
지금 이 진류땅은 사통팔달의 요충이며 성 안에는 매우 많은 곡식이 있어서 공격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진류성의 현령을 잘 알고 있으니 저를 사신으로 보내주시면 몇마디 말로서 그를 항복시킬것이며
만약 그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성 안에서 내응할것이니 패공께서 군사로 진류성을 공격해 주십시오."
그래서 역생이 패공의 사자로 진류성으로 떠나가고 패공은 군사를 이끌고 그 뒤를 따랐다.
역생의 계획대로 진류성을 어렵지 않게 항복 받았다.
그 공으로 역생은 광야군의 칭호를 받게 되었다.
역생은 자기의 종제 역상을 패공에게 추천하였다.
패공이 역상에게 군사 수천을 주어 남서쪽을 공략하게 하였다.
역생은 항상 패공의 세객으로 제후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왕3년.
역생이 한왕에게 한 계책을 상주했다.
"신이 듣건대 왕자는 인민을 하늘로 삼고 인민은 양식을 하늘로 삼는다 하였습니다.
저 오창은 오래전부터 천하의 양식이 모이고 교통하는곳입니다.
그런데 초나라는 형양을 함락시키고도 이 오창을 굳게 지키지 않고 동쪽으로 떠났으며
형양을 죄수들로 하여금 지키게 했으니 이것은 하늘이 오창의 곡식을 한군의 자원으로 삼도록 한것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급히 군사를 내어 형양을 탈환하고 오창의 곡식을 확보한후에
성고의 험로를 막아 태행산을 넘는 길목을 차단하고 백마진의 나루를 지켜
제후들에게 천하의 형세가 누구에게 기울고 있는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여러 제후들은 누가 천하의 주인인지를 알고 모두 대왕께 귀순하게 될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한왕이 매우 기뻐하며 역생의 의견을 따르기로 하였다.
역생이 계속 이야기 했다.
"지금 연나라와 조나라는 어느정도 평정 되었지만 제나라는 전광이 사방천리를 지배하고
전간이 20만의 군사로 포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나라는 수십만의 군사를 투입해도 쉽게 함락시킬수 없을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조칙을 받들고 제나라로 가서 제왕을 설득시키고
제나라가 한의 번병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한왕은 오창을 점령하기 위해 형양성에 맹공을 퍼부었고 역생은 한왕의 사자로 제나라로 떠났다.
역생은 천하의 형세와 이익으로 제왕 전광을 설득하여 어렵지 않게 제나라의 항복을 받아냈다.
역생의 이번 공로는 참으로 높고높다 아니할수 없었다.
역생에게 설득당한 제왕전광은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자신의 영토를 지키고 일족의 안녕을 보장받게 되어 마음이 매우 흡족했다.
전광은 역하에 포진하고 있던 군대의 경비를 풀고 큰 잔치를 벌여 역생과 더불어 몇날 며칠을 즐겼다.
한편 회음후 한신이 역생의 공적을 들었다.
수십만의 군사로 오랜세월을 공격해서도 얻지 못한 제나라를 역생이 세치 혀를 놀려서 접수했다는 말에
한신은 한편으로 시기심이 들기도 하고 또한편으로는 화가나기도 했다.
"제나라를 공격하라는 한왕의 조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한신은 평원진에서 야간 도하작전을 감행하여 무방비상태의 제나라 군사들을 기습했다.
크게 놀란 전광은 역생을 불러 물었다.
"역선생.이게 어찌된 일이오?"
"무언가 오해가 생긴듯 합니다."
"그대가 나를 속인것이 아니오?"
"나는 절대로 속이지 않았소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능히 한나라 군사들의 진군을 막을 수 있다면 그 말을 믿겠소.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을 끓는물에 삶아 죽일것이오."
그러자 역생이 대답했다.
"큰일을 도모하는 사람은 자질구레한 일을 개의치 않으며,
덕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책망을 사양하지 않는다고 했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내가 제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다시 할 수 있겠소?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한적은 없소이다."
