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소장 제출하고 왔어요.
작년 어느 날 저는 직장 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올해 2월, 이후로도 이어진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에 알렸습니다.
그렇지만 사내 정치를 잘 하지 못했던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폭언과 압박, 왜 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와서 문제를 만드냐는 원망이었습니다.
물론 매우 상식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제 편이 돼 주었지만 "사측"은 저에게 "네가 지방 출신이라 혼자 사는 여자라서, 솔직하고 순진해서, 담배를 피워서 네가 네 자신을 보호하지 못 했다. 그건 네 잘못이다(실제로 들은 말) "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는 제게 주어진 인생에서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 하면 평생 피해자로 살 것 같단 생각을 했어요.
복수심도 물론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저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이 어려운 일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살면서 절대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은 사람으로서 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용기를 주고자 함입니다.
저는 작은 아주아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했고, 많은 나라들을 돌아다녔어요.
그리고 제가 행복하고 싶은 길을 찾고자 여러 가지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제 자신에 대해 편견 없이 이해 받고, 오해 없이 이해 받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전 많이 어리석고 어리숙해서, 내가 느끼고 지키고자 했던 바가 다른 사람에게 오해나 편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 유일한 잘못이겠지요.
그래도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 아파하는 여러분에게 꼭 용기가 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매일매일 오유에 들어와요. 참 고마운 일입니다.
오유에서는 제가 여자라고 차별 받지 않고,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자 하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매일 매일 새로운 용기를 주는 여러분에게 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제가 겪은 끔찍한 일을 알리고자 함이 아닌, 한 인간이 여러 사람의 이해와 지지를 받고 어떻게 일어서는지 보여 드리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잠 들기가, 매일매일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는 회사 생활을 하기가 어렵지만, 혹시라도 저 같은 일을 겪은 분이 있다면 제가 꼭 보여드릴게요.
제가 꼭 듣고 싶었던 말, 그리고 다행히 매우 상식적이고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가진, 제 주변의 모든 좋은 사람들이 해주는 말,
"네 잘못이 아니야." 그리고 "넌 할 수 있어."
그 말을 실천하기 위해, 내가 당장 더 나아지는 것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꼭 해낼게요. 용기 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지금은 너무 힘들지만 꼭 이겨낼게요. 고맙습니다, 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