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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방
게시물ID : art_7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동닉
추천 : 2
조회수 : 72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5/16 02:03:06
돈가방

1화

아직 새벽내음이 가시지 않은 시간
자그마한 마을, 배고픔에 힘겨워하는 황소가 마지못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방에선 며느리가 아침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간다.
어젯밤 살짝 내린 찬비가 아직 가시지 않아 툭툭 귓가에 걸려온다.
쌓여있는 장작더미 안에서 젖은 장작과 마른 장작을 골라 낸다.
마른 여물과 물을퍼다 가마솥 안에 올려놓고 아궁이에 힘겹게 붙어있는 불씨를 조심스레 후후 불며 마른잔가지를 넣어다 불을 살려본다.
그리고 남아있는 아궁이에도 자그마하게 불을 붙이고 그 위에 올려놓은 가마솥을 열어 찬밥과 누룽지를 박박 긁어다가 그릇에 따로 올려두고
쌀항아리에 아무도 몰래 들어가지 않게 막아놓은 뚜껑을 열어 바가지로 잡곡을 쓸어 담고
물독에 물을퍼 검정콩을 불려놓고는 담아놓은 쌀들을 씻어낸다.
그렇게 쌀을 씻고 물에 불려놓은 검은콩을 가마솥에 쌀한톨 남기지 않게 가마솥에 넣은뒤 뚜껑을 끌어덮는은뒤 잔가지를 넣어 불을 키운다.
밥이 다 될때 까지 퍼놓은 찬밥과 깡깡언 물김치를 부수어 퍼다가 함께 끼니를 때우면서 시간을 보낸다.

너무 일찍 일어난게 아닌가 싶기도한 부시시한 며느리는 부수어 먹던 물김치가 아무맛도 안나 얼갈이라도 말아먹을껄 생각하며 잠시멈춘다.
그리고 혹시나하는 마음에 먹고있던 무를 덜어 오이랑 같이 먹고 찬밥한술을 먹어 물김치 국물을 마셔본다.
그냥 먹기로 한다.
아직도 소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상을 들여놓고 시어머니를 일으켜 깨워 장날이라 먼저 가겠다고 공손히 세숫대야에 따신물 받아놨다는 말을 하고는 바삐 나가본다.
며느리는 물기가 마르지 않아 시린손을 앞치마에 닦으며 발빠르게 마당을 가로질러 나간다
포기를 모르는 소의 울음소리는 아직도 여물을 갈구했다.

2화

닫혀가는 문틈으로 멀어져가는 며느리를 눈꼽낀 눈으로 시어머니가 쳐다보신다.
아직 새벽한기가 방안에 들어오려하고있는 때 였다.

따땃한 세숫대야 우에서 뽀득뽀득 세수를 하고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 오시기가 일순간.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상위에 쌓여있는 고깃반찬에 오늘이 뭔날인가 싶어 내심 기분이 좋아 하신다.
그리고 저멀리 서럽게 우는 소를 쳐다보신다.

다먹은 상을 들어다 부엌에 들어가는순간 자욱한 연기와 함께 인상을 찌푸린다.
며느리가 잠결에 넣은 젖은 장작을 몇개 골라내어 마른 장작을 넣고 삶고있는 여물을 뒤집는다.
그리고 쑥과 바래기, 클로버를 챙기고 열가지 약초를 넣은 여물과 십전대보탕을 끓이기 시작했다.
부엌에서는 자욱한 여기가 빠져나가 새벽하늘을 채우려고햇었다..

시어머니는 아침훈련준비하러 창고로 발길을 돌리신다.

소는 훅훅불며 신나게 여물을 씹어먹었다.

3화

고추밭을 지나 고구마밭을 지나 감자밭을 지나
누군지는 알지만 이름모르는 아침일찍만 잠깐 들리는 새와 벌레의 시원스레 차가운 설레임을듣는다.
이런 기분을 느끼며 아직 무게있는 아침 하늘에 비친 좁다란 밭길따라 한참을 가고있었다.