그리하여 전광은 즉시에 역생을 삶아죽이고 병사들을 이끌고 동쪽으로 달아났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육가(陸賈)는 초나라 사람이다.
빈객의 신분으로 천하를 평정한 고조를 호종하며 구변이 좋은 세객으로 이름을 얻어
고조의 측근에서 변사로서 항상 제후들에게 사자로 가곤했다.
고조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중국을 안정시킬때 남월을 평정한 위타는 스스로 그곳의 왕이 되었다.
고조가 위타를 남월왕에 봉한다는 인장을 주어 육가를 사자로 보냈다.
이윽고 육가가 남월에 당도하자 위타는 남만의 풍습대로 머리에 상투를 커다란 방망이처럼 틀고
양 다리를 벌려 거만하게 앉은 자세로 육가를 맞이했다.
육가가 그런 위타를 보고 말했다.
"그대는 중국사람 입니다.
또한 당신의 친척과 형제들도 모두 진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지금 본성을 어기고 중국의 의관을 버린채 구구한 월나라를 믿고
천자와 대적하려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가소롭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천자께서 항우를 주멸하고 중국을 통일한것이 불과 5년만에 성취 되었으니
이는 인력으로 된것이 아니라 하늘의 천명이 일으켜 세워준 위업 입니다.
천자께서 천하 백성들과 힘을 합하여 폭도와 반역자를 무찌를때
당신은 남월의 왕으로서 조금도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나라의 장군들과 대신들이 군사를 보내어 당신을 주벌 하라고 주청했지만
자애로우신 천자께서는 다시 정벌의 군사를 일으켜 백성들에게 고통을 주는것을 못내 마음아파하셔서
정벌을 잠시 뒤로 미루고 당신에게 왕의 인장을 주고 할부를 갈라 평화를 갈망하는 뜻을 전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교외까지 나와 영접하고 북면하여 칭신해야 마땅한 일이거늘
자신의 능력도 모르고 천자께 순종하지 않고 오만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나라가 이런 정황을 알게 된다면 그대의 선조들 분묘를 파헤치고 종족들을 멸족시키고
한 사람의 편장에게10만의 장병을 주어 남월로 진군시킨다면
월나라 사람들은 당신을 죽이고 한나라에 항복할 것입니다.
이는 손바닥을 뒤집는 일보다 쉽습니다."
듣고난 위타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용서 하십시요.
오랬동안 오랑캐 땅에 살다보니 이처럼 예의를 까맣게 잊었습니다."
위타는 육가에게 사죄한뒤 이렇게 물었다.
"나와 소하.조참.한신등을 비교하면 누가 더 현명합니까?"
"왕께서 더 현명하십니다."
"그러면 황제와 나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황제는 풍.패 에서 일어나 포악한 진나라를 치고 강력한 초나라를 주멸한뒤 천하에 이익을 주고
폐악을 없앴습니다.
또한 삼황오제의 대업을 계승하여 중국을 통치하니 그 인민은 억을 단위로 세고
영역은 사방 만리이며 천하의 모든 땅을 차지하고 있으니 이러한일은 천지개벽이래 없던 일입니다.
반면에 이곳 남월은 겨우 수십만의 인구로 산과 바다 사이에 끼어 미개하고 구차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한제국의 일개 군 만도 못한 나라의 왕이 어찌 천자와 비교할수 있겠습니까?"
위타가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중국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의 왕이 되었소.
내가 중국에 살았다면 어찌 한나라의 황제만 못하겠소?"
마음이 크게 흡족해진 위타는 육가를 여러달동안 머물게 하면서 주연을 베풀어 대접했다.
육가가 한나라로 돌아갈때 위타는 천금의 보물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선물로 주고
또한 송별금으로 다시 천금을 주었다.
육가는 마침내 위타를 남월왕에 봉하고 그로 하여금 칭신하여 한나라를 받들게 했다.
육가가 귀환하여 복명하자 고조는 크게 기뻐하고 그를 태중대부에 제수했다.
육가는 때때로 고조 앞에서 시경'서경'등을 인용하여 정사를 이야기 했다.
