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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보는 오초칠국의 난 - 균열의 시작
게시물ID : history_161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rca
추천 : 3
조회수 : 5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07 14:59:47

전한의 천하통일 이후, 전한은 중앙정부 직할지에서는 군현제 그리고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동성 혹은 이성 제후를 임명하여 땅을 다스리게 하는 군국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하고 나서 유방은 한 개의 현을 기준으로 삼아 공신들에게 땅을 분봉했습니다. 이러한 왕국과 후국은 전한의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유방은 자신과 후대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 분명한 이성제후들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고, 이후 한신, 팽월 등 이성제후들은 모두 쓸려나갔습니다. 유방은 자신의 형제들과 자식들 즉 동성제후들만으로 주요 제후들을 채우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비록 중간에 여후 등 여씨 일족들의 위협이 있었지만 잠깐에 불과했고, 한동안은 평온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성제후들도 점점 세력을 길러 황제권에 위협이 되가고 있었습니다.



이성제후들과는 달리 동성제후들은 황제와 같은 황실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기존의 황제를 몰아내기만 한다면 기존 황실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인정되어 이성제후들보다 쉽게 정통성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컸기에 동성제후들은 이성제후들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첫 번째 불온한 움직임이 문제 전원 3년(기원전 177년)에 있었던 제북왕 유흥거의 반란이었습니다. 문제 옹립 시에 동모후였던 유흥거는 여씨 일족 주살에 큰 공을 세운 인물로 그 공을 참작받아 양나라 왕이 될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유흥거가 자신 대신 제애왕 유양을 황제에 추천했다는 것을 알고 제북왕에 삼았습니다.

 

 

「문제 2년 3월, 유사(有司)가 황자(皇子)를 세워 제후·왕으로 삼길 청했다. 조칙을 내려 가로되 "이전에 조(趙) 유왕(幽王)이 유폐되어 죽었는데, 짐은 그를 매우 가련히 여겼다. 이제 그 태자 수(遂)를 세워 조왕으로 삼으라. 수의 아우 벽강(벽彊) 및 제(濟) 도혜왕(悼惠王)의 아들 주허후 장, 동모후 흥거는 공이 있어 왕이 될 만하다"고 했다. 이에 벽강을 세워 하간왕(河間王)으로, 장을 성양왕(城陽王)으로, 흥거를 제북왕(濟北王)으로 삼았다. 이 일로 인해 황자 무(武)를 대왕(代王)으로, 참(參)을 태원왕(太原王)으로, 집을 양왕(梁王)으로 삼았다. - 한서」

 

 

이러한 문제의 조칙에 유흥거의 불만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문제 전원 3년(기원전 177년) 5월, 흉노가 침입하여 문제는 친히 감천과 고노 태원 등을 방문하여 군신들의 치하하며 논공행상을 하며 백성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리며 백성들을 위무하고 있었습니다. 유흥거는 황제가 외부로 나온 이 상황이 적기라고 판단하고 반란을 일으켜 형양을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대응 역시 재빨랐습니다. 일단 문제는 흉노를 치기 위하여 변경으로 가있던 관영의 군대를 철수시키는 한편 극포후(棘浦侯) 시무(柴武)를 대장군으로 삼아 장군 4명과 10만 군대를 거느리고 이를 치게 했습니다. 그리고 기후(祁侯) 증하(繒賀)를 장군으로 삼아 형양에 진을 치게 했습니다.

 


또한 같은 해 7월 신해일에 문제는 장안으로 돌아와 「제북왕은 덕을 배반하고 상에게 반역하며, 관리와 백성을 그릇되게 하였으니, 대역(大逆)하다. 제북(濟北)의 이민(吏民)이나 병사 중 아직도 먼저 (취할 행동을) 스스로 정하지 않았거나 성읍에 주둔하다 항복한 자는 모두 사면하고 관작을 회복시켜주어라. (제북)왕과 같이 반란을 일으켰지만, 흥거를 버리고 내항(來降)한 자 또한 모두 사면하라」는 조칙을 내려서 반란 세력의 내부 붕괴도 유도했습니다.

