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자신이라는 하나의 시간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우연히 자신을 지나가는 다른 시간으로 향기를 남기는 것을 생으로 받아들이고 산다. 그것을 꽃의 음악들이라 부른다고 해도 우리는 어떤 경계에서도 처벌받지 않는다.
나는 국경의 근처에 국경꽃집을 차려놓고 한 여자와 어떤 경계에서도 머물지 않는 향기를 팔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랜 시간을 다하여 한 적이 있다.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우리가 시간이 여전히 헤매고 있는 기억이라고 부르듯이,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불구가 되어버린 기억이 과거에는 분명 하나의 사랑이었듯이,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빛의 안을 지금 사진가는 보고 있는 것이다. 그때 사진은 나의 것이 아닌 그 빛이 풍경으로 품고 있던 빛의 기억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