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당시 만 17살이었던 저는 수능을 마치고, 대학교에 가서 쓸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아르바이트를 찾았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운 좋게 집 근처 주유소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9시쯤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하는 일상이 이어졌지만, 스스로 돈을 번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잘 몰랐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사장님 부탁에 따라 주말이나 야간에도 종종 일을 더 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 달을 일한 저는 5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을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2003년도의 최저임금은 2510원이었지만, 제가 받은 돈은 시간당 1500원 수준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제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어른들과 똑같은 액수를 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법을 잘 몰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뭔가 억울한 기분이 일주일 넘게 계속됐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겨울방학이 다가오며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시즌이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수능을 마친 학생들 중에 부지런한 친구들은 벌써 아르바이트를 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12년 전의 저와 같이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몰라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도 근로를 하면 성인과 똑같이 최저임금 규정의 적용을 받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최저임금의 적용은 미성년자와 성인의 구분이 없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불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