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이십대를 지나고 있어요. 노인들은 세월 금방간다 말하지만, 우리가 지낸 시간들을 세월이라 부르기엔 아직 민망해요. 우린 언저리에 있어요. 삶의 한복판에조차 들어서지 않았다구요.
그러니까, 아직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예요.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말아요. 실컷 실수하고 잘못 선택해도 아무것도 망쳐지지 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어른들의 말보다는 인생이란게 길다고 생각해요, 전.
물론 저도 삶의 한복판에 들어선 후에는, 그만큼 나이를 먹은 담엔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인생 짧다. 정신차리고 철 들어라." 더이상 젊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요, 한 번 선택이 커다란 운석처럼 삶과 충돌해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가 있으니까. 되돌릴 기회가 더이상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는 더 과감하고 더 대책없고 더 앞뒤 안가릴 필요가 있어요. 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살얼음판을 걸을 수 밖에 없는걸요. 맨땅 딛고 있을 때, 물론 상황과 사정에 따라 그것이 두꺼운 얼음판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함 위에 서 있어요. 그걸 기회라고 부르고요. 실수를 하려면 지금 실컷 해봐요. 미친짓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니까.
다음 일, 저지른 후, 수습 생각하지 마요. 감당 못해도 되요. 다시 말하지만 젊음의 무모한 선택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것도 망쳐지지 않아요. 우리 인생이 그 정도로 영영 틀어질만큼 호구가 아니예요. 지금은 튜토리얼이거든요. 본 게임 들어가기전에 이것저것 다 눌러봐야죠.
누군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 부디 똑똑한 결정보다 바보같은 결정을 하길, 득보다 실을 탐하길. 되도록 가능성없는 일에 도전해보길.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거든요.
이십대는요, 뭐랄까 단점을 안고 가도 좋은 나이 같아요. 저는 그 시간동안 잘하는 것 만큼 못하는 것, 나쁜 버릇, 안좋은 습관들을 정말 많이 발견했어요. 이젠 그걸 고쳐나가야겠죠. 나의 망나니 시간은 끝나가니까. 서른은 또 다른 시작인지라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만 하죠.
이십대는 아직 애여도 좋아요. 하고 싶은거만 하고 떼쓰고 징징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중에 자다가 이불 뻥뻥 찰 일 많이 생기겠지만 자기 전에 떠오를 치기어린 기억조차 없다면 고깟 이십대, 뭐가 남겠어요? 되도록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을 많이 만드세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해요. 역설적이지만 못 할 수록 나중엔 잘하게 된답니다.
가끔 제게 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느냐, 속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근데 저 매일 불안하고 한치 앞이 막막합니다. 그치만 제 선택이, 제가 가려는 길이 잘못됐다거나 어렵다고는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왜냐하면 이건 만들어 나가는 길이거든요. 남의 길을 따라가며 저 앞의 선행자를 본다면 뒤처진 제 모습이 불안하겠지만 저만의 길을 터 나가고 있어요. 길이 좀 험하고 수풀이 우거져서 그렇지 하나하나 가지 쳐가며 뚫는 재미가 쏠쏠해요.
세상엔 세상 인구만큼 각자의 길이 있다고 믿어요. 우린 모두 길에 자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걸요.
그래서 모든 조언은 쓸모가 없답니다. 참고만 되는 거예요. 만약에, 어떤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자신이 없다거나 준비가 안됐다거나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민이 들면 일단 저지르는 쪽으로 생각해보세요.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어요. 각오와 배짱만 있다면 그 경험들은 자양분이 될 거예요. 비록 실패하고 좌절하고 걱정 때문에 눈이 퀭해진다 하더라도 말이죠. 성공하지 않을 각오로 덤벼드세요. 모두 쏟아내세요.
성공하기 위한 청춘이 아닌걸요.
그냥, 해보기 위한 청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