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왔어요. 옆집(먼 친척이라고 해요)에 식사하러 가는 길에 무슨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처음엔 샛소린 줄 알았는데 고양이 울음소리... 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이제 3,4개월 됐을 법한 고양이가 두 마리 있네요. 목줄이 채워져 축사에 묶여 있었어요. 줄 길이는 일미터도 안 돼 보이고... 저희 부부가 가니 엄청 좋아해요. 가까이 가자마자 골골송 부르고 막 발라당하고 손에 부비적거리고 목 긁어주니 좋다고 꾹꾹이도 해줘요. 두 마리가 근데 서로 멀리 떨어져서 묶여 있어요. 한 배에서 난 자매로 보이는 녀석들인데... 서로 닿지도 않을 만큼 떨어져서... 밥그릇은 이 녀석들이 보름은 먹을 정도로 잔뜩 사료가 부어져 있었고, 물그릇은 초록색 이끼가 껴 있고 이상한 것들도 둥둥 떠다녀요. 전에도 쥐들이 소사료 먹으니까 고양이들 데려다 묶어 놨는데, 동네 사람이 풀어놓고 키우는 개가 와서 물어죽였대요. 다섯 마리를 그렇게 연달아 죽게 하고 새로 두 마리를 또 데려왔어요. 시골 오일장에서 싸게 사왔겠죠... 너무 불쌍해서 시댁 돌아오자마자 엉엉 울었어요. 밥 먹고 나오는 길에 가니 여전히 미친 듯이 우리를 반겨주고, 손이 닿자마자 침까지 흘리면서 좋아해요. 사람을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만져주지도 않나봐요. 옆에서 소들은 무슨 기계로 자동으로 정수되는 신선한 물을 공급받고 있는데 고양이들은 깨끗한 물 안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냥 물로 헹궈선 답도 없을 것 같던 이끼 낀 물그릇... 남편 붙잡고 쟤들 데려오자고 울었어요. 물론 달라고 말도 못 꺼내고 (시골이라 무지하게 가부장적이에요. 어른한테 말대꾸하거나 토 달면 절대 안 되는 그런 곳....) 우리가 데려온다 한들 저 집은 또 어디선가 고양이들을 데려와 그렇게 묶어놓겠죠. 하다 못해 두 형제들 서로 그루밍하고 장난칠 수 있게 가까이 묶어주고, 물그릇 밥그릇만 이삼일에 한번씩 씻어주면 좋겠어요. 이 얘기라도 우리 아버님한테 대신 전해달라 하면 안 되냐 하니 못 한대요. 그냥 우리집 애들이나 잘 키우자고 그래요. 내일 날 밝으면 저라도 말할까봐요.
시골이라 쥐 쫓으려고 고양이 묶고 키우는 거... 시골 분들이 그러는 거 이해할 수 있는데... 최소한 자신이 키우는 동물이면 물그릇 밥그릇은 깨끗이 해주면... 그랬으면 이렇게 속은 안 상했을 텐데... 저희 집 고양이들은 장이 약해서 그런지 이틀만 연속으로 같은 그릇에 밥을 줘도 무른 변을 보는데... 고양이 중 한 녀석은 너무 울어서 목이 다 쉬었어요. 목이 쉬어 울음소리가 이상한 거였는데, 첨 들었을 땐 싸우느라 캬옹 하고 우는 줄 알았어요. 그 녀석이 유독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반대편에 있는 녀석이랑 놀아주고 있으니 일로 오겠다고 뛰다가 목줄에 걸려서 컥컥거리기도 하구요... 앞으로도 얼굴 쭉 봐야 할 사람들인데 솔직히 너무 혐오스러워요. 인사도 안 하고 싶어요. 그 울음소리가 자꾸 맴도네요... 먼저 죽었던 다섯 마리도, 묶여 있지 않았더라면 개가 쫓아와도 도망가서 살 수 있었을 텐데... 아 그 이웃집 개는 어떻게 됐냐 물으니 잡았대요. 잡았다는 말은 뭐... 먹었다는 거겠죠...
그냥... 제가 그간 봐온 고양이들 중에 제일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들이었는데, 그곳에서 그렇게 살다가 오래 못 살고 죽을까봐 그게 너무 슬퍼요. 다음에 내려왔을 땐 다시 못 볼 것 같아서... 정말 제 자신이 무력하고 너무 속상하네요...
우울한 글 죄송해요. 너무 속상해서 글 남깁니다... 돈 주고 사왔다고 물건인 게 아니고 생명이라는 거, 엄마도 있고 형제도 있는 생명이라는 거 제발 그것만 생각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