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인근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오징어입니다
저는 주말인데도 시험을 잡은 교수님에게 무한한 영광이 담긴 혼잣말을 내뱉으며 집 앞에서 싸구려 커피를 사서, 사람 수는 좀 있지만 자리가 꽉 차진 않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타고 가다 보니 옆자리에 단발머리의 단아하게 생긴 여학생이 툭 앉더니 바로 가방에서 종이뭉치를 꺼내더니 종이를 읽는 겁니다.
종이를 읽는 기세가 마치 상산의 조자룡이 적에게 창을 휘두를 때의 기세처럼 보여서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 슬쩍 봤더니 저희학교 논술 대비 자료였습니다
아... 우리학교 올 수도 있는 예비 후배구나.... 라고 생각하고 언제나와 같이 핸드폰으로 소설이나 읽고 있었습니다.
일이 벌어진 것은 저희학교 전 역인 “수색역”에서였습니다.
방송에서 “이번 정류소는 수색. 수색역입니다. 내리실분은...”
이라는 방송이 나오는데 갑자기 옆자리의 수험생이 화들짝 놀라면서 일어나더니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하면서
“스..스색...???”
이라고 혼잣말이지만 지하철 같은 칸에 있던 모든 사람이 들을 정도로 말을 했습니다.
....거기서 너무 웃겨서 마시고 있던 커피를 앞쪽으로 좀 쏟...뱉....아니 어쨌든 바닥에 흘렸습니다.
잠시 후 상황을 파악한 그 친구는 허둥지둥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페이퍼를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고 부끄러운지 자신의 자리에는 다시 앉지 않고 출입문 옆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옆에서 가방에 있던 휴지로 바닥을 닦고 있었고요.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오더니 “죄송합니다 ㅠㅠㅠㅠㅠ” 하는데 저도 모르게 진심이 나와서 “아녀 덕분에 재미있었습니다.” 라고 했는데 “예...? 아.. 네..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 뒤 자기 말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지 또 고개를 지하철 문이 열리자 마자 푹 숙이고 먼저 뛰어가더라고요
시험 꼭 잘 봐서 후배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큰 웃음 감사드려요...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