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하면 사과를 하는게 당연한 말이지만, 제 친구들은 저의 상황을 듣고 사과하는건 더 그 친구를 괴롭히는 짓이라고
그냥 있는게 그 친구를 더 위하는 일이라고 조언해주는 친구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친구에게 잘못한 걸 깨달은 후에 깊은 후회감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다는 상황이라는것이 절 너무 힘들게 합니다.
*상황설명이 너무 장황하니 하단 부분에 카톡내용만 읽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상황을 설명드리자면 저는 늦깎이 남자 대학생이고 같은과에 여동기가 한명 있습니다.
나이차는 5살입니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으나 수업이 겹치는게많고,
결정적으로 제가 학교수업보다 더 열심히 하는 팀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여동기와 같은팀이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많은 나이많은 남자들이 어린여자들에게 집적거리는것을 보았고, 개인적으로 그런짓들을 정말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여동기와는 알고지냈어도 이성적으로 바라보지는 않았는데,
몇날 며칠을 밤새며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부딪히는 일도 많고 장난치는 일도 많아지면서 그 여동기와 더욱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린나이에도 불과하고 팀 프로젝트때 보여주는 모습은 오히려 5살 많은 저보다 성숙해보였습니다.
성실하며 남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였고 대화 할 때 자기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방 말을 경청해주고 끝날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였습니다.
저는 그 여동기의 마음씨에 인간적인 호감을 받게됬고 어쩌면 호감을 넘어선 감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호감까진 확실한데 그 이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5살차이에다가, 늙은 남자가 어린여자에게 직접거리는 걸 혐오하는 제가 그 과오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애써 감정을 정리했습니다.
감정을 정리하면서 제가 살짝 그 여동기와 거리를 두고 대했습니다.
그러던중에 제가 그 여동기한테 심부름을 시킨적이 있었는데, 그 돈을 깜빡하고 안줬다가 생각나서
갚을 겸 정오쯤에 만나서 마실거라도 사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 여동기는 안주셔도 된다고 두번 사양했지만 그렇다고 제가 진짜 안주는게 더 우스운 거 같아서 그냥 사준다고 했고 여동기도 알겠다 했습니다.
당일날 저는 밖에서 다른 일을 보고있었고, 오전 10시쯤에 여동기가 만나는 시간을 2시에서 1시로 시간을 땡겼습니다. 저는 알았다고 했고
보던 일을 중간에 접고 11시에 슬슬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출발하였고, 11시 30분이 됬을 무렵에 여동기가 사정이 생겨 만나기 어렵다고 하고
그냥 월요일날 학교에서 뵈는게 나을것 같다고 카톡으로 말을 했습니다. 저는 당황했고 곧바로 화가 났습니다.
만나지 못해서 화가난 것이 아니라 저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았다는게 절 분노케 했습니다.
사실 제 성격상 만약 다른 친구나 동기가 그랬으면 '아 나 출발했는데 뭐임ㅠㅠ' 이정도에서 딱 끝냈을 겁니다.
그런데 여동기에는 저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았다는 점이 저를 너무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제가 그 여동기에게 인간적으로 좋아했던 면이
순간 완전히 깨져버리면서 그 감정이 증폭된거 같습니다.
정말 화가났고, 카톡으로 ' 나는 너와의 약속때문에 하던 것도 접고 이동중이였다. 내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아주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그러면 어떡하냐 '
이런 말을 했다가 5분안에 답이 안와서(여동기가 그 메세지를 읽지를 않았습니다)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30분정도 화를 삭히려고 노력하며 답을 기다렸다가 결국 30분 후에 12시 정각을 넘기고 화가 폭발해버렸습니다.
카톡으로 이런식으로 말했습니다. 다음 상황은 카톡형식으로 쓰겠습니다.
저
전화도 안받으세요?
니가 괜찮다는거 내가 우긴건 맞지
근데 너도 동의한 순간 그건 약속이 된거야
난 너 일찍끝난대서
하던거 접고 왔는데
아
계좌불러
너 내가 또 안준거 있으면 지금 다 불러
다 정산해서 보내게
오늘까지
적어서 보내 12:06
여동기
밥먹느라 못봤어요 12:13
저
ㅇ
오늘까지
계좌번호 ㄱ 12:14
여동기
아 저 그냥 1시까지 기다릴게요ㅋㅋ 12:14
계좌
불러 12:15
팀프로젝트
할때
너 모르는사람 취급 안하고
동등한 팀원취급할테니까
걱정말고
주말잘보내라 12:17
여기서 끝났습니다. 1시 30분경에 여동기가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죄송합니다. 주말잘보내세요. 라고 왔습니다. 답변도, 읽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엔 화가 치밀어서 툴툴대며 담배피고 친구랑 점심먹으러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 그리고 친구들이 제게 말하는걸 들어보니
저 혼자서 그 여동기에게 어떠한 기대를 가졌다가 그것이 깨졌다고 필요이상으로.. 거의 또라이급으로 화를 낸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감이 커졌고 친구들중 한명이 뭔 늙은이가 혼자 북치고장구치고 다하냐고 하면서 그냥 제가 미친짓을 한거 같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게됬습니다.
결국 제가 그렇게 혐오하던 그 인간상이 됬다는게 너무나 자괴감이 들고 그 여동기의 기분을 망친게 너무나 후회스럽습니다.
저는 사과를 하고싶지만 앞에서 말씀드린대로 친구들은 그냥 내비두는게 그 여동기를 위한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정말 사과를 하지 않는게 더 그 여동기를 위한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