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쓰려 한 제목은 할 줄 아는 게 고딩 때 모의고사 문제 푸는 거 밖에 없어서 고민..입니당
제목을 두루뭉실하게 지은 건 혹시 아는 사람이 볼까봐ㅜ
그렇다고 엄청 뛰어나게 잘보고 그런 것도 아니예요. 지방대 의대 들어갈 정도.
부모님은 흔히 말하는 사짜 직업입니다. 남들 눈엔 사회에서 상위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제 자신이 거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단 사회성이 똥망입니다. 대화를 이어가질 못해요. 남이 뭐라 하면 재치있게 맞받아치지 못하고 그냥 웃고 맙니다. 의대는 6년제죠. 시간표 선택 이런 거 없고 고딩 때처럼 똑같은 수업을 동기들과 12시간 듣죠. 거기에 인턴 레지던트 기간 생각하면 10년넘게 부대낄 동기랑 선배들이랑 잘 지내야 하는데 전 남들 다하는 동아리도 안 하고 사교성도 없어 사실상 아싸..학교생활은 망했네요
의사는 못 될 것 같아요. 한 건 터트리고 자퇴하던지, 걍 자퇴하던지, 6년 버티는 데 성공하면 졸업장만 따고 딴 길 모색하던가..고3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폐쇄적인 사회에 적응 못할줄 알았음 딴 데 가는건데. 내 자리에 들어올 수 있었을 다른 의사 지망생에게도 정말 미안하고요.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덜렁대고 특기도 없죠. 공부도요. 나 혼자 시험지 마주보고 있으면 풀리긴 하는데 멍석 깔아주고 풀라 그러면 막 틀리고, 무엇보다 설명을 못 해요.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말이 안 나오는 게 아니라, 걍 풀이를 모르겠어요. 과정은 다 틀린데 답만 맞은 경우도 있어요. 운만 좋은 인간인가봐요. 아, 풀이 알아도 논리적으로 설명 못 해요. 학생이랑 친해지는 것도 큰 장애물이죠. 그래서 과외도 못 해요.
방학에 집에서 히키 짓만 하기 그래서 얼마 전에 편의점 알바 자리를 구했어요. 일단 가장 기본적인 알바니까. 어떻게 알바 할 생각을 했냐면.. 전 맘만 먹으면 다신 안 볼 수도 있는 사이, 잠깐 관계를 맺는 사이라면 좀 과감해지거든요. 처음엔 많이 덜렁대고 빼먹은 것도 많아 한소리 듣기도 했지만 그건 솔직히 제 전임자가 설명을 잘 못 해서 그런 거였고ㅜ사장님도 좋으시고 해서 그럭저럭 자리 잡나 싶었죠.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잔소리를 하시더래요. 제가 알바 하는 건 사회성&돈 때문이랬더니, 사회성 때문이면 학교 활동이랑 동아리 같은 거에 충실하고, 돈 때문이면 과외를 하던가, 나중에 일할 때 도움이 되게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제겐 가장 어려운 두 가지..아니면 돈도 못 버나요.
위에 말한 걸 부모님이 아는 게 가장 무서워요. 지금 제 소원은 대박 하나 터져서 돈 많이 벌어서 집 나오는 거요. 내가 원할 때 끊어 낼 수 있는 인간 관계만 맺고 나 하고 싶은 거 하며 살면 좋겠는데. 근데 그건 불가능하잖아여?ㅋㅋ로또도 평생 먹고 살 순 없는데.
암튼 마음 속에 계속 품고 있던 생각에 부모님이 일침을 넘 정확히 먹여주셔서 충격먹었어요. 옳은 걸 지적 당하면 더 성질낸다던데 정말인듯ㅎㅎ불쌍한 동생만 괴롭히며 화풀이하다 이렇게 인터넷에 한탄글을 올리네요. 유머자료 보러 자주 오던 오유인데 고민글로 첫 게시글을 올릴 줄이야ㅜ
암튼 제 신세 한탄을 여기까지 읽어 주신 분들 감사해여 굿밤 되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