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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14057 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르르르부르 ★
추천 : 1
조회수 : 20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14 15:14:15
재밋어용ㅋㅋ ------------------------------------------------------------------ 신비한 향수 "우~ 머리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형민은 한기를 느껴 눈을 지그시 뜨고는 앞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보이 는 거라고는 희뿌옇게 동이 터오는 하늘과 낡은 건물들... 그리고 파리가 들끓고 있는 쓰레기 더미와 그 위에서 널부러져 세상 모르게 자고 있던 자신 뿐이었다. "아... 맞아... 그랬었지?" 어제 늦도록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 괜한 객기에 혼자 포장마차에서 한, 두잔 더 걸친 것이 화근이었다. 방향감각을 잃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술집이 즐비한 골목, 한쪽 쓰레기 더미 위에 쓰러져 밤을 보냈던 것이다. "쓰... 몇시야?" 왼손을 들어 시계를 보니 아침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이라 다행이지... 출근도 못할 뻔 했구만. 아무튼 요새 너 무 몸이 약해졌어... 보약을 먹던가 해야지 원..." 그러나 전날 전화 한통화도 없이 무단 외박을 한터라 순간, 집에서 이를 갈며 기다리고 있을 마누라 얼굴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젠장... 어쩌지? 여편네... 바가지 긁을 것이 분명한데... 술냄새는 '풀, 풀'나고... 거기다가 쓰레기 썩는 냄새까지..." 몸을 약간씩 움직일 때마다 풍겨오는 야릇한 악취에 고개를 흔들며 손 으로 바닥을 짚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어? 이... 이게 뭐지?" 오른손에 딱딱하게 뭔가가 잡히는 느낌이 들어 집어 들었더니 엄지 손 가락 만한 빨간색의 향수병이었다. "흠... 새거 같은데... 누가 실수로 쓰레기와 함께 버린 모양이군." 향수병의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장미향 같기도 하고 사과향 같기도 한 그야말로 여지껏 맡아보지 못한 향긋한 향기였는데 조금 깊 게 맡자 머리가 어질, 어질했다. "우와~! 향기가 꽤 독한데? 훗... 잘됐다. 악취도 없앨 겸... 조금 뿌려 볼까?" 형민은 습관적으로 목 언저리에 두어방울 뿌려보고는 향수병을 주머니 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옷에 묻은 쓰레기들을 대충 털어내고는 천천히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 "여보... 문열어. 나 왔어." 아침잠이 깊게 들었는지 벨을 몇번이나 눌러도 아내가 문을 열지 않았 다. 손으로 문을 몇차례 두드리던 형민은 전날 자신이 지은 죄가 생각이 나 사정조가 되어 말했다. "여보... 어제 외박해서 미안해... 일단 문을 열고 얘기하자." 10분 정도가 지나자 아무 인기척이 없던 집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조 그맣게 흘러 나왔다. "누구신데... 자꾸... 우리집 앞에서 그러는 거예요?" "누구라니? 당신 남편이지..." "장난치지 말고요... 어서 가세요. 조금 있으면 저희 남편 들어와요. 그러니까 다치기 전에..." "여보, 왜 그래? 어제 외박했다고 화 난거야? 어서 문을 열어. 나란 말이야. 당신 남편..." 잠시후 걸쇠가 걸린 문이 조금 열리더니 아내의 얼굴이 삐죽이 보였다. 형민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자, 자... 마저 열어. 나라고... 봐도 모르겠어?" 형민의 아내는 그런 형민을 보자 기겁을 하며 '쾅'하고 문을 세차게 닫 아 버렸다. 어이가 없어 멀뚱히 서있는 형민에게 아내는 앙칼진 목소리 로 소리쳤다. "돌은 놈 아냐? 당신... 누군데... 자꾸 나를 아는척 해? 어서 꺼지지 못해?" "여... 여보... 나라니까? 어제 일 때문에 화난거야? 여.... 여보!" 술냄새에 향수 냄새 그리고 쓰레기 냄새까지 뒤섞여 가뜩이나 머리가 어지러운 판에 아내까지 이상하게 나오자 형민은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이런... 미친 놈! 어서 꺼지지 못해?" "앗! 차거!!!" 아내는 세수대야에 담아온 찬물을 형민에게 냅다 끼얹더니 다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졸지에 물을 흠뻑 뒤집어 쓴 형민은 굳게 닫힌 철문만 바라 본 채 멍청히 서있었다. '젠장... 저 마누라가 미쳤나? 왜 저러는 거야?' 찬물을 뒤집어 써서 그런지 정신이 맑아진 건 물론이거니와 쓰레기 냄 새와 더불어 조금전까지 코가 져리도록 풍겨오던 향수냄새도 깜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제길헐... 이거 너무하잖아?" 인내심에 한계가 온 형민은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며 고함을 질렀다. "빨리 문 못열어? 