그러나 워낙에 유학을 싫어하는 고조는 육가가 그럴때마다 짜증을 냈다.
"짐은 말등에서 천하를 얻었다.
시경.서경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자 육가가 다시 고조에게 아뢰었다.
"말등에서 천하를 얻었지만 말등에 앉아 천하를 다스릴수는 없습니다.
탕왕과 무왕도 역도로 천하를 얻었지만 순도로 이것을 지켰습니다.
옛날 오왕 부차나 진나라의 지백은 무력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에 망했습니다.
또한 진시황은 엄혹한 형법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은 진나라도 망하고 말았습니다.
만일 진나라가 천하를 겸병한 후에 인의를 행하고 옛 성왕들의 법을 본받았다면
폐하께서 어찌 나라를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고조는 육가의 말이 마땅치 않았지만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나를 위해 진나라가 어떻게 천하를 잃었고 짐이 어떻게 천하를 얻었으며
옛날 나라를 얻고 잃은 일들을 책으로 지어 올리시오."
그래서 육가는 국가의 흥망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모두12편의 책을 저술하여 바쳤다.
육가가 책을 한편 한편 지어 올릴 때마다 고조는 훌륭하다고 칭찬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좌우의 측근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 책의 제목을 신어(新語)라 했다.
효헤제때는 여태후가 정권을 잡고 있었다.
여태후가 자기 일족인 여씨들을 왕으로 세우려 했지만 대신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후의 권세가 두려워 아무도 입을 열어 간쟁하지 않았다.
육가는자신의 힘으로 어쩔수 있는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병이라 핑계대고 사직하여
집안에 들어 앉아 버렸다.
육가에게는 다섯명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남월에 사신갔을때 위타에게 받은 천금이 들어있는 보따리를 풀어 아들들에게 각기 200금씩 나눠주어
생활하도록 했다.
육가는 사두마차를 타고 가무를 즐겼으며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시종 열명을 거느리고
허리에 백금짜리 보검을 차고 다녔다.
하루는 아들들을 불러 모아놓고 말했다.
"너희들과 한가지 약속을 해야겠다.
내가 너희들중 누구의 집에라도 방문하면 나의 일행에게 술과 음식을 주고 말에게 먹이를 주어라.
결코 한집에 열흘 이상 머무는 일은 없을것이다.
내가 너희중 누군가의 집에서 죽거든 그가 나의 보검과 말과 수레와 시종들을 가져라.
나는 사방을 유람할것이니 내가 너희의 집에 머무는것은 잘해야 두어번일것이다."
여씨 일족들이 점차 권세가 커져 유씨의 황실을 위태롭게 했다.
우승상 진평이 이 사태를 걱정했지만 여씨와 다투어 승산이 없음을 우려하여 은인자중 하고 있었다.
육가가 진평의 집을 찾아가서 진평의 앞에 앉았는데
진평은 그러한 걱정으로 육가가 온줄도 모르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무엇을 그리 골똘히 생각하시오?"
"아..언제 오셨소?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것 같소?"
"당신은 지위가 우승상이며 식읍이 삼만호이니 부귀가 극에 달하여 세상에 더이상 바랄것이 없을것이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심이 있다면 오직 하나뿐일것이니 그것은 어린 군주에 관한 일일 것이오."
"그렇소이다.
이제 내가 어찌 해야겠소?"
"천하가 편안하면 사람들이 재상의 뜻을 살피고 천하가 위급하면 사람들이 장군의 뜻을 살피는 법입니다.
장군과 재상이 마음을 합하면 선비들이 힘써 따르는 법이며 선비들이 힘써 따르면 천하에 변란이 일어나도
권력은 분산되지 않습니다.
국가의 대계는 오직 두분, 승상과 태위 주발에게 달려있소.
내가 항상 태위에게 이일을 상의하려 했으나 나는 태위와 농치는 친한 사이라
내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을것이오.
그러니 승상께서 직접 강후와 친교하여 깊은 우정을 만들어 놓는것이 좋을 것이오."
육가는 진평에게 여씨 일족을 누를 계책을 몇가지 일러 주었다.