이번에도 여김없이 5일에 한번씩 열리는 장날에 평소같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유독 다른 사람들과 마을이 아닌 멀리 떨어져 산속에 사는 터라 새벽에 출발해야 제대로 도착한다.
저 멀리 정류소가 보인다.

코앞부터 지평선까지 펼쳐진 추수끝난 횡한 논과 군데군데 쌓은 볏짚 몇단
드문드문 만들어놓은 엉성한 허수아비가 놓여 항상 밭주인이 망보러 오던 밭
그리고 끝자락에 위치한 넓은 산

며느리는 서리찬 입김을 내뱉으며 가져온 보따리와 보자기를 옆에 내려놓고
젖은 정류소 나무의자에 앉아 물고인 차광막을 올려다 본다. 

그리곤 무의식속에서 울리던 느닷없는 귀뚜라미 구애 소리에 발끝부터 시작해서 점점 머리끝까지 젖어든다.


4화

창고안에 몇가지, 창고옆에 세워놓은 훈련용 도구 몇가지를 들고 다시 외양간에 세워놓은다.
시어머니는 기지개를 펴며 잠깐 볼일을 보러 가신다.

오늘도 펼쳐질 훈련을 길게 생각하자니 먹던 여물이 목에 넘어가지 않는 누렁이..

좋아하는 음식이 펼쳐져있지만 먹이를 먹고 나서는 저녁까지는 계속되는 훈련때문에 계속 혀를 내두른다.

5화

남편과 함께 본가로 가기위해 처음으로 마을을 떠나 탓던
시어머니와 타면 항상 졸던
탈탈대는 엔진소리가 유독 몸속가지 울렸던
눈을 감고 근처에만 다가와도 금방 뭔지 알아차리는
딱딱한좌석에 잘못앉으면 엉덩이가 아픈
가끔은 만취하신 어르신들이 과거 시절이야기부터 군시절이야기 노랫소리 욕소리 콧소리 헛소리 방귀소리 오늘 있었던 소리 다시 과거 시절이 들리는
장날에 오갈때면 꼭있는 고만한 똥강아지들 데리고 나오시는 어르신 덕에 버스타고있던내내 강아지랑 놀수있는
하지만 맹렬한 눈빛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쳐다보는는 닭을 사오시는 분들에게는 그렇게 가까이 가고싶지 않은

버스

그런 버스의 고장이라도 날것같은 엔진소리가 귀에 점점차올른다 눈을 뜨자 왠 남자가 며느리를 흔들어 깨운다.
성급히 싸들고온 짐을 가지고 올라탄뒤 감사하다고 먼저 못한 자신을 발견하게된다.
며느리 뒤로 올라타는 남자는 자리에 앉아 창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뒤늦게 감사하다고 미안한 표정을 짖지만 웃는모습을 하는 사내, 괜찮다고 한다.

뜸이 지나고 그렇게 그들의 끝날줄 모르는 대화는 시작했다.


6화

격렬한 흙놀림이 튄다. 거친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창 거목을 상대로 훈련을 하고있는 황소는 십여분간 계속 밀어붙인다.
시어머니는 뒤에서 황소를 끌어당겨 최대한 저항을 주어 조금이라더 더 힘겹게 하려고한다
황소 몸곳곳에 두른 철근주머니는 이내 서로 부딪히며 멀찌감히 떨어져도 그 소리가 들리게 했다.

들이대고있던 나무가 이윽고 뿌리를 들릴때쯔음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근처 마루에 앉아 흘리는 땀을 닦으며 올해 열리는 소싸움중 가장 큰 싸움인 시합에서 머릿속으로 누렁이가 이기는 모습을 그린다.
이 시합은 누렁이 생에 마지막 결투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훈련하고있다.
나이가 찬 누렁이도 이제는 무슨일을하던지 헉헉대기 일순이기에 최대한 이번 시합에 모든 힘을 쏟아붇기로 결심한 시어머니였다.

한참 라이벌인 옆마을 검은소 검둥이를 상대로 싸움이 시작되고
손에 땀쥐는 싸움끝에 누렁이가 검둥이 목을찢어갈기며 들어재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리고 우승상금과 황금으로 도색된 소모양 상을 받는다.

