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에 산책 중 16개월 아이가 경기를 했습니다.
손잡고 걷던 중에 다리 힘이 풀려 넘어졌나 했는데
몸이 나사방향으로 꼬아놓은 듯 뒤틀린 채
눈도 촛점없이 한쪽으로 쏠려서 껄떡껄떡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만 냈어요.
눈 앞이 하얘지는 것을 느끼면서
119에 전화를 했고
응급조치 전화에 따라 아이를 눕히고 고개를 돌리고 옷을 풀어주거나 했습니다.
그 사이에도 아이는 입술도 파랗게 질리고 몸 떨리는 건 점점 더 심해지고
예전에 키우던 고양이가 죽던 날이 떠오르면서 점점 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경련은 2-3분 정도 후에 어느정도 진정되었고
119는 전화 건 시점에서 5분이 안 되어 도착했습니다.
앰뷸런스로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데
아기는 그제야 뭔가 웅얼웅얼 말을 잠깐 하다가 잠이 들었네요.
그렇게 아이는 입원을 했고
하루 사이에 두 번의 경기가 더 왔습니다.
mri 나 뇌파 검사며 이것저것 검사를 다 돌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인은 불명인 상태입니다.
어머니 말씀으로
제가 어렸을 때 경기를 한 적이 있다 하니 일종의 가족력인가 짐작할 뿐입니다.
5일만에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냥 아이가 하는 짓이 다 이쁘네요.
소리를 지르든 떼를 쓰든
그것도 다 건강해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니
오늘에야 처음 눈물이 났습니다.
아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언제 말하나 언제 똥 가리나 조바심 내고 있던 게 참 부질없게 느껴지네요.
그저 지금은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