진평은 육가의 계책에 매우 기뻐하고 육가의 말에 따라 500금을 풀어
강후 주발의 생일날 수많은 가무를 동원하여 성대한 축하연을 벌여 주고 함께 즐겼다.
주발은 몹시 즐거워 하였다.
주발도 가만있지 않고 진평에게 똑같이 잔치를 열어 보답했다.
두사람의 친분이 깊어지자 여씨 일족의 움직임이 위축 되었다.
진평은 육가에게 노비 100명과 거마 50승 현금 오백만전을 보냈다.
육가는 그 돈을 조정의 공경대신들과 교제하는데 아낌없이 써댔다.
그리하여 육가의 명성이 널리 퍼졌다.
승상과 장군이 화목하고 공신들이 똘똘 뭉쳐 있으며 공경대신들이 모두 화기애애 하니
여씨 일족들이 술수를 부리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여태후가 죽자 대신들이 여씨 일족을 모두 주멸하고 효문제를 세웠다.
육가의 공이 지대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효문제가 즉위한뒤 육가는 태중대부가 되어 남월에 사신으로 가기도 하는등
황제의 뜻에 부합하여 많은 공을 세웠다.
ㅡ이 일에 대하여는 <남월 열전>에 기록 되어 있다.ㅡ
육가는 행복하게 살다가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평원군 주건(朱建)은 초나라 출신이다.
회남왕 경포의 재상이 된적이 있었지만 죄를 짓고 사직 했다가 사면되어 다시 돌아와 경포를 섬겼다.
경포가 모반하려 할때 신하들에게 가부를 물었다.
주건은 반대했지만 경포는 양보후의 말만 듣고 반란을 일으켰다.
한나라가 반란을 진압하고 경포를 주살했으나 주건이 간언하고 모반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신히 주살을 면했다.
ㅡ이 이야기는 경포열전(黥布列傳)에 있다.ㅡ
*현재 경포열전에는 평원군 주건의 기사가 없다.
주건은 변설이 능하고 청렴 강직했다.
그는 장안에 살고 있었지만 성격이 각박해서 굳이 남들과 사귀려 하지 않았고
남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았으며 의리에 어긋나는 일에는 절대 가담하지 않았다.
벽양후 심이기는 행실이 좋지 않았지만 오히려 여태후의 총애를 받았다.
심이기가 주건과 사귀고 싶어 했지만 주건이 만나주지 않았다.
주건의 모친이 죽었다.
평소 주건과 친하게 지내던 육가가 문상을 가보니 주건의 집이 가난해서 발상도 못하고
장례도구를 빌릴곳도 없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육가는 우선 얼마간의 돈을 주어 발상을 하게 하고는 곧장 심이기의 집을 찾아갔다.
"축하합니다.주건의 집에 모친상이 났습니다."
심이기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주건의 모친이 돌아가셨는데 어째서 내게 축하를 하는것이오?"
"당신은 전부터 주건과 사귀고 싶어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지 않습니까?
그 이유는 주건의 모친이 당신을 싫어 했기 때문이오.
그러나 이제 주건의 모친이 돌아가셨으니 당신이 정성껏 조의를 표하면
주건은 당신을 위해 죽음도 사양치 않을것이오."
이 말을 들은 심이기는 크게 기뻐하며 곧 주건의 집을 찾아가서 100금의 부의금을 내고
슬피 곡하여 조문했다.
권세가 큰 심이기가 정성껏 조문했기 때문에 주변의 열후와 귀인들도 심이기의 체면을 보아 조문하고
조의금을 후하게 냈다.
그래서 부의금이 오백금이나 걷혔고 주건은 그 돈으로 모친의 장례식을 성대히 치를수 있었다.
그 후 어떤자가 효문제에게 심이기를 비방했다.
ㅡ열전원문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사건은 심이기와 여태후의 간통에 대한 참소인듯 하다.ㅡ
황제는 크게 노하여 심이기를 형리에게 넘겨 엄히 다스리게 하였다.
