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넋두리를 하고 싶어서 씁니다.
다소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새벽 다섯시, 자는 중에 뭔가를 벅벅 긁는 소리에
눈보다 정신이 먼저 떠졌습니다.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은 한시간 뒤인 6시.
짜증부터 났습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3일전 탁묘온 냥이를 격리시켜둔 옷방입니다.
문을 열었는데.. 냥이가 장판을 뜯고 있었습니다.
짜증이 또 났습니다.
'우리집 고양이는 이런거 안뜯는데...'
생각해 보면, 냥이는 어제부터 울음으로 몸짓으로 방 밖을 나가고 싶다고 제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줄수가 없었습니다.
우리집에는 겁 많고 소심한 냥이가 한 마리 더 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 집에 맡겨진지 이틀만에 낭낭한 목소리로 내보내달라는 냥이에게 방묘문 너머로 우리 냥이 얼굴을 들이밀었었습니다.
"얘가 있는데 나올 수 있겠어?"
냥이들은 하악질을 해대다 각자 자기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에 가서 숨었습니다.
나는 집에 있던 정든 냥이만 달래주었습니다.
장판을 뜯은 걸 보자 냥이가 정말 나가고 싶은가보다는 생각이 들어 위험을 감수하고 방묘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냥이는 우리 집에 다른 냥이가 있었다는 걸 잊은 것 마냥 거실을 탐색했습니다.
기존 냥이의 주 활동지인 침실을 탐색하러 왔을 때, 두 고양이는 한 번 더 맞닥들이게 됐습니다.
여러번의 하악질 끝에 기존냥이는 제 품으로, 새로 온 냥이는 거실로 몸을 숨겼습니다.
시간은 5시 30분. 그냥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거실에서 물건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가봤더니 새로 온 냥이가 가스렌지 위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기존에 있던 냥이는 한 번도 냉장고며 가스렌지며 싱크대 위로 올라온 일이 없었습니다.
또 짜증이 났습니다.
아직 제게 손길도 허락하지 않은 아이에게 쓰읍 하고 으름장을 뒀습니다.
제게 하악질을 합니다.
안아서 내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긁히기 싫어 고무장갑을 끼는데 고무장갑 끼는 소리에 놀라 자기가 있던 방으로 도망갑니다.
손길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집을 탐색하려 하고 집주인인 내게 화를 내는 냥이가 미워 방문을 세차게 닫아버리고 출근 준비를 했습니다.
씻고 화장을 한 후에 옷을 입으러 들어갔는데 냥이가 옛 집에서 가져온 보금자리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조금 듭니다.
"미안해, 언니가 잘못했어.. 화 풀어.."
대꾸도 없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옷을 입고 있는데 냥이가 나와 절 쳐다봅니다.
절 지나쳐 문 앞에 우두커니 앉습니다.
뒷모습이 괜히 쓸쓸해보입니다.
"언니 갔다올게. 장판 뜯지 말구 좀만 기다려줘."
혹시나 싸움이 일어날까 옷방 문을 단단히 닫고 출근했습니다.
일하는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후회합니다.
일년 뒤에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아이지만,
지금은 내가 가족이 되어 주어야 했는데..
가스렌지 위에 올라갔다고 혼낸 것 때문만이 아닙니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집 고양이와 싸우게되는게 무서워서, 싸워서 상처날게 두려워서, 내가 다치는것도 싫어서, 그렇게 되면 이 냥이를 미워하게 되는 게 싫어서 혼자 낯선곳에 남겨져 두렵고 외로웠던 냥이를 내가 외면했었나보다.
그런 생각이 드니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어떻게 하는게 두 고양이에게 좋을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냥이들이 꿈에서라도 말해주면 좋을텐데...
그래도 좀 더 이 아이는 내 가족이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퇴근하려 합니다.
마음이라도 가지면 조금이라도 행동이 달라지겠지 기대하며.
긴 넋두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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