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야근이라 면회시간을 못 맞췄고,
오늘은 다행이 제시간에 끝나서 입원한 콩이 상태를 보러 신촌에 위치한 W 동물병원으로 갔습니다.
여전히 시간이 너무 늦어서 수의사는 못 만날 상황
면회실에 들어가자마자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강아지 한마리가 그만 무지개 다리를 건너가고 만 것 같았습니다.
깨끗한 상자에 이불에 덮힌 채 가만히 있는 아이를 두고 주인 가족이 울고 있었고,
수의사 한 분이 말없이 가족을 달래고 있더군요.
거참 안되었다 싶으면서 아주 옛날 싫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주인 사랑을 갈구하던 강아지 녀석을, 잘 몰랐기에 구박하고, 낑낑대고 시끄럽다고 마당에 묶어 길렀던 소싯적이 떠오르더군요.
녀석은 그저 사람이 그리워서 누군가가 준 닭을(선의였는지 악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먹은 모양이었습니다.
어느날 학교에서 다녀와보니 녀석은 딱딱하게 굳은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너무 놀라다 보니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뒷산에 묻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벌써 한 20년 전인가 싶네요.
(그래요. 저 나이좀 있는 아재입니다.)
묻어준 다음날 아침, 살아있을 때 잘 돌봐주지 못한 것도 있고 해서 놈을 묻어준 곳에 가보니!
무덤은 파헤쳐져 있었고, 녀석을 넣었던 상자가 옆에 찌그러진 채 내팽겨져 있었습니다.
그때가 아마 복날 근처였던가 싶습니다. 누군가가 남의 개에게 독을 먹이고, 묻어주는 걸 지켜보다가, 자리를 떠나자 파헤쳐 갔던 것이죠.
그렇게 충격적이었던 경험이 제가 길렀던 마지막 애완동물이었습니다.
작년까지는 파리와, 모기와, 가끔 출몰하는 바퀴벌레를 빼고는 무언가 동물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어요.
그러다가 작년에 첫째 치킨이가 왔고, 12월에 둘째 맥주가 오고, 올해 4월에 입원한 콩이가 온 겁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안타까운 강아지의 최후를 뒤로 한채, 저는 한 강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가족을 보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분명 제가 살아있을 때 한번도 아니고 세번씩이나 겪어야 할 그 순간이, 아직은 다가오지 않는군요.
사실 제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본 기억은 한번 더 있긴 합니다. 그 녀석은 전염성 장염으로 친구녀석과 함께 사이좋게 강아지별로 떠났죠.
그러나 그 기억은 아주 먼 옛날이라 그 감정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먼 훗날 찾아올 그 이별의 순간에, 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제 차례가 되어서, 콩이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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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이제 좀 덜 아픈 모양입니다. 수액맞는 것도 끝났고, 주인왔냐고 기브스한 몸을 뒹굴뒹굴 뒤집는 묘기도 보여줍니다.
그러다가 밥이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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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냠 찹찹. 저리 잘 먹는 걸 보니 이제 금방 퇴원하겠군요. 집사가 가난해서 저질 사료 + 주말마다 캔사료였는데 여긴 매일 두번씩 캔사료랑 좋은 사료가 나오니 입원 전보다 모질이 부들부들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일단 너 깁스 풀기 전까진 좋은 사료 주마. 얼렁 나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