여태후는 심이기를 살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난행이 부끄러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대신들도 평소 심이기의 행실을 미워 했기때문에 심이기가 주살 되기를 바랬다.
다급해진 심이기는 평소 청렴.강직한 주건이 변호 해주면 살아날것 같아서 주건에게 사람을 보내어 부탁 했다.
그러나 주건은 깨끗이 거절했다.
"이미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벽양후를 만날 필요가 없다."
주건은 심이기의 면회를 거절 하고는 곧바로 효혜제의 총신 굉적유 를 찾아갔다.
"지금 시중에는 대감께서 심이기를 참소하여 살해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만일 지금 벽양후 심이기가 주살되면 다음 날 아침에는 여태후의 분노를 사서 대감 역시 주살될 것입니다.
어찌하여 육단을 행하여 벽양후를 위해 황제게 말씀드리지 않습니까?
황제가 대감의 말을 듣고 벽양후를 풀어준다면 태후는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두 주인이 동시에 대감을 총애하게 되니 대감의 부귀는 예전보다 몇배로 커지지 않겠습니까?"
주건의 말에 크게 놀란 굉적유는 주건의 계책을 따라 황제에게 심이기를 위해 힘써 변호했다.
황제는 과연 심이기를 풀어 주었다.
심이기가 처음에 평원군을 불러 만나려고 했으나
평원군이 거절했음으로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크게 노했다.
그러나 얼마후에 주건의 노력으로 벽양후 자신이 풀려날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알고 또한 크게 놀랐다.
여태후가 죽은 후에 대신들이 여씨 일족을 주멸했다.
심이기는 여씨와 매우 친밀한 관계였지만 주살을 면했다.
그것은 물론 육가와 주건의 힘 때문이었다.
심이기는 효문제때 회남의 여왕에게 죽었다.
효문제는 심이기의 빈객 주건이 심이기를 위해 자주 계책을 세웠다는 말을 듣고 주건을 체포해서
죄를 규명하려 하였다.
형리들이 자기를 잡으러 문 앞에 왔다는 소식을 들은 주건이 자살 하려 했다.
자식들은 물론 체포하려 온 형리들까지 그를 말렸다.
"사건의 흑백이 가려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미리 자살 하려 하십니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죽으면 모든 화근의 고리가 끊기는것이다.
그럼으로서 너희들에게까지 화가 미치지 않는것이다."
주건은 칼을 뽑아 스스로 자기 목을 찌르고 죽었다.
효문제가 듣고 애석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내가 원래 죽이려는 뜻은 아니었다."
효문제는 주건의 아들을 불러 중대부의 벼슬을 주었다.
이 아들은 흉노로 사신 갔다가 무례한 흉노선우를 꾸짖고 결국 흉노 땅에서 죽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 역생과 육가 그리고 주건 등에 대해 알아 보았다.
그런데 이 역.육 열전의 말미에 역생의 이야기가 조금더 계속된다.
이 이야기는 누구인지 알수 없는 후세인이 첨보 한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누구인지는 알수 없으나 역생의 출사에 관하여 조금 다른 이야기를 보여 주고 있다.
이에 원문과 차이가 있는 그 일부를 소개하려 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처음 패공이 봉기하여 병사를 이끌고 진류를 지나갈때 역생이 군문으로 가서 명자를 내밀며 말했다.
"고양땅 천민 역이기는 패공께서 풍찬노숙 하며 진나라를 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삼가 패공을 뵈옵고
천하 대사에 관한 양책을 드리고자 합니다."
사자가 들어가서 고하니 패공이 물었다.
"어떤 인물이냐?"
"용모를 보니 유자 인듯 합니다."
"거절 하여라.
천하 대사를 논하느라 유자따위를 만날 여가가 없다."
사자가 나가서 말을 전하자역생이 칼을 부여잡고 눈을 부릅뜨고는 소리쳤다.
"사자는 다시 들어가 패공께 전하라.
나는 유자가 아니고 고양의 술꾼이다."
ㅡ吾高陽酒徒也ㅡ
사자가 크게 놀라 손에 들고있던 명자를 떨어뜨리고 다시 장막안으로 들어가 패공에게 보고했다.
