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했고 오래도록 제대로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지. 내가 할수 있는 것들이라고는 작은 사진을 바라보거나 짧은 텍스트로 구성된 이어지지않는 문자들뿐이라서 조금 불안해진 마음으로 고민을 했어.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너의 모습이, 그리고 내 모습이. 너의 생각이, 그리고 내 생각이. 변하지않는 것은 없다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래. 하지만 변한다는 것은 언제나 방향성을 가진다는 것도 믿어. 단순하게 나눈다면 두가지, 좋은 쪽- 나쁜 쪽.
행복한 기억이 남아있어서 무의식적으로 그 행복한 기억을 쫒아가다가 어느 순간 맞닥드린 시간 속에서 변한 너를 보고서 나도 모르게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음, 다르게 말하자면 내가 사랑한 것이 추억일까봐 두려웠어.
지금의 나는 그래. 아침에 울리는 핸드폰 알람소리에 눈을 뜨면 배경으로 지정해놓은 네 사진을 보고 실실 웃어버리고 가끔 지쳐서 멍하니 담배를 물고 있다가 오래된 문자들을 다시 일고 또 실실 웃고.
과거를 보면서 미래를 생각해.
너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여전히 과자를 입에 물고 있을까. 톡톡 쏘는 말투는 좀 바뀌어서 상냥한 사람이 되었을까. 아니면 더 차갑게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었을까. 많고 많던 잠은 좀 줄어들었는지, 여전히 안볼것 같은 드라마 내용은 꼬박꼬박 챙기는지.
남겨진 것들을 보고 어느날 다시 보게 될 너를 생각하는데 어느쪽으로 변한 너를 상상하던지 그게 참 기분이 좋아.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져.
그래서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야. [겨울은 언제나 봄을 향해 달려간다.] 맹목적이라고 비판받을수도 있고 보답받지못할거라고 조롱을 들을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지금 내가 그런걸 어쩌겠어. 생각보다 추운 봄이 되어버릴수도 있고 생각했던 것처럼 따뜻한 봄이 될수도 있는데, 일단은 그 어떤 모습의 봄이라고해도 나는 그 봄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