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저는 헌혈을 안 합니다.
게시물ID : gomin_1576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Whra
추천 : 13
조회수 : 1128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6/01/11 00:06:05
학교에 헌혈차가 올 때마다, 길 가다가 헌혈의집 보이면,
고등학교 때부터 헌혈은 해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했습니다.

보수적인 부모님께서는 옛날 60~70년대 헌혈이 위생적으로 위험했을 때, 생각하시며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는 했습니다. 좋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군 제대후 얼마 뒤 저는 헌혈을 더 이상 하지 않습니다.

군 제대후 저는 동성애를 했습니다.
그 이전에는 요즘 여기 말로 ASKY 상태였죠.

복학생 아저씨였던 저는 어느날 학교에 온 헌혈차에 들러서
헌혈 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다가
"동성과의 성행위를 한 적있습니까?" 라는 질문에서 멈춰버렸습니다.

아,...

머리로는 다 알았죠. 이건 잘못된 질문아니냐, 차별아니냐,

성병은 동성애가 아니더라도 걸리는 것인데...
오히려 동성애자들이 에이즈 같은 편견에 매몰되어
더 검사도 꼭꼭 하는데,

하지만 저는 작성을 그만두고 헌혈을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혹시라도.,.. 내 피가 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내 불필요한 죄책감인 줄 압니다.

하지만 저는 동성애자라서
그 질문지에 제발 저려서.. 그 뒤로는 헌혈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ASKY로 되돌아온지 5년이 넘은 아재입니다.
저는 성병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헌혈을 하지 않습니다.

못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마저 죄가 될까 싶어 안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 희한한 사람이네...
또는 '그래서 어쩌란 걸까' 하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그냥 읽어주시면 됩니다.

세상에 살고 있지만
완벽하게 숨어서 살고 있는 소수자들에게는
이런 부분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는 거죠.

몇년전인가..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질문지에서 동성애 경험 여부 질문이 빠졌다고는 언뜻 들었는데..

저는 아직도 헌혈을 안 합니다.
그 질문지를 볼 용기가 없고,
아직 나는 죄가 없지만
세상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나는 죄인이고
나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지만
세상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 나는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내 피가 더러울까봐서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