그리고...그리고...


7화

흙먼지가 가라앉고 물기 가득한 찬공기가 채우는 마당에 밤이 왔다.
초가집 안에서 피우는 불이외엔 불빛이라곤 찾아볼수 없는 산속
밤하늘을 향해 귀뚜라미가 운다, 너무 많이 울어서 귀뚜라미 우는소리가 묻히고 묻혀 결국 아무소리도 나지않는다.
그 속에서 조용히 들리는 발소리..
며느리가 보따리를 이끌고 왔다.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게된 며느리는 삐그덕 열리는 방문을 열고 자리에 펴놓은 이부자리와 약초정리를 하시는 시어머니에 등을 연거푸 연달아보며 연거푸 죄송하다고 말을 한다
시어머니는 아무말 하지않고 어서 자라고 하셨다.


그날을 이후로 며느리는 아무일이 없는 날에도 드문드문 늦어지더니 결국에는 매일같이 늦게 들어왔다.
이윽고 누렁이가 검둥이랑 싸우는 결승전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아무말씀도 하시지 않으신다.


새벽내음이 가시지 않은 시간
자그마한 마을, 배고픔에 힘겨워하는 황소가 마지못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방에선 며느리가 시어머니 대신 뭉툭한돈다발과 편지만이 시어머니의 이부자리를 바라본다.



8화

시어머니는 누렁이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었다.

아들이 혼례가 시작하고 몇일 안돼어 돌림병으로 죽고 주위에살던 친척마저 죽자 겁이난 시어머니를 따라 산속에서 말없이 몇년을 같이해온 며느리가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했던터..외가친척들도 본가친척들도 소식이 끊기고 산속에서 소하나 키우면서 미안해하던터..

며느리가 남자를 만나는것은 진작에야 눈치를챘었다.
그 날 이후로는 심히 고민을 하셨었다.

이제는 며느리를 보내야한다.
그 년도 지 인생이 있고 언제 까지 자기 뒷바라지나 하며 살게 둘 생각은 아니다.
누렁이는 지금 지방 몇개를 대표하는 챔피언이다.
큰돈은 못빌리더라도 최소한 결혼하고 살아가는데 몇달간은 넉넉한 돈은 준비할것이라 예상하고 온터였다.

사채업자는 막무가내인 할머니의 누렁이에 대해 몇가지 알아보고는 돈을 넙죽 빌려줬다.


9화

사내가 사는 기둥뿌리가 썩은 자그마한 초가집

둘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 대화를 하고 그리고 서로를 믿었다.
아직 눈물이 맺힌 눈을 똘망똘망 하게 반쯤내려 며느리는 앞으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였고 
서울에 가서 집을 한채 구하고 온다고 한 사내에게 돈을 맡기었다.
그리고 혼례를 치르는 날 정하여 떠난다.


10화

처음 가보는 기차역 장날보다 일찍깨어 옷을 매무고 천진만한 마음으로 내리는 눈을 쳐다본다.
저 멀리서 기찻소리가 울려온다 행복한 서리낀 한숨과 동시에 꿈에도 그리고 깻을때도 그리고 항상 그리던 결혼생활이 드디어 시작한다.

며느리는 핑도는 눈물과 밤하늘을 쳐다봤다. 상큼한 찬내음이 아직가시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가고 막차가 지나갔다.
사내는 오지 않았다.



11화

속빈 겨울비가 내리는 차가운 늦은밤은 며느리의 빈손을 더 시리게한다.

생각보다 늦게 도착하게된 며느리는 삐그덕 열리는 방문을 열고 황금으로 도색된 소와 시어머니를 연달아 보며 연거푸 말을머금는다.
시어머니는 아무말 하지않고 어서 자라고 하셨다.
며느리가 흐느껴우는소리는 밤빗소리에 묻혀 누가 뭘했는지는 이제 그 누구도 모른다.




12화

아직 새벽내음이 가시지 않은 시간
자그마한 마을, 배고픔에 힘겨워하는 황소가 마지못해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안방에선 며느리가 아침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간다.

새하얀 눈위에 며느리는 새로히 발자국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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