응?? 어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다시 열리더니 아내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 고는 두리번 거렸다. "당신... 이제야 오면 어떻게 해요? 방금 전에 어느 미친 놈이 와서... 무서워 혼났는데..." 호통을 치려던 형민은 뜬금없는 아내의 물음에 할 말을 잃었다. "당신... 지금 장난하는 거야? 조금전에 나한테 물벼락까지 내리더니..." "예? 무슨 소리예요? 아까는 전혀 모르는 낯선 남자였단 말이예요. 아무 리 당신이 미워도... 제가.. 왜 그런 짓을?" "뭐... 라고?" 아내의 눈을 보니 거짓말이거나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형민 은 인상을 한번 쓰고는 성큼 성큼 집안으로 들어갔다. ********************* '혹시 말이야... 혹시...' 형민은 아침에 쓰레기더미 속에서 주운 향수병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 렸다. '이 놈의 향수가 뭔가 특별한 거 아냐? 마누라를 아무리 윽박질러도... 아까 일이 거짓인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면... 혹시...' 조물락거리던 향수병의 뚜껑을 열어 코 앞에 바싹대고 냄새를 조금 맡 자 기분이 묘해지며, 몽롱해지는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보통 향수와는 달라... 이거... 만약에... 내 생각이 맞다면...' 형민은 다시한번 목 언저리에 몇방울 뿌려 보았다. 처음 뿌릴 때보다도 더욱 독한 향기가 온 몸에 퍼졌다. 동시에 기분도 구름을 탄 것 같이 좋 아지며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앗! 다... 당신... 어떻게 여기에 들어 온 거야? 여.. 보... 어디있어 요? 이리 와봐요. 아까... 그 이상한 남자가... 방안에..." 때마침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아내가 형민을 보더니 기겁을 하며 뛰어 나가자 형민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맞아... 확실히 이 향수 때문이야... 분명히... 분명히...' 형민은 놀라 소리치는 아내를 뒤로 하고 재빠르게 집을 빠져 나왔다. "이 향수... 잘만 이용하면 끝내 주겠는 걸? 이걸 뿌리면 내가 다른 사람 으로 보인다... 이 말씀아냐? 하. 하. 하." 동네를 돌아다니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인사를 하고 말도 붙여 보았지만 그들 누구도 형민을 알아보지 못했다. 길건너 단골 다방 아가씨도, 동네 통장도 '안녕하세요?' 라는 형민의 물음에 한결같이 '누구세요?'로 대답을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흥미롭고 재미있기만 하던 것이 시간이 흐르자, 신비한 그 향 수를 어디에 이용을 할까에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확실히... 향수냄새가 없어지지 않는 한... 모두에게 내가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이거지? 향수의 최면 효과든 뭐든 간에... 이거... 대단한 수확인 걸?" 뭐든지 희한한 물건이 생기면 사람 성격에 따라 다르게 이용된다는 것 을 입증이라도 하듯 형민은 오직 어디에 이 향수를 써먹을까에 골몰하 기 시작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짓을 저질러도... 나한테는 죄가 없단 말이 야... 그렇다면... 이 향수를 뿌리고 나쁜 짓을 저질러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당장 아무 짓이라도 해보고 싶은 충동에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부터 할까? 향수를 뿌리고 은행이나 털까? 아니면 지나가는 여 자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흐, 흐, 흐..." 이리저리 거리를 돌아다니며 온갖 나쁜 짓을 할 생각으로 머리를 굴리 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내린 비를 미쳐 피하 지 못하고 흠뻑 맞은 형민은 한적한 건물의 처마 밑으로 달려가 빗줄기 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젠장... 향수의 양도 얼마 안돼는데... 비 때문에 또 냄새가 없어 졌잖 아? 안돼겠어... 어서 아무 일이든 해서.... 돈을 벌든... 재미거리를 찾든..." 비에 젖은 얼굴을 훔치며 히죽거리는데 갑자기 품속의 핸드폰이 요란하 게 울렸다. "여... 보세요?" [김형민씨? 나, 사장이야!] "아, 사장님... 어쩐일로... 일요일 아침에..." [어제... 회식때 자네 추태... 기억 안나? 사원들 앞에서... 나를 망신 이나 시키고...] "예? 아... 아니... 제가 어제 좀 술이 과해서... 아무튼... 죄송합..." [입 닥치고... 내일부터 나오지마... 아주 '개' 같더구만... 술이 취하 니까... 내가... 더 심하게 말하고 싶지만... 참는 줄이나 알어!] "아... 아니... 사... 사장... 님..." [뚜~~~우] 허망하게 핸드폰을 끊고 보니 어제 밤 회식 때의 일이 어렴풋이 떠올랐 다. 