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글의 글쓴이입니다.
원 글에서도 응원해주신분들, 비평해주신 분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을 밝혀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원래 2차 글을 쓰는것은 조금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해서 안 쓰려고 했는데, 당사자가 저에 대한 트윗을 올렸다길래, 그리고 본문의 댓글에서 약간의 오해도 있는 것 같아서 2차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사과문'을 쓰면 기소가 되고 '아니라고 우기면' 불기소가 되는 시스템
보다 약한 고소건의 경우에서, 피고소인은 사과문을 올려 제출하였고, 이 사건은 기소처리되었습니다.
메갤문학같이 좀더 악질적인 모욕이 있었음에도 '누구를 지칭한것이 아니다'라고 박박 우겨서 수사관을 납득시켜 불기소의견을 내면 그대로 송치/처분이 됩니다.
'이것이 사법정의입니까'라고 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법은 엄격하고 거기엔 테두리가 있죠. 그 테두리 안에서 마음껏 누비는 사람은 무죄가 되고 사과하는 사람은 유죄가 됩니다. 아마도 사과를 하면 그 순간 죄를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일까요?
2. 법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내려지는 불기소
제 사건의 경우, 그 불기소의 사유가 '역겨운 새끼들은 모욕으로 볼 수 없다.' 식이었으면 저도 납득하겠습니다.
그러나 '역겨운 새끼들에서 지칭하는 대상이 고소인이라고 볼 수 없다'가 불기소 사유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재밌는 판례 하나를 가져왔는데요
그 유명한 '강용석 아나운서 비하발언'에 대한 대법 판례입니다.
이 사건에서 아나운서연합회는 패소하였으나, 판시사항에서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이 집단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죄를 구성하는 경우 및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더 자세히 여기에 기재하긴 힘들지만, 대놓고 사진을 올려놓고 글을 썼으면서 '나는 저사람을 향해 한 말이 아니다'라고 우기는것도 웃기지만, 설령 그렇게 우긴것이 받아들여졌다 하더라도, 이러한 판례에 근거하여 '불특정 다수를 향한 모욕이었을지언정 고소인의 사진과 함께 게시되었기 때문에 고소인을 향한 모욕이 성립되는지 여부'에 대해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인 것입니다.
(판결요지 : ...당시의 주위 정황 등으로 보아 집단 내 개별구성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때에는 집단 내 개별구성원이 피해자로서 특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3. 그러나 법의 심판을 받을 기회도 얻을 수 없는 형사구조
그러나 그러한 다툼은 실제로 받아 보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법 전문가가 아닌 수사관이 '불기소'의견을 올려버린 이상, 고소인은 사실상 여기에 번복할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소인의 경우 기소->약식재판->정식재판->항소->상고등 여러 차례에서 처분에 번복 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불기소'처분을 받을 경우, 고소인에게는 사실상 이 처분에 번복 할 기회가 없죠.
푸념이자 한탄이었던 글에서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궁극적으로 이 시스템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수사관이 고소인의 변호인 역할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피고소인의 변호인 역할을 할 이유도 없죠. 그것은 수사관이 아닌 법관의 영역이니까요.
그러나 어떠한 법적 쟁점 여부를 다퉈보기도 전에 수사관이 불기소를 한 이상, 고소인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로펌을 통해 고소를 하거나, 그게 아니면 애초에 내 편에 서주는 수사관을 운좋게 만나는 수 밖에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