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주(後主)가 촉(蜀)을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은 천고의 비웃음거리가 될 만하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을 자세히 음미하면 혹 자신을 보전하려는 계책에서 일부러 이러한 말을 하여 속마음을 감추려고 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대저 그 사람은 참으로 말할 것이 없고 평소 그의 사적(事蹟)을 살펴보더라도 진 혜제(晉惠帝)에 비할 수 없으니, 그렇다면 비록 극정(郤正)이 말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찌 촉을 그리워하는 한 생각이 없겠는가. 이는 참으로 말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단지 저들의 의심만 야기시킬 뿐이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극정이 말한 것에 대해서도 가부를 살피지 못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어떻게 극정을 너무 늦게 알았다고 한스러워할 수가 있겠는가. 후주는 제 환공(齊桓公)과 같은 자품을 지녔음은 물론 그보다 더 뛰어난 점이 있습니다. 온 나라를 들어 공명(孔明)에게 맡긴 것은 제 환공이 관중(管仲)에게 위임한 것에 부끄러울 것이 없고, 장완(蔣琬), 비위(費褘), 동윤(董允) 등 제현(諸賢)을 들어 쓰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은 제 환공이 역아(易牙)를 써서 국난을 야기한 것보다 한 단계 높으니, 참으로 용렬하고 아둔한 자가 이와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촉을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은 그가 진심으로 한 말이 아님을 참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가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연 없다는 것을 보여 저들로 하여금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다시 자신의 진심을 토로하는 듯이 ‘삼가 분부대로 하겠다’고 하여 매우 어리석은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숨겼으니, 이것은 자못 선주(先主)가 젓가락을 떨어뜨린 것과 같은 것입니다.
[주D-003]선주(先主)가 …… 떨어뜨린 것 : 이것은 거짓으로 자신이 유약하고 겁이 많다는 것을 드러내어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것이다. 《삼국지(三國志)》 권32 선주전(先主傳)에, “조조(曹操)가 유비(劉備)에게 ‘지금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뿐이니, 원소(袁紹) 따위는 따질 것이 없다.’ 하니, 유비가 밥을 먹다가 놀라는 척 수저를 떨어뜨렸다.”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제환공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