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실제로 내 인상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몇년 전 서울 생활 첫해에 있었던 일로 이 생각을 버렸다.
그 일화를 얘기해보자면...
아마 모 게임회사에서 GM으로 근무하던 때였는데,
고시원에서 살던 나는 급기야 허기가 져서 담배도 살 겸 나왔더니 왠 밤비(night rain)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도로 방에 들어가 검은색 바람막이를 걸치고 (이거 지금도 내가 엄청 아끼는 바막임. US ARMY임)
후드까지 덮어쓰고 편의점에 들렀다가 김밥천국에 가서 김밥 두줄을 샀다.
아마 김밥을 비닐봉지에 담아왔으면 이런 일이 안생겼을텐데, 휴지통이 없는 고시원의 특성 상
비닐봉지 처리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호일에 둘둘 감아서 들고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맞은편에서 어떤 아가씨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그리고 손에 반짝이는 뭔가 -김밥이지만- 를 들고있는) 날 보더니
매우 주춤거리며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나도 사람이라 눈치가 있으니 내가 후드도 덮어쓰고 그러니까 무섭나보다 생각해서 후드를 벗었다.
근데 여기서 곤란했던 게 난 그 때 삭발이었다.
실제로 나는 그 때 삭발이 나의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했다.
후드를 벗고 씩 웃었는데 - 밤인데 웃어봐야 보일 게 뭐람... - 그 아가씨는 진짜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도로 뒤돌아 도망을 갔다.
뭐여 저 여자는... 참 신기하네...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고시원 입구 전신거울을 보는 순간 납득이 갔다.
비오는 날 물이 줄줄 흐르는 검은색 바람막이에 삭발을 한 내 오른손에 들린 호일.
그야말로 살인마같았다. 진짜. 그냥 살인마도 아니고 연쇄살인마.
요즘 핫한 "나쁜녀석들" 에 나오는 박웅철이 딱 내 모습이었다.
그 뒤로 내가 인상이 좋다는 생각을 접었다.
그리고 결혼한 지금 7개월 전 태어난 내 딸이 갈수록 날 닮아가서 매우 슬프다.
아빠가 돈 많이 벌게 미안해 우리딸 엉엉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