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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41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르르르부르★
추천 : 0
조회수 : 274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4/15 13:40:26
벌써 잠복근무를 선지 5일째.
나는 물론이고 파트너 최형사도 모두 지쳤다.
날카로웠던 신경은 점점 무뎌져 가고 있었고,
누적되는 피로에 심신은 이미 늘어질 대로 늘어져 있었다.
30분마다 들려오는 무전기의 보고상황은 이미 5일째 "이상 무"
녀석이 이미 낌새를 채고 튀어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녀석이 출몰한것은 두달 전.
도시 외곽의 한 빈민가에서 엽기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평소에도 원체 범죄발생율이 높은 구역이라 나와 최형사는
사건제보를 받고 평소처럼 출동준비를 한 채 나갔다.
그리고 살인현장에 도착했다.
사건형장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뒤덮힌 빈민가의 한 구석 골목이었는데
이번 태풍의 피해가 채 복구되지 않았는지
군데군데 허물어진 벽들과 구석마다 쌓여있는 쓰레기들,
그리고 그 위로 모여드는 고양이와 벌레들 때문에
한층 분위기가 어두침침하게 느껴지는 그런 구역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최형사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차라리 농촌의 폐가가 여기보단 훨씬 깨끗하겠군."
살인사건이 일어난 듯한 골목 현장에는
이미 바리케이트가 설치 되어 있었고,
안에선 반장님과 목격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서서 이야길 나누고 있었다, 목격진술을 하는 듯 했다.
그러던 중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손짓을 했다.
"이제 왔나?"
"무슨 사건입니까?"
최형사가 물었고 반장님은 턱짓으로 가리켰다.
"가서 직접 봐"
악취미, 변태, 사이코
뭐, 그런식의 수식어를 갖다붙이면 딱 맞을 것 같았다.
슬레이트 지붕 아래
시체는 갈고리에 꿰 뚫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눈부분을...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 갈고리로 꿰어놓은 시체를 공중에 대롱대롱 메달리게 한
밧줄의 역할을 한 것이
그 시체의 창자였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시체의 뱃속은 텅 비어있었고,
공중에서 부유한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시체의 발 밑엔
엄청난 양의 피와 함께 이름도 모를 각종 내장기관들이
흩어져 있었다.
나와 최형산 순간 욕지기가 나올뻔 한 것을 참았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반장님 역시 눈쌀을 찌푸릴 정도였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나?"
반장님의 질문에 난 잠시 시체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음..
배와 눈을 뚫린곳 이외엔 외상이 없습니까?"
"없어"
반장님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참 이상해.
피해자를 보면 아직 신원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어림짐작으로 봐도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주 건장한 체격이란 말이야
그런 사람이 다른곳엔 외상조차 없이 이렇게 살해당할 수가 없어.
무엇보다 저렇게 정확하게 눈에 갈고리를 끼워넣었다는 말은
절대로 뒤에서 노린건 아니란 뜻이거든..
그렇다고 배를 먼저 찔러서 살해를 한것도 아냐.
만약 배를 찔렀다면 약간이나마 반항이나 격투의 흔적이 남아있겠지.
그리고 가장 이상한건
아무리 여기가 외각의 빈민촌이라곤 해도 어엿한 마을인데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점이 이상해.
창자를 밧줄삼아 매달아 놓는다는 방법도 기상천외하고."
그때 유심히 시체를 들여다보고 있던 최형사가 말했다.
"밧줄처럼 부피가 큰 것을 들고 다니면 눈에 띄니까 그런것 아닐까요?
배를 갈라 안의 내용물을 모두 빼버리면 그만큼 시체가 가벼워지니
매달기도 더 편해질테고...
여기 복부가 잘린 모양새나 눈에 박힌 갈고리의 깊이 정도를 가늠해도
범인이 그렇게 힘이 센 녀석은 아닌것 같습니다."
최형사의 말에 반장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는 거야.
보통 미치광이 살인마의 경우 약한 여자나 어린아이를 노리는게 대부분인데
이번 범인은 그게 아니거든.
원한에 의한 살인사건이 아닌가 의심중이네"
하지만 반장님은 곧 자신의 의견을 철회해야만 했다.
피해자의 신원확인결과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더욱이 점점 같은 모습의 희생자가 늘어가면서
무차별 살인마라는 것이 확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시계는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난 무전기를 들어 최형사를 불렀다.
"최형사, 거긴 어때?"
-쥐새끼 한마리 안보이는데. 오늘도 공친거 아냐?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최형사의 말에
난 맥이 탁 풀려버렸다.
"으휴, 돌겠군.
좀 이따 한잔하러 갈래?"
-좋지
최형사와의 무전은 그렇게 끝났고,
난 몇시간째 앉아있느라 뻣뻣해진 근육들을 풀기 위해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켰다.
허리위 등, 어깨에서 나는 뼈의 타격감이 시원하다.
한창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날 덮쳤다.
"왁!"
".. 장난치지마, 지금 근무중이라구"
여자친구인 지영이었다.
내가 돌아보자 지영은 헤헤 웃으며 손에 들고온 꾸러미를 내밀었다.
"매일 범인 잡는다고 고생이 많네,
오다가 만두 사왔어. 식기전에 먹어"
지영이가 내민 꾸러미를 받아들고보니
지영이는 잠이 한가득 담긴 눈으로 실실 웃고있었다.
"알바 아직도 하냐?"
"응."
지영이 하는 알바는 편의점이었다.
그곳에서 지영이는 초저녁부터 새벽1시까지 일을 했고,
학교에 가면 피곤한 눈으로 수업을 듣곤 했다.
난 그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거 이제 좀 그만 둘 때 안됐냐?"
"왜?"
"왜긴, 너 피곤하잖아.
