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에 대하여 말하기 전에 잠시 식근론을 언급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은,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탈이 없었다는 논리도 아닙니다. 일본 통치에 나쁜 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식근론은 60-7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논하며 이것이 식민지 시기의 근대화 때문이라거 주장하기 위해 나온 논리로, 그냥 식민지 시대의 근대화 자체를 설명하기 위한 논리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말하려는 주제가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고 넘어가죠.
"식민지 시대에 우리는 근대화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식민지는 피자발적인 것이며 수탈과 민족문화 말살을 당한 시기였기에" 꽤나 자존신 상하고 불쾌하게 느낀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식민지에 근대화가 되었다은 주장을, "우리는 식민지 시기를 겪었기에 비로소 근대화되었다"와 동급으로 잘못 해석한 결과이고, "뭐? 수탈을 해간 일본에게 감히 고맙다고 해?"라는 망상적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된 결과입니다.(아무도 고맙다고 안 했어요 ㅠㅠ 그건 시혜론이무ㅜㅜㅜㅜㅜ)
"식민지 시기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주장이 기분이 나쁘면 다시 말해보죠.
"우리는 식민지 시대에 근대화 과정을 겪었습니다."라고요. 그 근대엔 우리 민족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도입된 근대"있었고, 일본과 서양의 영향으로 "전파된 근대"도 있고, 일본과 서양에 의하여 "이식된 근대"도 있고, 일본통치의 강제에 의하여 "주입된 근대"도 있습니다. 뭐가 되었든 이 근대화의 과정은 일방적인 것은 아니고 상호 작용하게 됩니다. 기차와 전화와 전차와 증기선은 사람들의 이동범위를 넓혔고, 의식세계를 넓혔고, 정치와 국제정세에 대해 인지하게 했습니다. 산업화와 근대교육은, 총과 학교가 만나 신흥무관학교 등을 설립하여 독립군을 무장하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근대화된 정신세계는, 민족자결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물질적인 건 근대화의 일부입니다. 근대화란 정신세계에도 작용을 했으니까요.
그 근대화가, 시기적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통치기에 이루어졌고, 공간적으로 식민지 한반도에서,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리가 근대라고 규정한 시대에 이루어졌습니다.
동시대에, 그 기간에 그 장소에서 그 근대화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수탈과, 문화말살과, 여성성노예화와, 생체실험과, 민족에 대한 학대가 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식민지 시대에 근대화가 되었다는 것은 그것을 부정하거나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21세기 스마트시대에 스마트기기를 쓰는 것을 스마트화라고 하는 것처럼, 19-20세기 근대에 근대 문물을 도입하는 것을 근대화라 합니다.
우리는 분명, 식민지 시기에 자발적 비자발적으로 근대를 만났습니다. 그 근대가 수용되었고, 그 근대가 전파되었고, 그 근대가 이식되었고, 그 근대가 주입되었습니다. 언제요? 그 자체로 '근대'인 시기에요.
PS. 이건 근대 시대에 식민지 조선이라는 공간에서 근대화라는 역사적 발전 과정의 한 단계를 겪었다는 이야기지 근대화론이나 시혜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