 


결국 같은 해 8월 제북왕 유흥거의 반란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사로잡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살했습니다. 문제는 유흥거와 함께 반란에 참여한 이들을 따로 벌주지 않고 모두 사면하여 제북의 민심을 다잡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동성제후들의 반란이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제의 이복동생인 회남왕 유장의 모반사건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회남왕 유장은 유방의 막내아들로 어머니는 조나왕 장오의 측실이었습니다. 그녀는 유방의 총애를 받아 아이를 배었습니다. 하지만 조나라 의 신하 관고 등이 유방을 암살하려 하는 것이 발각되어 장오 등과 함께 체포되었습니다. 그녀는 유방에게 그의 아들을 임신했다고 말했으나, 유방은 풀어주지 않았습니다. 조씨의 남동생 조겸이 심이기를 통해 여후에게 누나의 목숨을 구걸했지만 심이기는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고 여후도 질투심을 품어 유방에게 말하지 않았고 유장의 어머니는 유장을 낳고 얼마 안 되어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자결한 이후 유방은 후회하며 여후로 하여금 유장을 키우게 하였습니다.

 


유장은 회남왕 영포 반란 이후 회남왕에 봉해졌고, 여후의 치세 때도 여후와 혜제와 가까이 지낸 탓에 자신의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그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어머니인 조씨를 적극적으로 구제해주지 않은 심이기를 원망하며 그를 죽일 기회만 노리고 있었습니다.

 


문제 즉위 이후에 그는 자신이 문제와 가장 가까운 형제임을 내세워 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았고 교만한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신의 막내 동생이기도 하고 얼마 남지 않는 형제라 그의 행동을 용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문제 전원 3년(기원전 177년) 4월에 장안에 입조한 유장은 그 수행원인 위경을 시켜 당시 벽양후였던 심이기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의 어미가 체포되었을 때 심이기는 여후에게 말하여 구해줄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으니, 이것이 첫 번째 죄입니다. 조왕 유여의(劉如意) 모자는 죄가 없었음에도 여후가 죽였으나 이때 심이기는 말리지 않았으니, 이것이 두 번째 죄입니다. 여후가 여씨를 왕으로 삼았을 때 심이기는 말리지 않았으니, 이것이 세 번째 죄입니다. 저는 천하의 도적을 주살하여 어미의 원수를 갚았으니, 죄 받기를 기다립니다.」

 


 

문제는 유장의 심정을 이해하여 그를 따로 벌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하여 문제의 모친 박태후와 황태자 그리고 대신들은 유장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회남으로 돌아온 그는 황제조차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욱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궁실과 복식 등이 법도를 뛰어넘고 출입할 때도 황제에 버금가는 거마와 의장을 갖추고 자기 멋대로 법령을 내리는 등 한마디로 자기 멋대로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남은 동생을 차마 벌을 줄 수가 없어서 이러한 행동에도 편지로 타일러주기만 했지만 결국 문제 전원 6년(기원전 174년) 회남왕 유장은 극포후의 태자 진기와 함께 반란을 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유흥거의 반란과는 달리 거의 모반 수준에서 진압되었습니다. 군신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유장은 마땅히 목을 베어 죽이고, 그 시체를 저잣거리에 버려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문제는 이복동생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왕위만을 박탈하고 신하들의 의견에 따라 촉땅의 엄도와 공도로 유배보냈습니다. 같은 해 11월 유장은 유배가던 도중 옹에서 병으로 죽었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남은 동생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서 훗날 문제 16년에 유장을 추존하여 시호를 여왕이라 하고 그의 아들 세 명을 각각 회남왕, 형산왕, 여강왕으로 세웠습니다.

 

 

여후가 죽고 여씨 일족들이 주살된 이후, 유방이 실행하려 했던 황제와 동성제후들로만 구성된 군국제는 흔들림 없이 지켜지고 있었지만 황제와 동성제후들간에는 메울 수 없는 균열이 계속 생기고 있었습니다.

 

 

※ 출처 : 한서 문제기, 사기 효문황제 본기, 네이버 지식백과, 위키백과 

 


※ 여담 : 회남와 유장의 아들로 회남왕의 작위를 물려받은 유안은 훗날 한나라 초기에 성행한 다양한 학술 내지 사상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책인 회남자를 쓸 정도로 명석한 인물이었지만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고 무제 말년에 반란을 꾸미려다가 발각되어 죽음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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