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게시판을 보면 몸매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아무래도 특정 체형(비만 등)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몸매 전반, 특히나 패게에서 몸매라는 부분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꽤나 보이더군요.
근래에는 '패션게시판은 패션만을 다루고 평가해야 하며 몸매의 영향은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견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패션은 기본적으로 몸에 걸치는 의류나 악세서리, 소품 등을 의미합니다만, 이러한 것들은 결과적으로 '몸'이라는 바탕 위에서 보여지게 됩니다. 때문에 몸매가 좋은 사람이 옷을 입었을 때 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굳이 이 부분을 의식적으로 분리해내려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나아가 몸매가 좋은 사람에 대한 잠정적인 저평가 내지는 반감에까지 이를 수 있으므로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패션과 몸매의 관계는 사진과 카메라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좋은 카메라와 비싼 렌즈가 같은 풍경을 더 선명하게 찍어내듯, 좋은 몸매는 같은 옷과 악세서리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옷을 이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직업인 모델들이 몸매 관리를 위해 대단한 노력을 들이는 것이죠. 고용주의 제품(옷)들을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으로 어필해야 하니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패션' 게시판인 만큼 포인트는 패션에 있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사진에 있어서 풍경이나 구도를 생각하지 않고 카메라 스펙만 줄줄 읊어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 패션 게시판에서 '우와 저 사람 몸매 죽이네'만 연발하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동시에 패션은 부분부분을 뜯어가면서 분석하고 대조하고 객관적 결론을 도출해내는 science가 아닙니다. 오감으로 이미지 전체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의 감상을 느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이미지'에 옷이 걸쳐져있는 옷걸이 역시 포함된다는 점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게시판에서 대형 카메라와 고급 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고 '카메라 스펙으로 승부하는 사진이라 별로...'라고 하거나 비공감을 준다면 이상하겠죠? 패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몸매가 패션의 '전부'라고 주장해서는 안되겠지만, '일부'임을 부정하는 것 역시 곤란하다는 얘기죠.
사실 이 부분을 인정한다고 해서 딱히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거나 패게가 몸매자랑으로 도배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유저들도, SLR 망명자 분들도 '몸매게시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에 동의를 하는데다가, 본질적으로 몸매는 앞서 말했다시피 어디까지나 패션의 '일부'니까요. 색상과 형태, 조합과 컨셉. 이러한 부분에서 센스가 돋보이면 굳이 몸매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감탄사를 자아낼 수 있습니다.
몸매만을 칭송하는 행위도, 몸매를 굳이 배제하려 드는 행위도 사실 몸매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에서 나옵니다. 본래 '미'라는 것은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죠. 불필요한 관념을 개입시키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느끼는 쪽이 보다 바람직한 패션 라이프로 향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