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 “언젠가부터 개그 캐릭터, 마음에 드는 별명은…”
LG 박용택(34)은 15일 최근 맹활약 얘기를 꺼내자 "이제 좀 야구 선수 같아졌다"고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는 올 시즌 4월 중순 이후 타율 0.297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슬럼프에 빠져도 3할 언저리를 유지했다.
"그 전에도 잘했다"고 하자 박용택은 타격에 만족이 없다고 했다. "결과를 떠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버티자고 했다. 감이 돌아오는 데 석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박용택이 납득할 만한 스윙을 한 건 지난주부터였다.
그는 지난주 4경기에서 타율 5할(16타수 8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둘러 팀의 4연승을 이끌었다. 주간 타율과 타점 공동 3위. 일간스포츠는 7월 둘째 주 조아제약 주간 MVP(상금 50만 원)로 LG의 신바람을 이끈 박용택을 뽑았다. 시즌 타율을 0.317로 끌어올린 그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아직 잘했다는 수준엔 못 미친다"고 했다. -못 한다 해도 3할 타율이다. 꾸준한 비결이 무엇인가. "경험이다. 어린 선수 같았으면 어려웠을 거다. 감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 이유가 있었나. "잔부상이 있었고 컨디션 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팀이 잘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야, 이래서 성적 내는 팀에 있어야 하는구나'를 절실하게 느꼈다. 계속 지는 경기를 했다면 스트레스가 심하고 지쳐 떨어졌을 텐데, 팀이 이기면서 그 분위기로 한 개씩 치다 보니 희망이 생기더라. 다들 잘해 나만 잘하면 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7월 초부터 괜찮아진 것 같다."
-잘 쳐도 늘 부족하다고 한다. 왜 그런가. "약간 그렇긴 하다. 사실 야구라는 게 10타수 10안타, 20타수 20안타를 쳐야 만족이다. 또 나는 결과보다 과정의 만족을 중요시한다. 아웃을 당하더라도 납득이 가야 하는데 어떻게 스윙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혼란이 올 때가 있다. 그렇게 치면 행운의 안타가 나와도 전혀 기쁘지 않다. 나만의 느낌이 와야 오케이다. '내일부터 되겠다' 생각이 들면 진짜로 된다."
-기준이 타율 1위(0.372)을 한 2009년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 정도는 돼야 잘했다 할 수 있다."
-무슨 플레이만 하면 새 별명이 붙는다. 알고 있나. "(웃으며) 시크하고 도시적인 캐릭터인데 어느 순간부터 개그 캐릭터가 됐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엉뚱한 행동이 가끔 나오더라. 나쁜 건 아닌데…."
-마음에 드는 별명이 있나. "'용암택'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야구를 잘할 때 불러주는 별명이니까."
-LG가 2002년 이후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가까워지고 있다. 가장 달라진 게 무엇인가. "팀의 기가 확실히 세다. 예전 같으면 상대팀이 '너희가 해봐야 언제까지 할거야'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요즘은 어느 팀이랑 해도 '쟤네 진짜 세다'는 반응이 느껴진다. 다른 팀 선수들도 만나면 '너네 올라갈 것 같다'고 한다. 더 활활 타올라야 한다."
-올 시즌 박용택의 꿈은 무엇인가. "하나다. 몇 등을 할지 모르겠지만 포스트시즌에 가서 다함께 우승을 해보고 싶다. 우승하면 트로피 주는가? (준다고 하자) 해본 적이 없어서…. 샴페인으로 목욕도 해보고 싶다. 요즘 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타율 부문 타이틀도 노려볼 만한데. "전혀 생각이 없다.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우여곡절 끝에 해본 적이 있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올핸 가을에 야구 하면서 정말 우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