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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써 보는 학창시절...
게시물ID : freeboard_16139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2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08/19 16:40:37
고등학교 2학년, 나는 남자친구와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게 일상인 고등학생이었다.
 
수업시간. 짝꿍이 존다.
 
깨울까, 하다가, 너무 곤히 자고 있어 깨우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 내뒀다. 곧 일어나겠지.
 
싶었는데 결국 수업 종이 칠 때까지 한 시간 내내 자더라. 종이 치고 쉬는 시간이 되자 깨어났다.
 
"너, 아까 자는데 깨우면 잘 자는데 깨우는 것 같아서 안 깨웠어...."
 
라고 하니, 친구는
 
"고마워!! 나 아까 진짜 잘 잤거든.ㅠㅠ"
 
하며 고마워 한다.
 
'안 깨워준 걸 고마워하다니... 공부 못 하게 내둔건데....'
 
라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남이 공부 못하게 훼방놓고, 이간질하고, 재수없다고 하며 압박을 주는 반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악인이 될 생각도 없고, 그런 짓을 할 시간도 없고, 그렇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다.
 
다만 자는 애를 그냥 내두는 정도.
 
사실, 반에는, 자기가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기엔 역부족하고, 남이 잘 되는 건 기분이 나쁘고,
그래서 쉬는시간에 영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푸는 나같은 애한테 시비거는 애들이 몇몇 있다.
직접적으로 시비 거는 애들도 있지만,
흘끗 다 들리게 '재수없어' 라든가, '서울대 가려나보지 뭐 ㅋㅋ' 라면서 비아냥거리면서 지나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압박을 주는 것이다.
 
뭐,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고, 그렇게 말한다 한들 내가 공부를 안 하고 손 놓는 것도 아니고,
별 수 없는 짓거리를 하는 것뿐이다 그네들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도 이런 부류가 있어서, 좀 웃길 뿐이고.
 
 
 
아무튼 그 짝꿍은, 내게 잘 의지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읽은 많은 책들을 이야기해주었다. 한창 고전소설에 빠져있을 땐, 금오신화라든가 이런 전설적인 이야기들을 해 주기도 하고,
여러 이야기들을 하는 걸 좋아했고 그 친구는 내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잘 들어줬다.
 
어느 날은 공책 뒷 면을 찢어 편지를 적어주었다.
'나 수학 알려주면 안 돼? 나 수학 하나도 모른단 말이야 ㅠㅠ 이번에도 수학 50점 맞았어. @@아 너는 이번에 하나 틀렸잖아. 나 기말고사 수학 알려주라 ㅠㅠ'
 
라고 하였다.
 
나는, '친구는 학교에서 봐도 되는데 굳이 주말까지 시간을 내서 만나야 하는가. 내가 사랑하는 내 남자친구도 일주일에 하루, 몇 시간밖에 못 보고 연락도 성인처럼 자주 할 수 없는 고등학생 사이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마다 남자친구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하고,
평일은 수업 끝나면 태권도를 갔다가 혼자 복습을 하고 자기 때문에, 평일엔 시간이 안 났다.
 
"주말에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라고 말하였다.
 
사실, 안 봐도 뻔했다.
 
나와 그 친구는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이 범위의 수학을 다 가르쳐주기엔, 내 하루를 온전히 다 써서 강의를 해야 했다.
나는 남자친구와 그 다음 진도를 예습하고 수학 문제를 풀고 공부해야 하는데,
이 친구에게 지수 로그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니, 이건 내 시간을 이 아이에게 온전히 하루를 쏟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를 낭비할 순 없었다. 주말은 너무나도 짧고, 공부할 양은 많은데, 뒤치다거리까지 할 시간은 없었다.
 
 
 
사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부 잘 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이기적일 거다, 인간성이 없다,
자기만 안다, 재수 없다,
자기만 시험 잘 보려고 안 가르쳐주는 거다,
 
등 오해를 많이 하곤 한다.
 
사실, 나는 학원도 다녀본 적 없고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
EBS가 무료 수능강의가 되기 전, 용돈을 모아 2만원으로 수학 강의를 들은 게 다였고,
나머지는 그저 모르는 게 있으면 도서관에 살면서 지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교과서가 아니라 일반 문제집을 풀다가도 모르는 게 있으면 교무실에 찾아가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달라가 아니라, 여기서 이게 왜 이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등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중간 풀이과정에 대해 물었다.
혼자 자력으로 풀 때까지 풀다가, 이해가 안 되는 걸 묻는 거였다.
 
내게, 인생관과 학습 태도는 모두 같았다. 세상은 답이 나오면 그걸로 끝이지만, 사실 모든 문제집에 답은 이미 나와있다.
하지만 풀이과정을 모르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내가 사회생활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고,
이걸 질문하러 다니는 나를 보며 사람들은 한심하게 보기도,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한다' 고 잘못 해석하기도 한다.
 
난, 어차피 그 상대방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어서 사회관계에 대해 질문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사고방식과 구동체계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 역할, 경쟁 관계, 이런 것 따위는 관심없다.
 
상대방이 내게서 어떤 걸 얻으려고 하고, 나는 여기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내 자존심을 살리고 무시 당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런 생존적인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묻는 게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겠지. 그리고 이게 현대 사회에서 자연적으로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 관심 없다.
남들이 나를 또라이로 보든, 찌질이로 보든, 상관없이
'저 사람은 이런 가치관을 가졌고, 이런 상황에서 한결같이 분노를 표했으며, 이런 대화 주제를 던졌을 때 항상 이런 쪽으로만 해석한다. 그런 이 사람이
나의 이 행동에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이것과 일맥하다.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중요시여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이 사람은 나의 이런 행동에서 위기감과 위협을 느끼고, 그런 위협적인 상황에서 이 사람은 이런 행동으로서 방어를 취하려고 한다.
이 사람은 이런 지능적 조건 하에서, 이런 태도를 항상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등을 종합해 보는 것이다.
 
물론 나 또한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주눅들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태도도 취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기도 한다.
그런 나의 모습도 관찰하고 기록해두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때, 항상 이런 기분이 들었고, 그때마다 나의 행동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어가는구나. 하면서 잠깐 멈추어 서서 나를 정면으로 보는 것이다.
 
내가 정신과 의사가 될 지, 과학자가 될 지 아직은 모른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여러 행동과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방법이 각각 다른 것은 눈여겨 볼 만 하다.
나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되었다가, 약한 사람이 되었다가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이미 웬만한 근거들이 다 논문으로 나와있어, 내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알아간다는 것은 내게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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