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지 알 수 없지만 분명 손을 쓸 수 없게 망가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여러분은 생각하나요?
분명히 망가졌습니다.
엉망이에요.
계속해서 살아갈 의지 같은 것도 없고
마지못해 몸뚱아리 여기 끌고 저기 끌고 다니는 것 같은 너무도 벅차기만 한
날들이에요. 만성적인 무기력함과 싸워야겠단 생각도 어디서부턴지 없어진 지 오래고, 어쩌다 한번 웃었는데 '생소하다' 느껴지더군요.
그렇게 잘 웃던 사람이었는데 웃음이 생소하다니 그 역시도 울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들은 나를 갉아먹고, 나는 그것들을 애써 치우려 힘들게 싸워 보지만, 혼자서는 역부족.
나는 이미 더 털릴 힘도 없는데 계속해서 공격을 받으니 지치지도 않습니다. 차라리 그냥 여기서 모든 것이 멈추었으면 싶기도 해요.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그냥 멈추었으면, 모든 게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없어질 수 있다면 하고 말도 안 되는 기도나 잠깐 해보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거의 전부죠.
이럴 때 가장 괴로운 건 여전히 쌩쌩 잘 돌아가는 세상과 즐거울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장면을 보는 일입니다. 그냥 시샘이 나요. 그리고 괴로워요. 나도 저들처럼 될 수 있고 이미 그들 중 한 사람이었음에도 그냥 괴롭습니다. 지금의 나는 웃어지지 않고 이상하기만 하니.
배가 고픈데도 뭔갈 먹고 싶지가 않습니다. 음식물을 쳐다보면 맛이 상상되는데 그 느낌이 너무 싫어요. 배는 채우고 싶지만 어떤 맛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망설이다 끼니를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몸은 더욱 허약해지고 정신은 따라서 더 침체되죠. 나가고 싶지만 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계속해서 어디론가 빨려들어가기만 할 뿐, 욕실 바닥 저멀리로 소용돌이치면서 인생이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에요.
늘 마주치는 사람들조차도 얼굴이 해쓱해졌다고 하면 좀 홀쭉해진 건 맞겠죠. 식욕이 없어 아무것도 안 들어간다고 하니 옆 동료가 부럽다는 말을 합니다. 속이 무너지네요.
여기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이 모든 장면에서 일순간 내가 치워졌으면 좋겠어요. 모든 건 '끝'나고 나는 잠시간의 감정적인 재정비를 거쳐 생기 넘치던 어느 때부터 다시, 이어서 삶을. 살 수 있게.
모든 것이 내가 보기로 한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지독하게 몰입해서 두통마저 왔지만, 어쨌든 내 이야기가 아닌 덕에 나는 영화관을 빠져나와 내 삶에 다시 몰두할 수 있는.
엉망이에요.
나를 잠식하는 이런 생각들도 내가 미쳐갈까 두렵네요. 있는 힘 없는 힘 다 쓰고 막아내고 해결하고 있지만 이 힘마저 다 쓰면 난 그런 생각들에 잡아먹힌 채 살게 될까요, 괴물이 되겠죠.