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등학교 올라오면서부터 워냑 그림도 좋아했고 가는곳마다 그림하나는 누구만큼 인정해줘서 입학하자마자 난 내진로를 일러스트레이터 또는 반드시 그림그리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라고 결심했었다
자랑아닌 자랑이겠지만 물론 주위에서 그림을 잘그린다고들 하던 애들을 봐왔지만 항상 내가 최고였고 다른애들이 5장 10장 그려서 뭔가 깨달을때 나는 2장 3장이면 깨달았고 나자신도 최고가 될수 있다는 기량이 있다는걸 알았기에 난 이거 아니면 안된다 늘 생각해왔었다
결국 내목표도 죽기전에 그림으로 내이름을 남기고 싶다 였다 어차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세상속에서 사람이 살아갈 이유중 하나로 굳이 잡는다면 이름값하나 하고 죽어야 되지 않겠는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내게 주어진 재능을 고작 평범한 생각과 평범한 목표 그리고 평범한 방법으로 살아가기엔 스스로도 아까웠고 싫었기에 17살이란 나이에 내가 정한 목표는 바로 저것이였다 나란인간 죽어서도 기억해줄 사람 그리고 내가 남긴 흔적들에 감동해줄 사람 그게 가장 진정한 사랑이라고도 믿었었다
결국 이런 자만심과 오만한 생각 덕분인지 몰라도 나의 고등학교 내신성적은 개떡을 쳤고 친구들과 모이면 담배피고 맨날 노래방가고 피씨방가기에 바빴다. 내 스스로 평범함이 싫다해놓고 이미 그이하의 길을 가고 있다는걸 그땐 전혀몰랐다.
2학년이되고 미술학원을 다녔고 아니나 다를까 학원에서도 날 엄청 칭찬해주시기 바빴었다 사실 난 내가 재능이 있단 걸 알아도 한참 갈길이 멀고 짬밥좀 먹고 표현력이 좋은 다른 사람들 그림이 내 창의성을 덮을까 염려되어 더욱 열심히 했다
3학년이 되고나서는 결국 나의 성적과 미술은 극과극을 달리게 되었다 그때 그나마 깨달은 어리석음중 하나역시, " 아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미술학원을 다녀서 입시미술을 완전 깨우쳐놓고선 입시대회에 편하게 나가는 거 였는데 " 라는 한심한 생각을 또 옳다고 여겼다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수능역시 언어 5 외국어 6 사탐평균 5 이라는 한심한 성적을 내고 " 이번수능은 어려웠지 "라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부모님앞에서 헛소리나 하고 어차피 지원할꺼 3 상향이나 때려버려야지 안되면 재수하면 되니까 라는 식의 생각을 했고 그결과는 당연했다
이후 미술학원과 우리집은 불화가 생겨서 결국 관두게 되었고 상황이 애매하게 되어버려서 나역시 다른 미술학원은 가지 않겠다 했었다. 학원에서는 우리학원이 뭐가좋냐면서 될놈은 어차피 된다고 제발 다른학원이라도 다니라고, 1년공부해서 너가 원하는 대학은 가기 힘들거라고 날 챙겨주었었고 난 그럼 1년이 되든 2년이되든 공부는 반드시 해야겠다고 하고 관두었다.
입시미술도해보고 깨달았던게 내가커서 써먹을수 있는 좋은 것들은 많았지만, 입시미술이라는 틀은 결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뽑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교수들역시 입시미술을 이전에 비해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곰곰히 생각해보았었다 미대에서 미술비중이 줄어들고 성적으로 뽑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것 그리고 입시이후 서점도 다니고 많은 전공서적들도 읽어보면서 깨달은건 무엇을 하던 공부가 필요없는 건 없다 였다 하물며 만화가들도 컨셉하나 잡고 만화그리는데 그 컨셉에 관해서 조사도 많이하고 스스로 최대한의 오점을 피하기위해 많은 공부를 하지 않는가?
내가 지긋지긋하다 느꼈던 고등학교공부도 공부의 전부는 아니고, 그저 앎의 과정이라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배워야겠다, 배움에 뜻을 두어야 대한민국에서 성공할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디자인은 대학을가서든 어른이 되든 꼭 할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월부터 학원을 신청하고는 계속 공부를 했다 5등급이라는 꼴통이 중학교이후로 3년만에 공부를 하자니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할수 밖에 없어야했고 복습예습역시 철저히 하려고 했다 무엇보다 가장큰 문제는 스스로 공부하는건 처음이다보니 내스스로 하루 학습량을 정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선생님들은 항상 먼곳을 보면서 눈앞에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고 해주시고, 성적과 점수에 너무 연연해하지말고 스트레스 받지말고 즐겁게 공부하라고 하신다
어느덧 쌓이는게 있다보니 흑백만 보이던 영어지문도 천천히 해석이 가능해졌고 언어지문도 독해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6월이 다가오는 지금 주위에서는 너무 많은 기대들을 내게 요구하고 가뜩이나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를수 있는 길을 택했기에, ( 미대 비실기전형도 생각해보는중 ) 마음이 다급해지려고 한다
문제는 시간안에 풀기힘들어지고, 시간에 쫓겨 논지를 놓치려고 한다 이러면안된다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서도 문제에 집중을 못하고 잡념으로 가득한 날 보게된다
다들 이때쯤 날도풀리고 사람도 풀린다고 그래서 난 절대 아니다 생각해왔건만 아니였나보다 정말 힘들다 사람이 그립고 내편이 없다고만 여겨진다 한번도 해본적 없던 날 자책하게 되고 내게 주어진것만 감사해하고 열심히 하자라는 다짐도 약해지려고한다
꿈을 꿀때만큼 행복할때도 없는것 같다 왜냐하면 친구들한테 문자도오고 못보던 친구들도 나오니까 그러면서 문득 생각나는게 재수하면서 그많던 친구들도 다 사라지고 다들 자기 챙기기에 바쁜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오늘은 서랍에 있던 오래전 그렸던 그림들을 본다
초등학교보다 한참전 공무원이신 아버지께서 사무실에서 A4용지 한박스를 가져오시면 형과 거실에 배를깔고 누워 신나게 그림그렸던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림만 그리고 즐거웠던 시절
현실에 무너지지 말자 생각해왔던 나였는데, 어느새인가 어느대학교가 좋고 안좋니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고충이니 뭐니 이런 속물들만 가득하게 되버렸다
처음재수를 할때 어머니와 아버지와 자꾸 뜻이맞질않아, 집에서 나와 손가락깨물고 혈서를 써서 부모님께 보여드렸었는데 힘들때면 화장실 빈칸에 들어가서 조용히 꺼내보고 마음을 다지곤 했는데 오늘만큼은 그 혈서 꺼내보기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제단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더이상 결과에 연연해하지않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 오늘의 스트레스는 오늘에서 끝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