사원들 앞에서 사장의 멱살을 잡은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아침에 는 희한한 향수 때문에 미쳐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씨~ 벌... 기껏 죽어라 일했더니만... 이제 와서... 사장놈... 평소에도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어. 게다가 틈만나면 사람들 앞에서 창피 를 주니... 술김에 그런 것 같기는 한데..." 평소 사장에 대한 증오가 방금 받은 전화로 인해 증폭이 되며 거칠게 터져 나왔다. "좋아! 결정했어. 개새끼 두고 보자..." ********************** 사장의 아파트에 도착한 형민은 문앞에서 향수를 꺼내 목언저리에 흠뻑 뿌리고는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마침 사장 혼자 거실에 있던 터라 형민은 무작정 귀싸대기를 올려 붙이며 소리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다... 당신... 누... 누구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꼴로 험한 꼴을 당한 사장이 볼을 어루만지며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형민에게 물었다. '됐어! 역시 내가 누군 줄 몰라. 한번 당해봐라...' 형민은 늙고 힘없는 사장을 소파에 억지로 끌고가 끈으로 동여맨 다음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개새끼... 너 같은 악덕 업주는 죽어야 해!" -퍽, 퍽...- "윽... 사.. 살려... 주세요" 형민의 주먹이 사장의 배에 내려 떨어질 때마다 사장은 몹시도 괴롭게 소리쳤고 형민은 그걸 즐기기라도 하듯 쉬지않고 사장의 불룩 나온 배 를 때리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고... 맞기나 해!" -퍼퍽! 퍽- "그... 그만... 난... 심... 장이 약하단... 허억~" "엇?" 몇대 맞지도 않고 사장이 게거품을 물며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이... 이런... 버릇만 고칠려고 했는데.. 이런..." 형민은 눈을 희번덕 거리며 죽어가는 사장을 쳐다보다 정신없이 아파트 를 뛰어 나오는데 마침 집에 들어오던 사장의 부인과 부딪쳤다. 놀라운 광경에 넋을 잃고 떨기만 하는 사장의 부인을 다짜고짜 밀치고는 소나 기가 내리는 거리로 무작정 뛰어가기 시작했다. '휴우~ 어쩌지? 사장놈이 죽으면? 아니야... 설사 죽는다 해도...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잖아? 사장놈 부인과 마주친게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몰라... 나를 봤으니... 아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런 거라고 믿을테니...' 소나기가 끊임없이 내리는 거리를 정신없이 뛰어가며 복잡한 생각에 어 쩔 줄 몰라 했다. '그... 그런데... 갈수록 향수 냄새가 심해지는 것 같네? 물에 젖으면 깜쪽같이 냄새가 없어 지더니만... 더.. 더구나... 머리가 띵한게... 도... 독한 향수 냄새때문에... 숨을... 쉴수가... 허억... 수... 숨이 막혀... 허억...' 뛰다가 걷다가 하며 간신히 집앞에 도착한 형민은 벨을 누르려다 말고 끝내 문앞에서 쓰러져 버렸다. ***************** "아주머니, 정말로 이사람 누군지 모르세요? 잘 살펴 보세요..." 형사 한명이 형민의 아내에게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사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예요. 그런 데.... 아침에 저희 집앞에서 얼쩡거리더니... 방에까지 몰래 들어오기 도 했고... 하여간 오늘 처음 본 사람이라는 건 확실해요. 후우~... 왜, 저희집 문 앞에서 죽어 있는지... 원..." "그래요? 흠..." 형민의 시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형사는 곁에 있는 구급대원에게 말했 다. "자, 어서 시신을 시립 병원 영안실로 옮기자고... 행려병자인 것 같은 데... 연고자가 안 나타나면 화장을 하든지... 해부실습실로 보내든지 하자구."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형민의 시신을 흰천으로 덮어 구급차에 싣는 것 을 한동안 바라보던 형민의 아내는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며 중얼거 렸다. "그나저나... 형민씨는 어디 간거야? 아침에 말도 없이 없어지더니만... 낯선 남자가 집앞에서 죽어서... 무서워 죽겠는데... 빨리 들어오기나 할 것이지... 쯧쯧..." 형민이 쓰러져 죽어 있던 자리에는 깨알같은 글자가 씌여 있는 빨간색 향수병이 덩그마니 나뒹굴고 있었다. [본 '신비한 향수'는 <저주 클럽> 회원들에게만 무상으로 공급되는 제품 으로...... 첨부된 설명서에 적혀있는 용도로만 사용하시고...... 단, 하루에 세번 이상은 절대로 뿌리지 마시오... 평생 냄새가 가시지 않을 뿐더러... 정신장애, 안구돌출 및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출처]잔혹소녀의 공포체험 [글쓴이] 호롱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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