밤늦게 까지 일하고 다음날 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들으면서 .."
내 말에 지영은 꺄르르 웃었다.
"오빠가 나 걱정해주는거야?
그래도 내가 편의점 알바라도 하니까 오빠 간식같은거 이렇게 챙겨주지
나 일 그만두면 오빠는 배 쫄쫄 굶으며 일해야 할걸?"
"...쩝"
틀린말은 아니니 뭐라 할 말이 없네
"잔말말고 어서 먹어. 방금 뎁혀온거란 말야"
지영의 말에 난 꾸러미를 풀었다.
꾸러미속에는 왕만두가 몇개 들어있었다.
하나 꺼내서 먹어보니 따뜻하다.
지영이 헤헤 웃으며 물었다.
"맛있어?"
"응"
내가 야간근무나 잠복근무를 설 때면 지영은 이렇게 찾아와
도시락이나 간식 등을 싸주곤 했다.
최형사는 늘 그게 못마땅하다고 툴툴댔지만.
내심 속으론 부러워서 어쩔줄 몰라하겠지, 하하하
"이제 집에 들어가"
"으응, 좀 있다가.."
내가 들어가라고 말을 해도 지영은 요지부동이다.
좀더 오랫동안 내 얼굴을 보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행복함과 난처함을 동시에 느끼며 난 지영을 어떻게 집으로 돌려보낼지에
대해 한참을 갈등했고,
그때 터진 무전기는 그런 나의 갈등을 깔끔히 씻어주었다.
-강형사! 강형사, 응답해라, 이상!
"무전 왔다!"
난 지영의 토라짐을 뒤로 한 채 운전석 문을 열고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아아, 최형사, 들리면 대답해라"
-강형사, 지금 즉시 여기로 와주기 바란다, 이상
"무슨일인데?"
내 질문에 무전기 저쪽에선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이 나타난것 같다. 지금 또 희생자가 발견됐다, 이상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지 잊고 있었던 사실.
여기는 그 흉악한 갈고리 살인마가 출몰하는 지역이라는걸..
난 지영을 돌아보았다.
지영은 아무것도 모른 채 토라진 얼굴로 날 빤히 보고있다.
범인은 어린이,여자는 물론이거니와
건장한 청년까지 무차별로 학살하는 엽기살인마.
만약 지영이 그 살인미의 눈에 띄게된다면...
난 차에 시동을 켜며 말했다.
"어서 집에들어가!"
"나도 같이 가면 안되?"
으이그 저 철없는 것..
"안되!"
여긴 위험한 곳이야, 빨리 집에 가!"
"싫어,같이갈래!"
그렇게 말하며 지영은 내 차에 타려고 했다.
유난히 겁이 많은 지영은 날 따라가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에 (배가 찢기고 눈이 뚫린 시체를 보게된다면..)
난 그대로 악셀레이터를 밟았다.
부우웅.
곧 차는 엄청난 엔진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앞으로 돌진했고,
지영은 놀래서 뒤로 물러섰다.
"오빠!!"
이미 저 뒤쪽 멀리 떨어져버린 지영에게
난 창문밖으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미안! 다음에 오빠가 맛있는거 사줄게!"
"크으... 또.."
눈에 잘 띄지 않는 막다른 골목길.
가로등 아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난 혀를 찼다.
시체의 발 아래는 예의 그 핏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고,
피냄새를 맡고 달려온 벌레들로 북새통을 이루고있었다.
난 그 광경을 보고 허탈한 한숨만 내쉬었고
최형사 역시 죽을 맛인지 담배만 뻑뻑 빨아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자식인지 얼굴 한번 보고싶네."
"최형사, 어떻게 된거야? 비명소리같은거 못들었어?"
내 질문에 최형사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거의 집어던지듯
땅바닥에 버리고선 고개를 저었다. "못봤어"
"돌겠군, 이놈이거, 사람 맞아?
귀신 아냐?"
내 자조섞인 혼잣말에 최형사는 피식 웃었다.
"사람이야"
"뭐?"
내가 돌아보자 최형사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그손가락을 따라가보니 시체의 머리부분이었다.
"저게 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최형사는 말했다.
"눈. 자세히 봐"
눈..?
눈이라..
"... 오호라."
시체의 눈부분이 꿰뚫리지 않아 있었다.
대신 가슴부분에 칼로 찌른듯 깊숙한 칼 자국이 남아있었고,
그곳 역시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 벌레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별일이군, 이녀석이."
최형사가 내 말에 덧붙였다.
"감시관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피의 응고상태를 봐선 한 두어시간 지난것 같아
그러니까 대충 새벽 한시정도에 일어났다고 봐야지.."
"으.. 어쨋거나 미치겠군.
두눈 뻔히 뜨고도 이렇게 살인이 일어날 줄이야"
내 말에 최형사 역시 암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나중에 엄청 깨지고 시말서 한번 쓰지 뭐, 까짓거"
"쳇, 말은 쉽다."
"일단 본부에 연락은 해 뒀으니 먼저 들어가 쉬어라
내일 한잔 사는거 잊지 말고"
최형사의 말에 난 내 차로 돌아오면서 피식 웃었다.
"알았어, 임마.
어쨋든, 오늘 고생했다, 건진건 없지만.
뒷처리 잘하고 수고해라"
"오냐"
그렇게 최형사를 현장에 남겨두고 난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며
내 차로 돌아왔다.
그리곤 잠시동안 얼어붙어버렸다.
아까전, 지영이 잡았던 차 뒷문.
손잡이에는 날이 시퍼런 갈고리가
차가운 달빛에 번뜩이며 날 맞이하고 있었다.
-the end
[출처]잔혹소녀의 공포체험
[글쓴이]귀신헌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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