"객은 천하의 장사입니다.
자기는 유자가 아니고 고양의 술주정뱅이라고 합니다."
"범상치 않은 인물이로다.
그를 안으로 모셔라."
역생이 들어와 패공에게 읍하고 천하 대사를 논하였더니 패공이 크게 기뻐 하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 열전의 말미에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상에서는 패공이 한왕이 된 이후에 항우와 대적할 당시에 역생을 얻었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이다.
패공이 관중에 들어가기 전에 항우와 작별 하고 고양을 지나다가 역생의 형제를 얻은것이 맞다.
육가의 신어 12편을 읽어보니 참으로 육가는 당세의 일류 변사라 할만 하다.
주건의 아들은 나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평원군 주건의 이야기를 상세히 들을수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상으로 역생.육가열전의 본문을 모두 알아 보았다.
역생은 패공을 만날때 이미 60이 넘은 나이에도 그 기개가 장하여 패공을 은연중에 압도 하여
패공의 변사가 되었다.
진나라를 공격하고 항우와의 일전을 치룰때 수 없이 많은 계책으로
한왕이 대업을 이루는데 큰 공을 세움으로서 종제 역상과 함께 한 제국의 개창에 지대한 공로가 있었다.
세치의 혀로 제나라를 설복시켜서 한신의 수십만 대군도 이루지 못한 대공을 세웠으나
한신이 제나라를 공격했기 때문에 제나라 왕의 노여움을 사서 끓는물에 삶겨 죽고 말았다.
역생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구차하게 살기를 구하지 않고 끝까지 의기를 보였으니
이또한 천하의 변설가로서 한 나라를 위해 자신을 버린 충절의 선비라 할수 있겠다.
하기사 패공을 처음 만날때부터 그 기개가 남달랐으니 죽는마당이라하여 어찌 두려움에 떨며
살기를 빌었겠는가?
사나이의 배짱이란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것이라 생각한다.
육가 는 사신으로 남월에 가서 예의와 기개로서 남월왕 위타를 설복 시켰다.
야만의 풍속에 젖은 남월왕이 황제를 칭하는등 참월한 행동을 함에 그를 타일러서
중국의 일반 제후와 다름없이 복종하게 하였다.
또 진평과 주발등의 공신들을 서로 화목하게 하고 공경대신들을 규합하여 여씨의 천하를 무너뜨리고
유씨의 한나라를 재건하는데 그 공이 매우 높았다.
주건은 족히 말할만한 인물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들은 말타고 활쏘는 장수는 아니었지만 능란한 변설로서 여러 제후들을 설복시켜 황제의 번병으로
의무를 다하게 하는 공을 세웠으니
세상모든것이 힘으로만 이루어지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천하에 널리 가르쳐 주었다고 할수 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러나 그러한 역생이 그 혀때문에 죽임을 당한것은 참으로 애석한 면이 없지 않다.
시류에 영합하여 자신의 몸을 행실이 바르지 못한 심이기에게 맡긴 주건 또한 결국 자신의 혀로 인하여
죽음을 당한것이나 마찬가지라 아니할수 없다.
어찌하여 사람이 자신의 혀때문에 죽는가?
그것은 사람이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대해
유리한 말만을 내 뱉기 때문이다.
변사라 하는것이 애초에 자신과 군주를 위해서 상대를 속이고 기망하여 뜻을 이루는 사람이니
이들의 말이라는것이 평소에 정도를 걷는 군자의 말이라 할수는 없을것이다.
사람이 말을 할때는 먼 장래를 내다보고 대의와 명분에 따라 바르게 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남을 속이는 말로 자신의 이익을 포장하며 감언이설로 상대를 기망하는 말을 일 삼으니
이것이 어찌 오래갈수 있겠는가?
ㅡ한사람은 오래 속일수 있고,몇사람을 잠시 속일수 있으나 천하를 오랫동안 속일수는 없다ㅡ
는 말을 보더라도 족히 알수있는 일이라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